[오늘의 시] ‘내가 미안해’ 김영숙···만년의 거장들은 동심으로 세계를 본다
집채만 한 파도가 큰 바위를 덮쳤어요
바위야 미안해 너무 세게 때려서
보드란 거품 만들어 마사지를 해줘요
덩치 큰 바위가 파도에게 말해요
아니야 내가 미안해 내 몸이 너무 세서
부서진 물방울 모아 가슴 가득 안아요
# 감상노트
피카소가 그랬듯 추사 김정희가 그랬듯 만년의 거장들은 동심으로 세계를 본다. 동심이 천진무구와 고졸담박의 묘용을 펼친다. 아이의 눈으로 보는 파도와 바위의 대화. 바위를 너무 세게 덮쳐서 아플 거라 생각하는 파도. 단단한 제 몸에 부딪혀 산산이 부서지는 파도가 아플 거라 생각하는 바위. 이만한 역지사지(易地思之)가 어디 있을까. (홍성란 시인 · 유심시조아카데미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