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새아침에’ 조지훈 “출렁이는 파도 위에 이글이글 태양이 솟듯이”

정동진에서 일출을 감상하는 여행객들

모든 것이 뒤바뀌어 질서를 잃을지라도

성진(星辰)의 운행만은 변하지 않는 법도를 지니나니

또 삼백예순날이 다 가고 사람 사는 땅 위에

새해 새아침이 열려오누나.

 

처음도 없고 끝도 없는

이 영겁(永劫)의 둘래를

뉘라서 짐짓 한 토막 짤라

새해 첫날이라 이름지었던가.

 

뜻 두고 이루지 못하는 한(恨)은

태초 이래로 있었나보다

다시 한번 의욕을 불태워

스스로를 채찍질하라고

그 불퇴전의 결의를 위하여

새아침은 오는가.

 

낡은 것과 새것을

의와 불의를

삶과 죽음을

그것만을 생각하다가 또 삼백예순날은 가리라

 

굽이치는 산맥 위에 보랏빛 하늘이 열리듯이

출렁이는 파도 위에 이글이글 태양이 솟듯이

그렇게 열리라 또 그렇게 솟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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