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 1억원 기부할 수 있다

사랑의 열매, 아너 소사이어티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12월 15일자 조선일보 1면에 애띤 청년 얼굴사진과 함께 ‘맨주먹 26세 사업가도 1억···기부가 젊어졌다’는 기사가 실렸다. 그리고 12면에는 서른 살 쌍둥이 형제 소방관이 5년간 1억원을 기부하기로 약정했다는 이야기도 실렸다.

또 12월 20일자 신문에는 2014년 신장암 3기 진단을 받고 절망했던 한 기업체 대표(67세)가 4년 투병 끝에 암을 이기고 일어나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이 되었다고 소개했다. 2018년을 보내는 12월 추운 겨울에 훈훈한 정을 나누어 주어 살맛나는 세상이라는 것은 일깨워 주었다.

아너 소사이어티(Honor Society)란 미국에서는 우수학생들의 단체를 일컫는 말로 다양한 분야 및 환경에 걸쳐 여러 단체들이 존재한다. 우리나라에서 ‘아너 소사이어티’는 2007년 사회복지공동모금회(Community Chest of Korea)가 설립한 고액 기부자 모임이다. 개인기부 활성화를 통한 노블리스 오블리주 실현이 목적이다.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은 정회원, 약정회원, 특별회원으로 나뉜다. 정회원은 일시 또는 누적으로 1억원 이상 기부한 개인 기부자다. 약정회원은 5년 이내에 1억원을 내기로 약정한 개인 기부자다. 특별회원은 가족이나 제삼자가 1억원 이상을 기부한 뒤, 대표자를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으로 추대한 경우다. 회원에게 인증패를 수여한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1994년 관공서 성금 유용 사건이 계기가 돼 성금 모금과 분배를 공정하게 하기 위해 1997년 3월 제정된 ‘사회복지공동모금회법’에 따라 1998년 11월 설립됐다. 모금회는 ‘사랑의 열매’를 나눔의 상징으로 한다. 3개의 빨간 열매는 나·가족·이웃을 상징한다. 열매의 빨간색은 따뜻한 사랑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진 줄기는 더불어 함께 사는 사회를 만들어 가자는 뜻을 담고 있다.

‘아너 소사이어티’는 2008년 창립 이후 2018년 12월 19일 현재 1981명이 가입했다. 이들 회원들의 연령을 분석하면 50대가 666명(34.6%)으로 가장 많고, △60대(26.7%) △40대(17.7%) △70대(13.4%) △30대(4.9%) △20대(2.8%) 순이다. 회원 중 남성이 1598명(83%)으로 압도적으로 많지만 여성도 첫해엔 한 명도 없었으나 꾸준히 늘어 383명(17%)으로 비중이 커졌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김효진 본부장은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 중에 50대가 가장 많은 이유로 “50대는 직장 일이나 사업을 일정 궤도에 올려놓고 인생을 돌아보는 전환점에 해당하는 시기이다. 이에 어렸을 때 어렵게 살아 남들의 가난에 공감하는 분들, ‘나 혼자 힘으로 성공한 게 아니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오랜 고민 끝에 결심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필자의 경우도 54세가 되던 1994년 9월 11일 방송된 교육방송(EBS) 라디오 ‘명사와의 대담’ 프로에 초청되어 필자(당시 한국청소년연구소 소장)의 생애에 관하여 1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누면서 “회갑 때 뭘 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받고 “가능하면 돈을 모아 장학금을 내고 싶다”고 답했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하루 용돈을 5천원 정도로 줄이면서 한 달에 2백만원씩 저축하기 시작했다.

근검절약하면서 5년 동안 저축한 돈이 1999년 12월 회갑 때 1억원이 되어 사회에 환원했다. 1억원 중 5천만원은 서울대 총동창회·재단법인 관악회에 기탁하여 ‘박명윤특지(特志)장학회’를 설립하여 2000년 1학기부터 보건대학원 재학생(박사과정 1명, 석사과정 2명)에게 매 학기 장학금(박사과정 100만원, 석사과정 50만원씩)을 수여하기 시작했다.

장학금 수여가 계기가 되어 고희 때에도 1억원을 사회에 환원하기로 스스로 약속하고 매월 100만원씩 저축하였다. 2000년부터는 연금을 받으면 월 100만원씩 자동이체하는 방식으로 기부할 돈을 모아 2009년 12월 고희 때 명지대 ‘청소년지도장학회’에 3천만원 등 총 1억원을 기부했다.

그리고 팔순 때도 1억원을 사회에 환원하기 위하여 매달 100만원씩 적금을 부었다. 5천만원은 서울대 특지장학회에 추가가 납입하여 ‘박명윤·이행자 특지장학회’ 기금이 총 1억원이 되었다. 연세대 교회에 회갑과 고희 때 1천만원씩 기탁한 ‘박명윤·이행자 의료선교기금’에 3천만원을 추가하여 심장병 어린이 수술비 지원을 위한 의료선교기금 총 5천만원을 전달했다.

필자는 회갑, 고희, 팔순잔치를 다일공동체(최일도 목사)에 1일 급식비를 지원하고 가족과 함께 ‘밥퍼’봉사를 했다. 올해 팔순잔치에는 급식비를 300만원 지원하여 600여명에게 무료급식을 했다. 또한 기념타월을 만들어 다일공동체 직원들과 친지들에게 선물했다.

우리나라에서 매년 회갑 또는 고희를 맞는 사람이 약 50만명이며, 이들 중 사회지도층 1천명이 1억원씩 기부하면 매년 1천억원이 사회에 환원되어 이웃을 도울 수 있다. 사회로부터 많은 혜택을 받은 지도층이 솔선수범하면 좋겠다.

필자는 자기희생을 기반으로 ‘나눔’과 ‘섬김’의 태도에서 출발하는 ‘자원봉사’ 활동을 네 가지 영역으로 나눈다. 즉 노력봉사, 재능기부, 재물기부, 혈액·장기·시신 기증 등이다. 필자는 이 네 가지 영역을 모두 실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노력봉사’는 1961년 봄 당시 필자가 회장으로 활동한 파인트리클럽에서 회원들과 함께 춘궁기(보릿고개) 절량농가를 위한 모금운동을 위시하여 경기도 화도면 직동부락과 자매결연을 맺고 농촌계몽·소득증대사업 등을 했다.

‘재능기부’는 1996년부터 3년 동안 사랑의 소리방송(VOC)에 출연하여 무료로 장애인을 위한 건강상담을 하였다. 무료강연·청송건강칼럼 무료보급 등도 하고 있다. 현재는 한국아동학대예방협회 상임고문, 한국에이즈퇴치연맹 고문, 대한보건협회 자문위원 등으로 봉사하고 있다.

‘재물기부’는 국제연합아동기금(UNICEF) 근무(1965-1989) 당시에는 TV 및 라디오 출연료, 대학 강사료, 강연료 등을 유니세프 아프리카 어린이돕기 사업에 기부했다. 1980-90년대에는 일년에 100회 정도 방송(KBS, MBC, SBS, EBS 등)에 출연한 바 있다.

사후 ‘시신기증’은 아내(이행자 前고려대 교수)와 함께 연세대 의과대학 해부학교실에 유언서와 가족동의서를 1999년 1월 10일 제출했다. 시신기증인 유언서에는 “질병을 앓는 이웃들의 고통을 덜어주고 나아가 질병 없는 건강한 미래를 우리 자손에게 물려주기 위하여 나는 훌륭한 의사를 길러내는 교육기관에 내 몸을 바치고자 합니다···. 내 한 몸이 우리나라 의학교육과 학술연구에 밑거름이 되어 좋은 의사양성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더 나아가 우리나라 의학이 발전하고 국민복지가 향상되는데 이바지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라고 적혀있다.

한달에 1000만원 수입이 있는 사람이 흥청망청 과소비하여 1200만원을 지출하면 200만원이 적자이지만, 500만원 수입을 가지고 근검절약하면서 400만원만 지출하면 100만원을 저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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