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도 즐길 수 있는 ‘고기’ 동원F&B의 ‘비욘드 미트’
[아시아엔=이주형 기자] 2017년 칸 영화제 경쟁작에 출품된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 이 작품은 보는 이로 하여금 인류가 매일 섭취하는 ‘고기’가 식탁 위에 올라오기까지의 과정에 대해 한번쯤 곱씹어 보게 만든다. ‘옥자’는 넷플릭스가 전액 투자한 최초의 한국영화라는 점과 한국에서는 아직까지 생소한 주제를 다뤘다는 점에서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옥자’를 세상에 내놓은 한국은 채식주의자에 여전히 불친절한 나라다.
그런데 최근 흥미로운 소식이 들려왔다. 동원F&B가 최근 미국 대체육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비욘드 미트'(Beyond Meat)와 독점 공급 계약을 맺고 내년 상반기부터 제품들을 유통하기로 했다고 발표한 것이다. 동원F&B 관계자에 따르면 비욘드 버거(패티), 비욘드 치킨스트립, 비욘드 비프크럼블 3종을 소매점을 중심으로 우선 공급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로써 채식주의자도 고기-대체육-를 즐길 수 있는 권리를 얻게 된 셈이다.
비욘드 미트, 그럼에도 아직은 생소하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 빌 게이츠가 극찬했고, 또 투자했다”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수상자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투자했다” 등등. 초록색 포털에서 비욘드 미트를 검색하면 얻을 수 있는 정보들이다. 현명한 소비자에겐 누구나 다 아는 유명인사의 코멘트와 동향들보단 ‘비욘드 미트가 어떤 회사며,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 왔는지’가 더 중요하다.
2009년 미국 캘리포니아를 기반으로 설립된 스타트업 기업 비욘드 미트는 콩, 버섯, 호박 등에서 추출한 식물성 단백질을 효모, 섬유질 등과 배양해 고기의 식감과 향을 재현해 내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비욘드 미트는 2013년 4월 ‘닭고기가 들어가지 않은 닭고기’를 출시하며 미국 전역에 이름을 알렸다. 이후 2014년엔 소고기, 2015년 버거 패티를 연달아 출시했고, 가장 최근인 2018년 1월엔 소시지까지 생산하는데 성공했다. 그 덕에 세계적인 동물단체 PETA는 비욘드 미트를 2013년의 기업으로 선정했고, 미국 비즈니스 매거진 Fast Company 역시 2014년의 가장 혁신적인 기업 리스트에 비욘드 미트의 이름을 올렸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대체육 시장의 발전 가능성을 높이 산 미국 최대 육가공 업체 타이슨 푸드(Tyson Foods)도 2016년 10월 비욘드 마트의 지분을 5%의 사들였다. 가장 중요한 것. 채식주의자뿐만 아니라 일반 소비자들도 염려하는 유전자변형(GMO) 논란으로부터 자유롭다.
미국 시장에서 검증을 받은 비욘드 미트, 한국의 채식주의자들에게도 어필할 수 있을까?
현재 한국의 채식주의자는 1만 5천명에서 2만여명 정도인 것으로 추산되지만 이들이 만찬을 즐길 수 있는 식당은 극히 적다. 또한 채식주의자가 집에서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 하더라도 그 식단 역시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그러한 가운데 한국행을 알린 비욘드 마트. 채식주의자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엔 이를 환영하는 글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오프라인에서 만난 소비자들도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거주하는 30대 직장인은 “채식 위주의 메뉴를 제공하는 식당을 찾곤 하지만 그런 곳이 많진 않다. 직접 요리하려고 해도 만들 수 있는 메뉴가 한정돼 있고, 식재료 선택도 늘 고민이었다. 비욘드 미트가 들어오면 제품을 구매해볼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채식주의자의 비율이 한국인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국내 거주 외국인도 비욘드 미트에 긍정적이다. 미국에서 온 제나(25, 학생)는 “한국에서 오기 전엔 비건(우유와 달걀도 먹지 않는 엄격한 채식주의자)이었으나 서울에 온 이후 일반 채식주의자로 살아갈 수 밖에 없었다. 식당을 찾기도 힘들어 비빔밥을 주문하거나 집에서 음식을 만들어 먹곤 했다. 건강에 특별히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동원F&B의 비욘드 미트를 시도해 볼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한 가지 떠오르는 의문. 이러한 음식-대체육-이 채식주의자들만의 전유물일까? 비욘드 치킨을 맛 본 빌 게이츠는 “진짜 치킨인 줄 알았다”는 말을 남겼다. 대체육이라곤 하지만 별다른 이질감이 느껴지진 않는 듯하다.
동원F&B의 비욘드 미트, 채식주의자의 길을 선택한 이들과 고기를 섭취하는 보통의 사람들 모두가 한번쯤 맛 볼만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