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연탄 한 장’ 안도현 “온 몸으로 사랑하고 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또 다른 말도
많고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
방구들 선들선들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
연탄은, 일단 제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하면
하염없이 뜨거워지는 것
매일 따스한 밥과 국물
퍼먹으면서도 몰랐네
온 몸으로 사랑하고
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 게 두려워
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네
생각하면
삶이란
나를 산산이 으깨는 일
눈 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어느 이른 아침에
나 아닌 그 누가
마음 놓고 걸어갈
그 길을 만들 줄도 몰랐었네,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