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살 청년’ 박상설의 강화 석모도 낙조···’육안’ 희미하지만 ‘마음의 눈’은 되레 ‘뚜렷’


‘시력 거의 제로 상태’···”점자로라도 글 쓰다 죽는 게 마지막 소망”

[아시아엔=이상기 기자] <아시아엔> 최고령 필자이신 박상설(90) ‘사람과 자연’ 전문기자가 9일 낮 필자에게 카톡을 보내왔다. “이유나 변명 그리고 합리화를 해서는 안 되기 때문에 그간 글을 못쓴 사유를 전하지 않겠습니다. 눈 레이저 수술을 또 겹치기로 하다 보니 글을 좀 쉬었습니다. 허나 글은 세상을 떠나는 날까지 점자를 써서라도 써야하지요.”

박 전문기자는 아주 어려서 한쪽 눈을 실명했으며 최근 5~6년 사이 망막 중심부 황반부에 변성이 일어나 시력을 잃어가고 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도 <아시아엔>에 매달 1~2차례 글을 써왔다. 하지만 지난 10월 21일 헨릭 입센 <인형의 집> 서평을 보내온 이후 ‘글’이 끊겼다가 오늘 낮 소식을 전해온 것이다.

박상설 전문기자는 “겨울 바다 그것도 석양 해를 좋아하지만 눈 때문에 망설이다 마치 북극에서 한파가 몰려온다기에 그 한천에 몸을 버리기로 하고, ‘사람과 사람들’ 찰영장소였던 강화의 석모리에서 겨울석양을 보냈다”며 사진과 시를 지어 보내왔다.

 

서해바다 겨울 낙조를 바라보며
매서운 바람과 맞서
저녁을 보내며 이해를 보낸다.

겨울이 오면 언제나 서러운 재회
해는 이미 자취를 감추고
쓸쓸한 겨울 바닷가
어슬한 갯벌을 서성인다.

박상설 전문기자는 2015년 11월 4일 KBS1 TV ‘사람과 사람들’에 출연했다. 이 프로그램은 ‘88세 청년의 독립선언’을 주제로 당일 오후 7시30분 방영됐다. 당시 KBS는 자연과 함께 일평생을 살아가는 오지탐험가이자 최고령 전문기자 박상설 캠프나비 대표를 한 달 이상 동행 취재하며 그의 삶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대기업 감리 담당임원 출신인 박상설 <아시아엔> 전문기자는 33년 전 갑작스럽게 찾아온 뇌졸중으로 1년을 채 넘길 수 없다는 의사의 진단을 받았으나 이를 극복하고, 현재까지 오지 곳곳을 누비며 자연주의 탐험가로 제2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레이저 수술로 그가 시력을 회복하길 바란다. 꼭 그렇게 되길 기도한다.

그러나, 설령 시력이 제로가 되더라도 그는 평생 걸어온 발자취를 빠짐없이 전하고 가시길 기도한다. 자신의 삶을 용기있고 아름답게 살아내고 있는 박상설 전문기자. <실락원>과 <복락원>을 남긴 존 밀턴의 400년 후배 박상설 전문기자의 치열한 삶이 어떻게 이어질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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