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고자 하거든 남을 섬기라” 배재학당과 영국 이튼칼리지

배재학당

[아시아엔=김국헌 전 국방부 정책기획관] 배재학당은 1885년 미국 선교사 아펜젤러가 세운 최초 학당이다. 이듬해 고종 황제가 배재학당의 학교명을 하사하였다. 일본 등의 침략세력이 몰려오는 가운데 인재를 길러 나라를 바로 세우려는 운동의 일환이었다.

그 후 중앙, 중동, 양정, 휘문 학교 등이 생겼는데 이들 학교는 건학정신이 분명했다. 일본이 세운 중등학교는 식민지배를 위한 일꾼을 육성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학교 명칭부터 차별을 두었다. 일본인 학생을 위한 학교는 중학교, 조선인이 다니는 학교는 고등보통학교로 불렀다.

오늘날의 서울고는 경성중학이었고, 경기고는 제1고보, 경복고는 제2고보, 경북고는 대구고보, 광주일고는 광주고보였다.

배재학당의 졸업생 가운데는 이승만 대통령이 가장 유명하다. 이승만은 1919년 대한민국임시정부 초대 대통령으로 추대되었고, 1948년 대한민국 건국 대통령으로 선출 되었다. 오늘날에 와서 배재학당은 대전의 배재대학교로 이어지고 있는데 여기에 이승만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배재대에서 이승만의 동상을 보면 頂門의 一針을 맞는 것과 같은 충격을 받는다.

배재학당의 교훈은 ‘크고자 하거든 남을 섬기라’다. 그 뜻이 깊다. 배재의 응원가도 유명하다. 1960년대에는 서울시내 고등학교 브라스밴드 경연대회가 있었는데 “우리 배재학당 배재학당 노래합시다”로 시작되는 응원가는 다른 학교 학생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 응원가로 배재 동창은 하나가 된다. 대학 스포츠의 명문인 고려대학교와 연세대학교의 응원가로 안암골과 신촌이 들썩이는 것을 연상하면 된다.

배재학당 안에 있는 이승만 대통령 동상

이들 명문 학교의 건학정신이 오늘날 제대로 이어지지 않고 있는 것은 유감이다. 학교의 건학정신을 계승하고 전통을 이어가는 이사회가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이사회가 선출하는 교장 역시 그렇다.

영국의 지도자를 양성하는 이튼칼리지는 영국의 정체성을 표상한다. 윈저성을 바라보는 위치 자체가 왕실을 반영한다. 지금까지 총 21명의 수상을 배출했으며, 올림픽에서 메달을 획득한 졸업생도 많다. 넬슨이 “트라팔가 승리는 이튼의 운동장에서 얻어진 것”이라고 했는데 ‘건전한 정신은 건강한 육체가 함께’ 가야한다는 것을 되살린다. 세계 1차대전 때 이튼 전교생의 3분의 1이 전사했는데 영화 <불의 전차>(Chariot of fire)는 이를 잘 그리고 있다.

故 이병형 장군이 전쟁기념관을 지을 때 6·25전쟁에서 전사한 외국 참전용사들 이름을 하나하나 새겨 넣은 것은 여기에 깊은 감명을 받은 것이다. 외국인이 한국을 방문하며 깊은 인상을 받는 것 중의 하나가 이 명판을 접하는 것이라고 한다.

명문 고등학교를 되살리는 것은 나라를 다시 세우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는 의식이 투철할 때에야 비로소 나라가 바로 설 수 있다. ‘크고자 하거든 남을 섬기라’는 배재의 교훈은 모두들, 특히 정치인이 두고두고 되씹어보아야 할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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