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벳-유럽] 현대 세계공용어의 뿌리 ‘라틴어’
우리가 하루 동안 읽는 글자는 모두 몇 자나 될까요? 우리가 하루에 사용하는 단어는 얼마나 될까요? 아무 것도 읽지 않고,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며칠이나 견딜 수 있을까요? ‘나’와 ‘글자’에 대해 한번 생각해본 적이 있으신지요? 매거진N이 ‘알파벳’이란 보통명사로 통칭되는 ‘글자’의 이모저모를 살펴봅니다. 이집트·파키스탄·이탈리아 그리고 터키기자들은 무슨 얘기를 펼쳤을까요? <편집자>
[아시아엔=알레산드라 보나노미 <아시아엔> 기자] 로마의 티베르강 하류의 작은 마을에서 시작된 라틴어는 로마가 정치적 영향력과 비례해 주변에 확산됐다. 이탈리아를 시작으로 남·서부 유럽, 아프리카 중서부 그리고 지중해 지역까지 영향을 미쳤다. 오늘날 로마어 군(群)은 로마제국이 다양한 지역에서 사용한 라틴어로부터 발전했다. 중세 이후 최근까지, 라틴어는 서구에서 학술·문화면에서 가장 넓게 사용됐다. 지금도 로마가톨릭교회 예배에서는 필수 언어다.
현존하는 라틴어 최고(古) 문서는 기원전 7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초기 라틴어는 문서용, 웅변용 그리고 생활언어 등 최소한 3가지가 있었다. 서기 3세기 이후에는 상황이 변했다. 많은 문헌이 구어로 된 ‘통속 라틴어’로 기록됐다. 어거스틴 등 성인들은 대중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통속 라틴어’로 저술했다.
고전 라틴어에서는 음절, 특히 모음이 음성적 특징을 좌우했다. 라틴어는 또 주어를 지칭할 때 사용하는 주격, 소유격, 여격(與格), 대격(對格) 등 현대영문법에도 등장하는 형태를 이미 갖추고 있었다. 로마어 어군에서는 명사나 동사의 어원을 보면 라틴어가 많이 사용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관용구도 통속 라틴어에서 파생된 경우가 많다.
라틴어는 이탈리아어 계통의 인도유럽 어족의 언어군과 하위그룹을 형성하는데,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그리고 루마니아어를 포함하고 있다. 로마어 어군 가운데 카탈로니아어, 사르디니아어는 정치·문화적으로 큰 의미를 지닌다. 로마어 어군은 수많은 여타 어군 중에서도 특히 흔히 발견되고 있다. 로마어 어군은 음운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기본어휘와 문법형태 대부분은 초기와 유사한 상태로 남아있다.
이와 함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보면 로마제국 언어와 몹시 흡사하다는 것을 우리는 알 수 있다. 현존하는 많은 문학작품과 종교·학술 유산을 보면 로마어와 라틴어가 얼마나 유사점이 많은 지 쉽게 할 수 있다. 로마가 이탈리아를 점령하면서 이베리아반도, 갈리아 그리고 발칸반도에 로마자가 퍼지기 시작한 것은 훗날 미국, 아프리카, 아시아 등 유럽과 식민지 및 무역관계를 맺고 있던 지역에서 프랑스어·스페인어·포르투갈어를 사용하는 것과 마찬가지 관점에서 볼 수 있다.
기독교가 번성하면서 라틴어는 새로운 지역으로 계속 퍼져나갔다. 아일랜드에서 기본형 그대로 보존되던 것이 영국으로 퍼져나간 것이 바로 그 사례다. 라틴어는 로마가톨릭 교회의 공식적인 언어로 쓰였는데, 각각의 교회에서 자기 지역의 토착어를 사용한 것은 20세기 후반이 되어서야 가능했다.
라틴어는 각종 개혁조치, 초기 민족주의, 인쇄술 발명 등이 있던 16세기까지 과학기술과 학문분야에서 지배적인 지위에 있었다. 20세기 후반 들어 서구의 각급학교에서 더 이상 고전언어 즉 라틴어를 가르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 언어는 그리스어와 함께 수세기 동안 교양의 기준으로 간주돼 왔다.
현재도 북아프리카의 베르베르어는 농업관련 용어를 라틴어에서 차용해 사용하고 있다. 로마의 위상을 짐작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또 바스크어는 행정·상업·군사용어를 많이 차용했다. 이들 가운데는 이것이 스페인어인지 라틴어인지 불분명한 것도 있다. 또 그리스어와 슬라브족 언어에는 상대적으로 라틴어 어휘가 적고 행정·상업 관련 용어에서 두드러질 뿐이다.
16세기 유럽에서 인도대륙을 방문한 사람들은 인도아리아어, 이란어와 유럽의 언어 사이에서 유사점을 발견하기 시작했다. 토마스 스티븐스는 인도어와 그리스어 그리고 라틴어 사이의 공통점에 주목했다. 플로랑스에서 1540년 태어난 상인 필리포 사쎄티(Filippo Sassetti)는 인도대륙을 여행하며 산스크리트어와 이탈리아어 단어 사이의 공통점을 찾아냈다.
네덜란드 언어학자 마르쿠스 주에리우스 본 복스혼(Marcus Zuerius van Boxhorn)은 아시아의 특정 언어와 유럽언어 사이의 공통점을 밝혀냈다. 그는 자신이 스키타이어라고 명명한 언어의 같은 조상에서 파생되었다는 가설을 펼쳤다. 이 가설은 1786년 윌리엄 존스 경이 당시 가장 오래된 세 가지 언어 즉 라틴어, 그리스어 그리고 산스크리트어의 두드러진 유사점에서 다시 확인되고 있다. 토마스 융은 서유럽과 북인도의 지리상 위치에서 차용한 ‘인도유럽어족’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사람으로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