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포퓰리즘-파키스탄] ‘인기몰이’로 집권, 임란 칸 총리의 ‘신화’와 ‘현실’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의 후보시절 유세장면(오른쪽) 사진 왼쪽은 크리켓 선수 시절의 임란 칸.

포퓰리즘의 기원은 어디인가? 어떤 학자는 로마제국의 의회를, 또다른 한편에선 미국 건국 이후 확산된 민주주의와 공화주의 흐름에서 생겨났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 둘의 공통점은 의회이다. 본래 국가운영에 국민의 뜻을 반영하자는 취지에서 출발한 의회정치는 그러나 실제로는 국민을 앞세워 자기 자신과 정파의 이익을 챙기는 정치인들에 의해 오염되는 일이 다반사다. 바로 이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포퓰리즘’이다. <매거진 N>은 아시아 각국의 정치현장에서 실제 벌어지고 있는 포퓰리즘을 살펴봤다. <매거진N> 11월호 스페셜 리포트는 터키의 에르도안 대통령이 최초 집권과 2016년 7월 쿠데타 이후 권력 강화 과정에서 그가 포퓰리즘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추적했다. 또 고대로마 이후 의회정치의 산실로 불리는 이탈리아의 현재 연립내각의 ‘포퓰리즘 노하우’를 살펴본 독자들은 파키스탄, 이집트, 필리핀의 정치현실과 포퓰리즘과의 함수관계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IT강국으로 강력한 규범에 의해 통제되는 민주주의를 실행하고 있는 싱가포르에선 포퓰리즘이 과연 어떤 의미를 띠고 있는지 이 나라 최고 매체인 <스트레이트타임즈> 기자출신인 아이반 림 아시아기자협회 전 회장의 분석을 통해 들여다봤다. <편집자>

[아시아엔=나시르 아이자즈(Nasir Aijaz) <아시아엔> 파키스탄 지부장, PPI 전 편집국장] 아무리 어려운 결정도 손쉽게 뒤집는 포퓰리스트의 약속은 공허한 미사여구, 무책임한 리더십을 수반한다. 포퓰리즘 정당이던 ‘파키스탄 정의운동’(PTI)을 이끌던 임란 칸은 7월 25일 총선에서 승리, 8월 총리 취임 선서를 했다.

대규모 선거부정 혐의에도 불구하고 파키스탄 선거관리위원회는 그의 승리를 선언했다. 파키스탄의 경우 1970년 12월 선거에서 당선된 알리 부토 파키스탄민중당(PPP) 총재가 당선된 이후 임란 칸을 48년만에 등장한 ‘포퓰리즘 지도자’로 보는 시각이 파키스탄에는 많다. 정치평론가들은 “임란 칸의 총리취임을 계기로 파키스탄이 다시 포퓰리즘 정치인이 이끄는 국가의 대열에 합류했다”고 보고 있다.

물론 일부 평론가들은 “7월 25일 파키스탄 총선거가 국가의 미래 전망을 훨씬 더 모호하게 만들었다”며 부정적인 평가를 주저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란 칸의 포퓰리즘에 대해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그의 포퓰리즘이 편리한 정치적 수단이 아니라 오래된 신념이라는 사실이다. 포퓰리스트 지도자들이 이끄는 국가들은 저개발 민주주의에서 권위주의 단계로 후퇴했다. 이들 국가는 종종 자신들을 민주주의라고 부르며, 선거 실사는 바로 그 증거라고 말한다.

파키스탄의 역사적 인물이었던 알리 부토와 임란 칸의 확실한 차이점 하나는 임란 칸은 대중적 포퓰리스트라는 사실이다. 또 다른 하나는 부토 전 총리는 군부독재와 맞서 싸우며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고군분투했다는 점이다. 그는 중대한 정치·경제 위기에서 국가를 이끌어 낸 국제적인 인물이다. 부토는 또 헌법제정에 앞장섰다. 반면, 칸은 군사 및 민간관료로 구성된 기구의 설치를 요청하며, 지난 5년간 민간정부에 반대해 ‘거리정치’를 계속했다.

분석가들은 임란 칸의 이른바 ‘포퓰리즘 경향’에 반하는 파키스탄 정치구조의 많은 요소들을 지적하기도 한다. 즉 첫째, 파키스탄의 전략적 안보 및 외교정책이 군부에 의해 결정되는 다소 왜곡된 準민주주의 국가라는 점을 들고 있다. 군부가 권력을 장악한 국가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권위주의 국가에서도 군부는 민간정부에 귀속되어 있다.

둘째, 임란 칸 총리가 속한 PTI는 지난 총선에서 과반수 확보에 실패해 연립정부를 구성해야 했다. PTI는 당시 소수정당과 무소속 당선자들의 도움이 필요로 했으며 그들은 서로에게 적절한 반대급부 약속이 오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 한가지 우려스러운 점은 PTI 정부와 임란 칸 총리는 내각 구성 후 U턴을 수없이 하고 있다. PTI 정부는 과도한 세금을 부과하고, 석유·가스·전기 등 750가지가 넘는 소비품목의 가격을 인상했다. 또 수십억 달러의 대외차관 부담을 안고 있다. 파키스탄에선 칸 총리를 ‘U턴 칸’(U-turn Khan)으로 부르고 있는 실정이다. 그는 취임 석달이 지나도록 권력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 소위 ‘인기그래프’는 급격히 하락하고 있으며 PTI와 그 지도자 임란 칸의 ‘포퓰리즘’은 더 이상 현실이 아니라 신화일 뿐이란 평가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