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문화 첫걸음] 民以食为天···이영애 ‘대장금’도 식후경?

대장금과 이영애

[아시아엔=강성현 <아시아엔> 선임기자] 백성에게는 먹는 것이 하늘만큼이나 중요하다는 뜻이다. 여전히 배고프고 가난한 중국서민들은 “민이스웨이티엔”(民以食为天)을 입에 달고 산다. “사람은 쇠요, 밥은 강철”(人是鐵,飯是鋼)이라는 말도 비슷한 의미로 흔히 사용된다.

새벽 인력시장에서 일자리를 찾은 노동자들도, 점심때가 되면 입가에 환한 미소를 지으며 곧잘 이렇게 말한다. “다 먹고 살려고 이 고생하는 것 아닌가!”, “목구멍이 포도청이여!”

<중국인을 말하다>(閑話 中國人), <제국의 슬픔>(帝國的惆怅), <품삼국>(品三國)의 저자로도 우리에게 친숙한 이중톈(易中天·72) 샤먼대(厦門大) 교수의 얘기를 떠올려 보자.

“‘백성에게는 먹는 것이 하늘이다’라는 말이 있다. 세상에 하늘보다 더 큰 것이 있을까? 중국인은 먹는 것을 하늘처럼 생각했고, 세상만사 가운데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하늘 아래 먹는 일 빼고 무엇이 있을까’라고까지 했다.”(<이중톈, 중국인을 말하다>, 박경숙 역, 은행나무 출판, 31쪽)

음식을 ‘목숨’처럼 받드는 중국에 상륙한 <대장금>의 인기는 하늘을 찔렀다. 당시 절강대학 모임에서 만났던, 지금은 은퇴한 베이징 교통대학 통징차이(佟景才) 교수의 얘기다. “대장금이 방영되는 날이면 모두 일찍 귀가해서 베이징이 쥐죽은 듯 고요해요.”

중국서 큰 인기를 얻은 드라마 <대장금>. 음식을 ‘하늘’처럼 받드는 민초의 고달픈 삶이 <대장금> 열풍에 크게 작용했다.

‘한국인의 밥상’ ‘대장금’ 열풍 중국서 이을 듯

2012년 5월 관영 CCTV에서 제작·방영한 <혀끝에서 느끼는 중국>(舌尖上的中國) 7부작이 화제에 올랐다. 56개 민족 고유의 독특한 음식문화를 생동감 있게 표현하였다. 나의 중국 제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중국을 이해하는데 적절한 ‘작품’이라며 시청을 권하였다. <한국인의 밥상>이라는 프로그램과 흡사하다. <혀끝에서 느끼는 중국>은 방영과 동시에 일약 세계인의 주목을 끌었다.

인기리에 방영중인 장수 프로그램 <한국인의 밥 받드는 중국사회 특성 반영상>은 최불암씨의 구수한 목소리가 돋보인다. 농어촌·산촌 할 것 없이 각 지방의 온갖 토속음식들이 소개된다. 머지않아 <한국인의 밥상>도 <대장금>에 이어 중국인의 밥상머리를 강타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중국 사람들은 길에서 아는 사람을 만나면, “츠판르어마”(吃飯了吗)라고 반갑게 인사말을 건넨다. 잘 살게 된 우리도 여전히 “식사 하셨습니까?”라는 말이 입에서 떠나지 않는다. “곡간에서 인심난다”, “먹고 죽은 귀신 때깔도 좋다”는 우리 속담을 뒤집어보면, 서민들의 힘겨운 삶의 또 다른 표현방식이다.

“민심을 얻는 자가 천하를 얻는다.”(得民心者, 得天下.)고 했다. 굶어 죽어가던 시절에 민심을 얻는 으뜸은 단연 ‘배불리 먹고 배 두드리는’(含哺鼓腹) 삶이었다.

시진핑은 취임 후 이어진 내외신 기자 상견례 석상에서, 공산당 창당 100주년이 되는 2021년까지는 전면적인 ‘소강사회’(小康社會)에 진입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소강사회란 유가(儒家)에서 말하는 이상사회인 ‘대동사회’(大同社會)보다 한 단계 아래로, 예와 법으로 다스려지는 사회를 말한다.

‘소강’이란 말은 <시경> ‘대아’(大雅)편에 처음 등장한다. “수고로운 백성을 조금 편안하게 해주는 상태”(民亦勞止,汔可小康)를 소강이라 하였다. 소강사회를 달리 표현하면, ‘등 따시고 배부른’(溫飽)상태로서, 전 국민이 의식주 등 기본적 욕구 충족단계를 넘어 어느 정도 여유 있는 생활을 누리는 사회를 말한다.

가마꾼·대학수위도 “등 따시고 배부르면 최고”

광활한 판도를 자랑했던 청의 건륭제 이래, 지금 중국은 다시 한번 풍요와 번영을 구가하고 있다. 작은 사범대학 캠퍼스 곳곳에 고급 외제차가 즐비하다. 대학 후근부(後勤部)에 근무하는 50대 중반의 수리공도 스텔라처럼 오래된 검정차를 굉음을 내며 바삐 몰고 다닌다. 학교 건물을 지키는 늙수그레한 수위(保安) 아저씨도 빨간 ‘고물소형차’를 애마 다루듯 열심히 닦고 있다.

중국의 새벽시장은 어디가나 인산인해를 이룬다. 아래를 바라보니, 낯익은 물고기가 고무대야에 반쯤 누운 채로 이방인을 반긴다. 맛있고 귀한 쏘가리다. 마리당 40위안(우리 돈 약 6500원) 정도하며, 50위안이 넘는 큰 놈도 있다. 서민들 주머니 사정을 감안할 때 결코 만만치 않은 가격이다.

오래 전, 화천 파로호나 임진강 부근 횟집에서 쏘가리회, 쏘가리 매운탕을 먹은 기억이 새롭다. 그때 횟집 주인이 담아 온 쏘가리 쓸개가 ‘산삼’처럼 귀하다고 하기에 소주에 타 마신 기억이 난다. 예나 지금이나 쏘가리회는 귀해서 먹기가 쉽지 않다. 청남대 주변이나 파로호에서 어부나 보트꾼들이 잡은 쏘가리회를 맛보려면 꽤 공을 들여야 한다.

쏘가리는 ‘꾸이위’(桂魚) 또는 ‘꾸이화위’(桂花魚)라 불리며, 중국에서도 귀한 축에 속한다. 지갑이 얇은 서민들은 한 마리에 40위안이나 하는 쏘가리는 감히 사먹을 엄두를 내지 못한다. 쏘가리는 낯선 한국인이 나타날 때까지 임자를 못 만나, 이리 뒹굴고 저리 뒹군다. 사람들이 만져만 보고 기피하는 바람에, 장쑤성 옌청시(鹽城市) 어느 새벽시장의 쏘가리를 일년 내내 독식하는 호사를 누렸다.

한 번에 서너 마리 집어넣고 쏘가리 매운탕을 끓여, 바이주(白酒) 한잔에 쏘가리 살점을 뜯으며 객수(客愁)를 달랬다. “아! 옛날이여~”

흰죽 한 그릇에 만두 한입 베어 물고, 치열하게 살아가는 중국 민초들의 모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끝도 없이 이어지는 가파른 계단을 ‘뚱보 아주머니’를 메고 내려가는 장가계의 가마꾼들, 구슬땀 흘리며 열심히 면을 볶고 있는 사범대학 후문의 젊은 주방장, 손가락이 얼어터진 채 가게를 지키는 새벽시장 생선가게 아주머니, 늦둥이에게 젖을 물리며 반가이 맞아주는 단골 쌀가게 아주머니, 젊어 한때 인천 오수처리장에서 막노동을 했다며 이방인에게 따뜻한 눈길을 보내던 통통한 경비아저씨가 몹시도 그립다. 故 차중락의 애잔한 노래가 귓전을 울린다. “…아~아~아~아~ 그 옛날이 너무도~ 그리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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