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 회장 20년 독주체제 닛산···“스스로 결정할 수 없는 회사 됐다”
[아시아엔=정연옥 객원기자] 닛산자동차는 22일 임시이사회에서 카를로스 곤 회장의 회장직과 대표이사직 해임을 결정했다.
<마이니치신문>은 22일 밤 온라인판에서 “곤 회장은 강력한 리더십으로 일본식 경영을 타파하고, 실적을 회복시키는 한편 사내 반대 여론을 막고 자신의 지배하에 두었다”며 “부정으로 인하여 막판에 수치를 당하고 경영 일선을 떠나는 ‘카리스마 경영자’가 남긴 공과는 크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그는 애초 취임 당시 단기적인 회사 재건과 경영전략 등을 그리기 쉽지 않을 것이란 당시 임원들의 견해에도 불구하고 취임 첫해인 1999년 6843억엔 적자를 1년 만에 3310억엔의 흑자로 전환시킨 장본인”이라고 썼다. 마이니치는 또 “‘흑자로 바꾸지 못하면 모든 이사가 사임한다’고 큰소리 치며 경영혁신에 착수한 곤 회장은 ‘V자 회복의 주역’으로서 명성을 손에 거머쥐게 되었다”고 했다.
곤 회장은 자신의 닛산 재건계획인 ‘닛산 리바이벌 플랜’을 통해 그의 대명사가 된 ‘COST CUT’ 일환으로 전체 종업원의 14%에 해당하는 2만1000명을 정리해고하고 부품 조달처도 반감(半減)시키는 동시에 주문을 늘리는 대신에 가격인하를 강요했다. 당시 사정에 정통한 경제산업성 전 간부는 “계열부품 업체와의 거래는 일본 자동차산업 기술과 품질을 지원하는 면도 있지만 이에 따른 고비용의 부작용이 있어 곤 회장은 이를 과감하게 잘라냈다”고 말했다.
마이니치신문은 “그러나 2005년 닛산과 르노의 최고경영책임자(CEO)를 겸임하면서 곤 회장의 독재 성향이 강하게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북미에 비해 국내사업 수익목표가 어렵다고 지적한 한 임원에 대해 ‘성과가 오르지 않는 것인가, 아니면 내게 반대를 하는가’라며 격앙된 어조로 말했다”고 이 회사 전직 임원의 말을 인용, 보도했다.
이 신문은 “곤 회장은 전기자동차(EV) 주행거리를 보충하기 위한 소형발전기의 탑재를 둘러싸고 여러 임원이 탑재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비용증가를 꺼리는 곤 회장의 눈치를 보느라 아무도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고 했다.
한편, 곤 회장은 닛산의 르노로부터 독립성을 유지하게 한 ‘방파제’ 역할을 한 측면도 있었다. 자본제휴 다음해 르노로부터 물밑 경영통합이 타진되자 강경하게 반대한 바 있다.
20년에 걸친 ‘원맨 지배’ 아래 곤 회장과 함께 대표이사로 경영을 맡은 경험이 있는 전직 고위 간부는 “처음에는 그를 르노의 첩자로 보는 시각도 있었다”며 “비록 자신의 사적 야망과 이익 때문이었다고는 하지만 필사적으로 닛산을 발전시킨 모습에는 감사하는 측면도 있다”고 복잡한 심경을 밝혔다.
이 간부는 “닛산은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수 없는 회사가 되어 버렸다”며 “책임은 우리들 역대 경영진에게 있다”고 말했다고 마이니치는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