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O 왜 위험한가②] 유전자변형 감자 식탁위협···’GMO 완전표시제’ 공약 실종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미국 감자가공업체 심플롯(Simplot)은 오래 놔둬도 색이 변하지 않고 튀겼을 때 유해 물질이 생기지 않도록 유전자를 변형한 감자를 개발해 2016년 우리 정부에 식품사용 신청을 했다. 이 회사는 운반과 가공과정에서 색이 검어져 40%를 폐기해야 하는 감자업체 골칫거리를 해결하기 위해 감자 유전자를 변형했다.
감자를 검게 만드는 유전자를 휴면(休眠, gene silencing)시켜 변색(變色)을 멈추게 하는 유전자 변형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하지만 심플롯에서 GMO 감자를 개발한 카이어스 로멘스(Caius Rommens)박사는 자신의 저서인 <판도라의 감자: 최악의 유전자조작작물>(Pandora’s Potatoes-The Worst GMOs)를 출간하면서 GMO 감자를 퇴출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26년 동안 유전공학자로 일하면서 유전자조작 작물을 개발해 온 로멘스 박사는 감자가 갈변현상(褐變現像)을 일으키는 엘라닌 유전자(PPO)를 억제하면 감자의 자연적인 스트레스 저항 반응이 저해된다는 점을 이후에 알았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감자 내 독성물질이 축적되어도 색이 변하지 않아 눈에 띄지 않을 뿐이라는 것이다. 또한 유전자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고 있어서 장기적으로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모른다.
한국소비자원은 지난 10월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포장 두부 17개 제품의 안전성 및 품질 등에 대한 시험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소비자원 자료에 “낱개로 판매되는 국산콩 두부 5개 제품의 100g당 평균가격은 942원, 수입콩 두부 7개 제품은 341원으로 콩 원산지별 가격은 약 2.8배 차이가 났다”는 내용이 있다. 이에 보도자료 제목은 ‘두부, 단백질 함량은 상대적으로 높고 탄수화물은 낮아’이지만, 다수 언론은 가격비교에 집중했다.
이와 같은 보도는 국산콩 두부가 비싸다는 내용만 부각돼 수입콩 두부를 홍보한 셈이 됐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또한 콩 재배농가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즉 쌀 생산조정제의 대체작물로 ‘콩’이 선정되어 2018년 콩 재배면적이 2017년보다 16.8% 증가한 5만3229ha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추정한다. 소비자원을 방문한 농가들은 “국산 콩 두부의 가격이 왜 높을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었고, 소비자들의 최대 관심사인 유전자변형농산물(GMO) 성분 함유량에 대한 조사가 소홀했다”고 항의했다.
즉 두부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은 GMO 성분 포함 여부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므로 소비자원이 조사결과를 발표할 때 국산콩 두부가 비싸다고 설명할 게 아니라 시중에서 유통되는 두부 관련 제품 중 수입콩을 사용한 두부 제품에서만 GMO 성분이 검출됐다는 내용을 더 강조했어야 했다. 국산콩 두부 제품에서는 GMO가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
식품의약안전처는 2017년 2월 유전자변형식품 등의 표시기준을 개정하여 GMO 표시 범위를 원재료 함량에 상관없이 유전변형 단백질이나 유전물질(DNA)이 남아 있는 모든 원재료로 확대했다. 따라서 이 기준에 따르면 GMO 성분이 검출된 수입콩 두부는 표시를 해야 한다. 그러나 두부 제조업체들은 GMO가 3% 이하인 식품의 경우 ‘비의도적 혼입’으로 간주하여 GM 식품 표시를 하지 않아도 되는 단서조항을 근거로 표시제를 비켜가고 있다.
2017년 1월부터 2018년 9월까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수입콩 88건에서 나온 GMO 비율이 1% 이내였던 것을 감안하면 현재 3%는 너무 느슨하다. ‘비의도적 혼입률’을 유럽연합(EU)은 0.9%, 호주는 1%로 설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1%로 강화하여야 한다.
지난 대선 때 ‘GMO 완전표시제’ 등을 선거공약으로 내걸었던 것과는 달리 시간이 갈수록 외국산 GMO로부터 우리 국민 식탁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GMO는 이미 우리 생활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더 늦기 전에 소비자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야 한다. 이에 정부는 GM 감자 수입 승인에 앞서 GMO 완전표시제를 먼저 시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