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표 세단 ‘이스즈 플로리언’···’차(車) 역사 그 자체’
[아시아엔=정연옥 객원기자] 자동차를 평가하는 지표에 ‘견실함’이 있다면, 단연 ‘이스즈 플로리언’을 꼽을 것이다. ‘화려한 아름다움’이 아니라 ‘제대로 된 형태’의 세단으로, 1967년부터 1982년까지 오랜 기간 생산됐다.
<아사히신문>은 12일자 ‘디지털앤드’ 난에서 “플로리언은 애초 판매 당시 ‘양파’(羊派)로 팔리기 시작했다”며 “메이커 자신의 카테고리 분류에서 ‘늑대파’(狼派). 신문광고와 판매점의 창에 붙은 포스터에서 대대적으로 광고를 하고 있었다”고 소개했다. 이 기사의 필자는 “초등학생이었던 나는 ‘늑대가 참 멋지다’고 생각했다”며 “나는 나이가 들면서 플로리언은 꽤 좋은 감각을 지닌 자동차라고 여기게 되었다”고 썼다.
스타일링을 담당한 것은 이탈리아의 카록셔리아 기어로, 66년 도쿄 모터쇼 출품 당시 차명은 ‘이스즈 117’이었다. 원래는 세단과 쿠페의 프로젝트였다. 우선 세단 버전으로 플로리안이 나오고, 1968년 ‘117 쿠페’가 시판되었다. 휠베이스 2500mm의 차체는 조금 놀라운 일이다.
후자는 말할 필요도 없이 물 흐르듯 화려한 스타일링을 한 반면, 플로리언은 매우 실질적인 패키지였다. 전체 높이를 높게 살린 헤드룸은 넓게 느껴졌고, 리어 쿼터 패널에도 윈도우가 설치되어 있어서 밝은 느낌이었다.
독일의 ‘컴팩트 메르세데스’나 ‘아우디 100’, 프랑스의 ‘푸조 504’ 같은 자동차를 좋아했던 내게 ‘플로리언’은 이들 외제차에 대항마라고 느껴졌다. 참 인상적이었다. ‘진실과 강건함’을 추구하는 것도 자동차의 매력이다.
개발비가 그다지 풍족하지 않은 이유일 수도 있지만, 좀더 동력성능이 높고, 디자인 특히 프론트 마스크에 손을 댄 사람의 센스가 달랐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은 있었다.
무엇보다도 흥미를 끄는 것은, 플로리안은 일본의 자동차 제조의 발달사 그 자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자동차 선진국들로부터 힘을 빌려 개발해 기화기가 장치된 엔진을 탑재하고, OHV였던 엔진형식을 SOHC로 만들었다. 처음에는 3단 설명서뿐이던 변속기도 드디어 5단이 되고, 석유 위기가 발생할 당시엔 디젤을 추가하는 방식 등 놀라움 그 자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