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의 아시아 탐구] 폭력·살인 등 중동 노루즈 명절의 어두운 그림자

독일에서 누루즈 명절을 이용해 반터키 정부 시위를 벌인 쿠르드계 이민자들(왼쪽) 이슬람 성지 카바에서 2015년 이드 알아드하 명절에 발생한 대형 압사사고(오른쪽)

[아시아엔=알파고 시나씨 <아시아엔> 기자] ‘명절’ 하면 흩어져 살던 식구들과 공동체 주민들이 행복을 느끼고 모처럼 통합의 힘을 과시하는 때다. 그러나 그같은 명절이 행복과 통합 대신 고통과 분열을 가져오는 모습도 종종 있다. 이 글은 바로 후자에 촛점이 맞춰져 있다.

‘누루즈’ 명절은 이란을 중심으로 하는 중앙아시아의 핵심 명절이다. 누루즈(Nowruz)는 번역하면 ‘새로운 날’이다. 즉 ‘너우’(now)는 ‘새롭다’, ‘루즈’(ruz)는 ‘날’이다. 다시 말하면 중앙아시아의 설날이 바로 ‘누루즈’라는 말이다. 중앙아시아 사람들은 봄을 맞이하는 3월 21일 무렵에 한해를 시작하며 축제를 벌인다. 한국의 설날과 중앙아시아의 누루즈는 분위기가 다소 비슷하다. 중앙아시아 사람들은 비록 종교가 서로 다르더라도 누루즈 때 같은 풍습을 따르면서 ‘통합정신’을 갖는다. 이날 낮엔 집안 어른이 계신 집에 모여 가족모임을 갖고, 밤에는 함께 소원을 빈다.

그러나 이토록 평화스러운 누루즈 때 이란과 터키 사이에서 종종 불미스런 일이 발생한다. 이란의 경우 반정부 시위가, 터키에서는 쿠르드족 독립 시위가 늘 누루즈 때 크게 터진다. 주민들이 소원을 빌기 위해 큰 불을 태우고, 불더미 위를 뛰어다닐 때 시위자들은 이 틈을 놓치지 않고 악용하는 것이다. 경찰들이 때로는 안전에 대비하기 위해서 불을 태워 소원 비는 것을 금지하기도 하지만, 경찰의 개입이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킨다. 2010년 이란 누루즈 시위 때는 50명이 체포됐으며, 2016년 누루즈엔 터키 이스탄불 시위 때는 120명이 대거 구속됐다.

‘누루즈 시위’는 더 이상 아시아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제유럽국가들도 누루즈 때마다 골머리를 앓는다. 한쪽에선 중앙아시아 이민들이 모국 규탄 시위를 벌이면, 다른 쪽에선 이들을 비난하는 데모가 벌어진다. 이민자들끼리 충돌이 일어나며 치안이 크게 불안해지는 것이다. 독일 쾰른 자치정부의 경우 누루즈 축제행사를 아예 못하도록 시도하기도 했다.

명절과 관련해 필자에게 마음이 제일 아픈 것이 누루즈보다는 ‘쿠르반’ 혹은 ‘이드 알아드하’ 명절이다. 이 명절은 이슬람 신자들이 제물을 바치는 축제다. 이드 알아드하 때는 보통 두가지를 해야 한다. 일반인들은 대가족 모임을 하고, 소나 양 한 마리를 도살하여 이 고기를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 준다. 그리고 돈이 좀 있고 사우디아라비아 비자를 발급받은 무슬림들을 이 명절에 메카에 있는 카바로 성지순례를 떠난다.

실제 이 명절은 어마어마한 행사에 속한다. 터키처럼 경제 사정이 나은 국가의 국민들은 상대적으로 빈곤한 아프리카나 동남아 지역 주민을 위해 양을 살 돈을 지불하여 고기를 맘껏 먹을 수 있게 한다. 일종의 국제적인 기부 행위가 이 명절을 통해 벌어지는 것이다. 특히 아프리카에서 고기 맛을 잘 모르거나 겨우 한 두점 맛볼 정도의 가난한 이들도 이 명절 덕분에 고기를 제대로 먹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좋은 일들이 이뤄지는 ‘이드 알아드하’ 명절이 왜 필자의 마음을 아프게 만들었을까?

1987년 이란 국적 성지순례자들이 메카에서 타국에서 온 이슬람 신자들과 함께 큰 시위를 벌였다. 사우디 정부는 이 시위를 예민하게 받아들여 과잉 진압에 나섰다. 물론 이란 정부가 이 시위를 통해 사우디에서 反왕정혁명을 목표로 삼았다는 일부 진술도 있었지만, 아직도 이슬람 공동체는 1987년 이드 알아드하 명절 때 메카에서 400여명이 왜 죽어야 했는지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 사건은 이슬람 역사에서는 ‘피 묻은 성지순례’로 기록되고, 내 가슴 속에는 ‘슬픈 이드 알아드하’로 자리잡고 있다.

이 사건 하나로만 이드 알아드하 명절이 나를 슬프게 만든 게 아니다. 이드 알아드하 명절 때는 수백만 이슬람 신자가 동시에 메카에 있는 카바를 방문하다가 행정 관리의 과실로 몇 년 걸러 큰 사고가 일어난다. 예를 들어 2015년 발생한 압사사고도 그 중 하나다. 당시 사고로 2천여명이 죽었다. 사우디 정부가 메카시 시장과 경찰청장을 즉각 해임했지만, 이러한 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무슬림 국가들은 사우디 정부를 추궁하며 책임지라고 압박한다.

제일 좋은 드라마는 반전이 많은 작품이다. 필자도 명절처럼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주제를 갖고 앞에서 쓴 것처럼 슬픈 이야기를 전해드리고 싶지는 않았다. 한편으로는 행복한 일만큼 슬퍼해야 할 일도 함께 기억하는 것이 건강한 삶을 사는 데 보탬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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