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혁명 두돌①] “촛불의 함성은 멈추지 않는다”

10월 29일은 2016년 ‘촛불혁명’이 타오르기 시작한 날이다. 촛불혁명은 최순실씨의 국정농단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권력사유화 및 무능 등에 대해 시민들이 매주 토요일 자발적으로 모여 2017년 4월 29일까지 23차례에 걸쳐 열려 마침내 불의의 세력을 내모는 데 성공했다. 전국적으로 연인원 1700만명이 참여했으며,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등 관련자 대부분 사법처리됐다. <아시아엔>은 촛불혁명 2주년을 맞아 비영리사회단체 나눔문화와 함께 ‘촛불혁명’의 의미와 주요장면을 되돌아본다. 지난해 1주년 즈음 나온 <촛불혁명>(김예슬 지음 김재현 외 사진 박노해 감수, 느린걸음 펴냄)을 바탕으로 이뤄졌음을 밝혀둔다.(편집자)

[아시아엔=김예슬 나눔문화 연구원] 촛불광장에 서면 가슴이 먹먹해지곤 했다. 추위에 떨며 찬 바닥에 앉아 촛불을 든 사람들. 아이들과 엄마 아빠, 청년들과 어르신들, 농민과 노동자들. 하얀 입김 어린 빛나는 얼굴들을 바라보다 그만 눈물이 나곤 했다.

1987년 대한민국이 민주화의 첫걸음을 내딛던 그해, 나도 첫걸음마를 시작했다. 그리고 스무 해 동안 민주주의와 함께 자라왔다. 2007년 생애 첫 대선에서 “CEO 대통령” 이명박이 들어섰고, 설마 하던 “독재자의 딸” 박근혜가 등장했다. 4대강이 파괴되고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하고 양극화가 심화되고 노동자들은 철탑 위를 오르고 청년들은 헬조선을 외치고 국가가 국민을 사찰하고 공영방송은 눈 귀를 가리고, 끝내 세월호가 침몰하고…. 돌아보면 지난 10년 나의 20대는 온통 분노와 슬픔이었다.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이런 혁명, 촛불혁명을. 1,700만 촛불시민들은 이 땅의 무너진 믿음과 희망을 되살려주었다. 세계의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한 지금 인류에게 영감과 용기를 선사해주었다.

나의 책 <촛불혁명>은 광장에서 탄생했다. 2016년 10월 첫 촛불집회부터 2017년 5월 정권교체까지, 7개의 국면과 45가지 테마 그리고 484장의 사진으로 담아낸 촛불혁명 현장의 일기다. 나의 친구이자 스승인 박노해 시인과 나눔문화 연구원들은 촛불광장의 함성이 잦아든 무렵이면 텅 빈 광화문 대로를 걸으며 밤이 깊도록 대화를 나누었다.

오늘의 사태를 정리하고 내일의 정세를 분석하고 다음 집회의 피켓 문구를 논의하고, 돌아와 밤새 수첩과 사진을 정리하며 이 책을 만들어나갔다.

“불의한 권력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건 두 가지지. 살아 움직이는 인간들의 항쟁, 그리고 그 현장의 진실과 사상을 담은 한 권의 책. 그 기록과 기억이 다음에 오는 혁명의 불꽃이기 때문이지.”(박노해) 촛불의 아이들이 이 혁명의 기억과 함께 자라나갈 수 있는 책, 이 아래로는 결코 물러서지 않고 이걸 딛고 나아갈 반석과 같은 책, 그런 바람을 담아 이 책을 지었다.

지난 10년 동안 무관심 속에서도, 탄압과 불이익을 당하면서도, 진실을 밝히고 저항해온 분들께 눈물로 감사를 전한다. 눈발을 뚫고 주말마다 광장에 나와, 끈질긴 의지로 민주주의와 정의에 대한 헌신의 아름다움을 보여주신 그대에게 우리가 함께 이뤄낸 ‘빛으로 쓴 역사’를 바친다.

 

이게 나라다

詩 박노해

 

눈발을 뚫고 왔다

추위에 떨며 왔다

촛불의 함성은 멈추지 않는다

100만 촛불은 꺼지지 않는다

 

어둠의 세력은 포위됐다

불의와 거짓은 포위됐다

국민의 명령이다

범죄자를 구속하라

 

눈보라도 겨울바람도

우리들 분노와 슬픔으로 타오르는

마음속의 촛불은 끄지 못한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

우리는 멈춰서지 않는다

 

나라를 구출하자

정의를 지켜내자

공정을 쟁취하자

희망을 살려내자

 

눈에 띄지도 않게 작은 나는

백만 촛불 중의 하나가 아니라

백만 촛불의 함성과 한몸이 된

크나큰 빛이 되어 나 여기 서 있다

 

이게 나라다

이게 민주다

이게 역사다

촛불아 모여라

될 때까지 모여라

 

2016년 11월 26일 첫눈 속의 5차 촛불집회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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