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가을비’ 신경림 “늙은 역무원 굽은 등에 흩뿌리는 가을비”

기차는 시골역에 잠시 정차해 지나온 삶의 궤적을 되돌아본다. 한 호흡 가다듬은 뒤, 미래의 설계도를 펼치고 새 철로를 달려야 한다. 어떤 스토리가 담긴 선로를 달릴 것인가. 심신을 망치는 나쁜 습관을 고쳐서 현재의 삶에서 거듭나 새로운 삶에 도전하겠다는 총체적 결심이 바로 스토리 편집력이다. 가을비는 저곳에도 내릴 것이다.

젖은 나뭇잎이 날아와
유리창에 달라붙는
간이역에는 첫시간이 돼도
손님이 없다

화물차 언덕을 돌아
뒤뚱거리며 들어설 제

붉고 푸른 깃발을 흔드는
늙은 역무원 굽은 등에
흩뿌리는 가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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