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한로’ 이상국 “어떻게 사나 걱정했는데 아프니까 좋다”

‘소’를 소재로 눈물짓게 하는 시를 쓴 이상국 시인은 한로를 그냥 넘길 수 없었나보다. 그와 인연을 맺은 조오현 스님(2018년 5월말 입적)이 곱게 물든 단풍을 바라보고 있다. 스님 눈에 비친 세상은 맑다.

가을비 끝에 몸이 피라미처럼 투명해진다

한 보름 앓고 나서

마당가 물수국 보니

꽃잎들이 눈물 자국 같다

 

날마다 자고 나면

어떻게 사나 걱정했는데

아프니까 좋다

 

헐렁한 옷을 입고

나뭇잎이 쇠는 세상에서 술을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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