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동굴소년들 해외 첫 나들이, IOC초청 아르헨 ‘유스올림픽’에
토마스 바흐 위원장 초청···美 NBC 토크쇼도 출연
태국 국왕 구조유공 국내외 188명에 최고훈장 수여
[아시아엔=김소현 기자] 지난 7월 ‘동굴의 기적’으로 세계인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든 태국 유소년 축구선수들과 코치가 첫 해외 나들이에 나선다. 3일부터 20일까지 18일 일정으로 아르헨티나와 미국을 방문하게 된 것이다. 이들의 초청은 평창올림픽 여자하키 남북한 단일팀 구성 등으로 남북관계 발전에 큰 역할을 한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에 의해 이뤄졌다. 이들은 부에노스아이레스 유스올림픽(14~18세) 참관과 다른 나라 선수들과 친선경기도 할 예정이다. 비용은 IOC가 전액 부담하기로 했다.
‘동굴의 기적’ 소년들은 이어 미국으로 건너가 NBC 방송 ‘투데이쇼’, ‘레이트 나이트’ 등 토크쇼에도 출연한다. 동굴소년들의 이번 해외여행에는 구조 총괄책임자였던 나롱싹 오솟따나꼰 전 치앙라이 지사 등 태국 정부관리들도 동행한다.
치앙라이 ‘무 빠’(야생 멧돼지) 축구아카데미 소속 선수와 코치인 이들은 6월 23일 매사이 지구의 탐루엉 동굴에 들어갔다가 갑자기 내린 비로 동굴 내 통로에 물이 차면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아이들은 실종 열흘째인 7월 2일 2명의 영국 구조전문가에 의해 동굴 안쪽 깊숙한 에어포켓 공간에서 발견돼 이후 8~10일 사흘에 걸쳐 극적으로 생환했다.
구조작업 당시에도 국제축구연맹(FIFA)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이 이들을 월드컵 결승전 등에 초청했지만, 코치인 에까뽄 찬따웡(25)과 아둔 삼온(14), 몽꼰 분삐엄(13), 뽄차이 깜루엉(16) 등 3명의 소년은 무국적 난민으로 해외여행을 할 수 없는 처지였다. 태국 정부는 소년들이 구조된 뒤 이들에 대한 국적 취득 절차를 서둘렀고 지난 8월 이들에게 시민권을 부여했다.
앞서 마하 와치랄롱꼰 태국 국왕은 지난 6일 당시 구조작업에 적극적으로 동참한 외국인 114명 등 모두 188명에게 왕실 최고훈장을 수여했다. 방콕의 왕실 광장에서 열린 수여식 행사에는 구조를 도왔던 외국 잠수·구조 전문가, 태국 해군 특수부대, 자원봉사자 등 1만여명이 초청됐다. 소년들의 생존이 확인된 후 직접 동굴에 들어가 탈출을 도운 호주 마취과 의사 겸 잠수 전문가인 리처드 해리스(53)도 초청됐다.
이날 동굴소년들과 코치는 구조작업에 동참했던 외국인과 자국민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다. 대표로 나선 아둘 삼온(13)은 이렇게 인사했다. “우리와 우리 가족을 위해 헌신한 모든 분에게 감사인사를 전합니다.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보답하는 마음으로 태국과 전 세계를 위해 훌륭한 시민이 되겠습니다. 부모님께 좋은 아이, 선생님께 좋은 학생이 되겠습니다.”
한편 이들의 일상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막내 차닌 위분렁루엉(11)은 “예전과 비교해 크게 달라진 건 없지만 친구가 더 많아졌다”고 했다. 둥펫치 프롬텝(13)의 SNS 계정 팔로어는 현재 35만8000여명이다. 그는 “인기가 많아졌지만 내 삶은 변하지 않았다”며 “나는 여전히 자전거를 타고 학교에 가고, 친구들과 축구를 하며 가끔 기부를 한다”고 했다. 친구들도 이들에게 동굴에서의 일을 묻지 않았다. 일상으로 돌아가는 걸 돕기 위해서였다. 피팟 포티(16)는 “학교로 돌아온 첫날 아무도 내게 말을 걸지 않아 놀랐다”고 했다. 찬타웡 코치는 “전세계와 태국 정부가 도와준 덕분에 우리가 평범한 삶을 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