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임금들 왜 단명했나?···팔순 넘긴 영조의 장수비결은?

영조 임금은 82세까지 장수하며 조선조 후기 문화를 꽃피웠다. 사진은 이준익 감독의 <사도>의 한 장면으로 아들 사도세자의 간청을 외면하는 영조.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보건학 박사] 우리나라는 2000년 처음으로 ‘고령화사회(aging society)’에 진입한 후 17년만인 2017년 고령화율이 14.2%를 기록하여 ‘고령사회(aged society)’에 진입했다. 유엔은 전체 인구 가운데 65세 이상 인구가 7%를 넘으면 고령화사회, 14%를 초과하면 고령사회, 그리고 20%를 넘으면 초고령사회(post-aged society)로 규정한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매년 ‘경로(敬老)의 날’인 9월17일 직전에 100세 이상 고령자를 조사하여 발표한다. 올해 100세인은 6만9785명으로 여성이 88%인 6만1454명으로 남성(8331명)보다 8배 가량 많다.

일본 최고령자(다나카 가네)는 115세로 올해 117세 여성이 사망하면서 최고령자가 됐다. 일본의 100세 이상은 전체 인구의 0.05%, 한국은 0.01% 수준이다. 통계청은 우리나라 100세인이 2018년 1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면 조선왕조 왕들의 수명은 몇 살이었을까? 태조 이성계가 고려를 멸망시키고 건국한 조선은 27명의 왕이 승계하면서 519년간 존속되었다. 조선시대 왕들의 평균수명은 46세였으나, 영조(1694-1776)는 82세까지 장수했다.

21대 임금 영조의 재위기간은 51년7개월(1724-1776)이었으며, 6명의 부인에서 14명의 자녀를 두었다. 영조의 장수비결은 소식, 절주, 잡곡밥, 인삼 그리고 건강검진이었다. <승정원일기>(承政院日記)에 따르면 영조는 연간 140회 이상 건강검진을 받았으며, 매년 20여근의 인삼을 복용했다고 한다.

조선의 제1대 태조는 중풍과 화병으로 74세에 사망했으며, 2대 정종은 노환으로 63세, 3대 태종은 폐렴으로 56세, 4대 세종은 당뇨, 풍질, 부종, 수전증 등으로 54세, 5대 문종은 등창으로 39세에 사망했다.

6대 단종(1441-1457, 재위기간 3년)은 15세 때 숙부 수양대군에게 왕위를 뺏기고 강원도 영월로 유배당했으며, 1457년에 17세 때 사사 혹은 암살되었다. <세조실록>에는 자살로 기록되어 있으나 후환을 없애고자 한 세조에 의해 사사(賜死)당했다는 설이 지배적이다.

7대 세조는 조카 단종을 폐위시키고 왕위에 올랐으나, 평생을 죄책감과 불안감에 시달렸다고 한다. 예법에 민감한 조선사회에서 백성들도 세조를 폐륜아로 인식하였다. 이에 세조(재위기간 13년)는 평생을 정신질환, 불면증, 피부병 등에 시달리다 52세에 사망했다.

8대 예종은 1469년 20세(재위 1년 2개월)에 급사(急死)했으며, 9대 성종은 1494년 38세(재위 25년)에 폐결핵 합병증으로 사망했다. 10대 연산군은 중종반정으로 강화도로 유배되었으며, 1506년 31세에 역질과 화병으로 사망했다. 11대 중종은 1544년 57세에 노환으로 사망했다.

12대 인종은 1545년 31세(재위기간 9개월)에 이질 합병증으로 사망했으며, 13대 명종은 잔병을 달고 살다 1567년 34세(재위기간 22년)에 울화병으로 사망했다. 14대 선조는 평소 앓았던 울화병이 임진왜란을 계기로 더욱 심해져 57세(재위기간 40년)에 사망했다.

15대 광해군(재위기간 15년)은 인조반정(仁祖反正)으로 강화도와 제주도에서 유배생활을 하다가 화병으로 1641년 67세에 사망했다.

16대 인조는 스트레스와 화병에 시달리다 삼전도의 굴욕 이후 더욱 심해져 1649년 55세(재위기간 26년)에 사망했으며, 17대 효종은 얼굴에 난 종기 치료에 침을 잘못 찔러 피가 그치지 않아 과다출혈로 1659년 41세(재위기간 10년)에 사망했다. 18대 현종(재위기간 15년)은 안질과 피부병으로 고생했으며 1674년 34세에 등창 합병증으로 사망했다.

19대 숙종(재위기간 45년)은 불같은 성격으로 당파싸움에 정면으로 도전했다가 심화증, 등창, 안질 등 여러 질환에 시달리다 1720년 60세에 사망했다. 20대 경종(재위기간 4년)은 질병이 많아 쇠약하고 심한 우울증을 앓았으며, 1724년 37세에 게장과 생감을 먹고 다음날 급사했으나 원인이 분명치 않아 독살설을 낳았다. 21대 영조(재위기간 51년)는 조선왕들 중에서 최장수를 하여 1776년 82세에 노환으로 별세했다.

<조선왕조실록>에 실린 22대 정조의 사인은 등창이며, 1800년 49세(재위기간 24년)에 사망했다. 그러나 등창 치료과정이 석연치 않으며, 당시 사대부의 비대한 권력을 제한하려 했던 개혁군주였기에 독살설이 있다.

23대 순조(재위기간 34년)는 소화기 계통과 변비로 고생했으며, 1834년 45세에 패혈증으로 사망했다. 24대 헌종은 후궁들과 방탕한 생활을 일삼았으며, 1849년 23세(재위기간 14년)에 폐결핵으로 사망했다.

25대 철종(재위기간 14년)은 안동김씨의 세도정치로 인하여 허수아비 왕 노릇을 하다가 1863년 33세에 폐결핵으로 사망했다. 26대 고종(재위기간 43년)은 1919년 68세에 사망했으며, 사인은 일제의 공식발표는 뇌일혈이었으나 독살 가능성이 높다.

27대 순종(재위기간 3년)은 대한제국(大韓帝國)의 마지막 황제로 1926년 53세에 심장병으로 사망했다.

조선왕으로 최고 장수를 누린 영조의 식생활은 흰쌀밥을 멀리하고 잡곡밥을 즐겼으며, 식사시간을 잘 지켰다. 또한 자신의 건강관리를 위해 내의원(內醫院)으로부터 재위 52년간 총 7284회, 연평균 140회 건강검진을 받아 질병을 예방한 것도 장수의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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