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자 차정식, ‘명성교회 세습’을 말한다

아버지 김삼환 목사(왼쪽)와 아들 김하나 목사

[아시아엔=편집국] 10일부터 열리는 예장통합 총회에선 명성교회 세습을 둘러싸고 찬반 양론이 격돌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겨레>는 8일자에서 신학자인 차정식 한일장신대 교수 인터뷰를 실었다. 제목은 ‘신학자, 명성교회 세습을 말하다’. 지난 5일 한일장신대에서 있은 인터뷰에서 차 교수는 “목사 세습은 일제 때 신사참배 이후 가장 큰 수치”라 말했다. <아시아엔>은 차정식 교수의 인터뷰를 발췌해 싣는다. 인터뷰를 한 <한겨레> 김종철 선임기자는 CBS에서 기자를 시작해 1995년 한겨레로 옮겨 논설위원, 정치부장, 신문부문 편집장을 거쳤다. 최근에는 우리 사회의 쟁점 사안과 과제에 관한 해법을 찾기 위한 인터뷰를 통해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편집자>

차정식 교수는 미국 시카고대 신학부에서 신약성서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 1997년부터 한일장신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바울신학 탐구> 등 전문 신학서 뿐 아니라 <예수, 한국사회에 답하다>와 <한국교회, 개혁의 길을 묻다> <예수 인문학> 등의 다양한 대중서를 통해 한국사회와 교회를 신학적 관점에서 날카롭게 분석하고 비판해 오고 있다. 그는 20여년 동안 일해 모은 돈으로 전남 여수의 섬 금오도에 작은 집을 지었다. 힘들게 일한 사람들이 와서 자연을 누리면서 쉴 수 있도록 공간을 개방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외 다른 곳으로 이직할 기회도 거절했다.

인터뷰 말미 차 교수 말이다. “내가 가르친 젊은 목사와 선교사들이 열악한 시골과 오지에서 극진하게 섬기는 삶을 살고 있다. 그들에게 우리가 살고 있는 작은 공동체를 지키면서 열심히 살자고 기회닿을 때마다 강조해왔다. 그래놓고 내가 미국으로 또는 서울로 떠나면 그것이야말로 자가당착 아니냐. 틈틈이 섬을 찾아 땀흘리며 일하는 것은 조그만 대안 가치를 추구하는 시늉이라도 하고 싶어서다.”

다음은 <한겨레>가 뽑은 인터뷰 기사 부제다.

세습금지한 교회 헌법 있으나

명성교회 교묘하게 빠져나가

목사 아들 다른 교회로 뺐다가

3년 뒤 담임목사로 청빙 ‘꼼수’

재판국 교회편들기에 반발 거세

 

신약성서 전공한 차정식 교수

“교회 성장은 목사 리더십 외에

교인의 헌신적 봉사 덕에 가능

목사 세습은 그 수고의 열매를

특정 혈족이 독점하겠다는 것”

 

다음은 인터뷰 본문 일부.

-명성교회 세습 반대 서명에도 참여했던데 이번 명성교회 세습 사태가 왜 문제인가.

“먼저 기본 전제로 둘 것은 내가 남을 정죄하거나 심판할 만큼 대단히 의로운 삶을 살아오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논란이 되는 김삼환 목사나 아들 김하나 목사가 갖고 있는 목회자로서의 인정할 만한 많은 장점도 저는 갖고 있지 않다. 그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에 대해서는 발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이유는 첫째, 한국 교회에서 비중과 영향력이 큰 김 목사 부자가 평소 한 공적인 발언을 어겼기 때문이다. 김삼환 목사는 평소 한국 교회의 순결함을 위해서 세습을 하면 안 된다고 얘기했다. 아들 김하나 목사도 절대로 세습을 하지 않겠다고 대외적으로 공언했다. 그래놓고 말을 뒤집음으로써 목사에 대한 불신을 재촉하고, 우리 사회의 냉소주의를 확산시켰다. 둘째는 세습을 금하는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 헌법이 만들어졌으면 그것을 지키고 순종하는 게 지도적 위치에 있는 목사가 해야 할 일인데도 법의 취지를 무시하고 세습을 밀어부치고 있다. 매우 실망스럽다.”

-신학적 측면에서는 어떤가.

“신학적 성서적 차원에서도 기독교의 근본 가치에 위배된다. 성경을 보면 초기 기독교에는 불교의 출가정신과는 조금 다르지만 하나님 나라의 공적인 가치를 위해서 집을 떠나 목숨 걸고 헌신하는 일종의 출가정신이 있었다. 예수님이 한번은 어머니와 형제들이 찾아와서 문밖에 기다린다고 하니까 ‘누가 나의 어머니이고 형제인가’라고 묻고는 제자들을 바라보면서 ‘바로 이들이 나의 어머니이고 형제이다’고 했다. 그때까지 종교적 언약의 전승에서 중요시되던 ‘혈연 가족’을 넘어 ‘하나님의 가족’을 지향한 것이다. 혈연 가족을 떠난다는 것은 자기 재산 등 사적인 모든 소유를 부정하는 무소유의 정신을 의미하는 것이다. 제자들도 예수의 그런 대의명분을 따라 헌신했다. 그것이 초대 교회의 중요한 토대가 됐다. 따라서 예수님이라면 이 문제를 어떻게 봤을까를 생각해보면 답은 분명하다. 성서의 근본정신에 대한 완전한 위배다.”

-명성교회는 오히려 성서를 들어서 세습이 정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주일 예배에서 고세진 목사(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 전 총장)는 “예수도 하나님의 일을 물려받았다. 교회는 원래 세습으로 이뤄진다”고 했다.

“그건 초등학생이 들어도 말이 안 되는 어거지다. 상식과 기본 가치, 최소한의 지성이 있는 사람이면 쉽사리 분별할 수 있는 사안이다. 김삼환 목사와의 인연 등 사적인 의리관계가 작용한 것 같은데, 시카고대학교에서 근동고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는 등 지성을 추구하는 목회자이자 학자가 그런 얘기를 했다는 것은 정말 실망이다.”

인터뷰 말미 차 교수가 한 말이다. “내가 가르친 젊은 목사와 선교사들이 열악한 시골과 오지에서 극진하게 섬기는 삶을 살고 있다. 그들에게 우리가 살고 있는 작은 공동체를 지키면서 열심히 살자고 기회닿을 때마다 강조해왔다. 그래놓고 내가 미국으로 또는 서울로 떠나면 그것이야말로 자가당착 아니냐. 틈틈이 섬을 찾아 땀흘리며 일하는 것은 조그만 대안 가치를 추구하는 시늉이라도 하고 싶어서다.”

아래 링크는 인터뷰 전문.

https://news.v.daum.net/v/20180909093603703?rcmd=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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