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축제, 종교와 충돌할 이유 없어···하나의 문화로 이해해야”
[아시아엔=알레산더 보나노미 기자] 성소수자를 말하는 LGBT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LGBT는 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트렌스젠더(Lesbian·Gay·Bisexual·Transgender)를 말합니다. <아시아엔>은 성소수자인 이들에 대해 독자들에게 자세히 소개하기로 했습니다. 소수자인 이들이 어떤 차별이나 냉대 대신 동등한 지위를 통해 동일한 대접을 받아야 마땅하다는 생각입니다. 아랫 글은 퀴어문화축제 강명진 조직위원장에 대한 인터뷰 글입니다. <편집자>
-언제 어떻게 서울 퀴어축제가 시작했는지?
“퀴어문화축제는 ‘2000 서울퀴어영상영화축제’의 이벤트 중 하나였다. 하지만 그날 많은 사람들이 참석했는데도 불구하고 아쉽게도 날씨가 궂어서 취소됐다. 이 축제가 한국에서 처음 기록된 퀴어문화축제다.”
-한국에서 LGBT 사람들의 상황은 어떠한가?
“당신이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나의 답은 달라질 것 같다. 하지만 정치적으로 혹은 공식 행사를 준비할 때에 한해 말하자면, LGBT 사람들은 빈번한 반발과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이들은 실제로 한국 사회의 일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개인적인 차원에서 보았을 때는 사람마다 다른 입장을 보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일부 LGBT 사람들은 퀴어행사와 LGBT사회운동을 통해 LGBT가 더 알려지는 것을 좋게 생각한다. 반면, 퀴어들 중 LGBT가 주목받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이들도 있다. 그들은 자신의 사생활이 굳이 세상에 알려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LGBT 사람들이 겪는 차별 사례를 말해달라.
“개인차가 있겠지만, 대다수는 커밍아웃 이후 가족, 친구, 교회 등 사회로부터 분리되는 경우가 많다. 사회에서 LGBT 사람들을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방적이고 동성애에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는 가정에 있는 사람의 경우 커밍아웃 후 더 순조로운 변화를 경험하기도 한다. LGBT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선 때문에 직장 내에는 차별이 존재한다. 누군가 커밍아웃을 하면 직장동료들은 그들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이것이 많은 동성애자들이 직장에서의 커밍아웃을 피하는 이유다. 커밍아웃을 하면, 대개 출세길이 막힌다. 특히 학교에서의 커밍아웃은 더더욱 조심스럽다. 한국에선 교사들과 행정담당자들이 동성애 학생을 찾아내느라 혈안이 되어있기 때문이다. 일단 학교에선 아이들로부터 동성애자가 있다는 소문을 듣게 되면, 동성애 학생이나 커플을 쫓아내려고 한다. 최근 여학교에서 레즈비언 커플이 퇴학당한 사건이 이를 잘 보여준다.”
-한국의 유명인들은 LGBT커뮤니티를 지지하는 편인가? 누가, 어떻게 지지하고 있는지 말해줄 수 있나?
“LGBT를 바라보는 일반적인 (부정적) 시선 때문에 유명인들이 공개적으로 지지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떤 유명인이, 또 얼마나 많은 유명인들이 LGBT를 지지하는지 구체적인 답을 주기 어렵다. 일부 음악가와 밴드가 LGBT 행사에 참여하거나 SNS 계정을 통해 LGBT 권리를 지지하는 유명인들이 몇몇 있는것으로 안다. 하지만 우리가 그들의 프로필 하나하나 다 살펴보기 어렵기 때문에 잘 알지 못한다.”
-LGBT커뮤니티와 종교단체의 관계는 어떠한가?
“관계라기보다 반응과 반응 사이의 상호작용이라고 본다. 이전에 큰 교회들이 동성애가 잘못된 것이라 주장하며 LGBT사람들을 비난했다. 하지만 교회의 예상과 달리, 그것은 도리어 LGBT단체에 대한 관심을 더 불러일으켰다. 그 이후로도 몇몇 교회들은 사람을 사서 동성애 반대피켓을 들게 시키기도 했지만 동성애자 행사에 대해선 침묵을 지키고 있다.”
-작년에 대만 법원은 동성결혼을 합법화했다. 한국도 곧 이러한 흐름을 따를 것이라 생각하는가?
“대만은 동성결혼에 대해 (한국보다) 더 개방적으로 보였기 때문에 동성결혼 합법화가 곧 일어날 것이라 기대하긴 했지만,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다. 한국은 현정부가 LGBT권리에 대해 보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동성 결혼이 언제쯤 합법화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인터뷰가 끝날 즈음, 강 위원장은 매우 중요한 말을 덧붙였다.
“아시아에는 LGBT권리가 전혀 존재하지 않으며 동생애가 불법인 아시아 국가들이 많다. 한국의 경우 LGBT 삶이 직접적으로 위협받지 않기 때문에 상황이 그리 심각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한국을 포함한 모든 아시아 국가들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바로 가족과 공동체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아시아 LGBT 사람들의 모든 어려움이 시작된다. 동성애자들은 흔히 사랑하는 사람들로부터 소외되기 때문이다. 아시아 사람들이 이 문제의 심각성을 알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생각을 더 많이 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