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인 박소영의 꿈과 현실, 그리고 모험의 시작

[아시아엔=김소현 기자]

PART 1. 꿈?

“이야기, 스토리텔링에 매력을 느꼈다”

영화인 박소영은 고등학교에 들어간 이후 쭉 영화감독을 꿈꿨다. 처음에는 PD가 꿈이었다. 이야기, 스토리텔링의 매력에 빠져서 이것을 영상화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등학교 방송부에 들어가 PD로 활동했는데 정작 그곳에서 그녀는 영화에 빠졌다.

당시 다양한 UCC공모전에 나가곤 했는데, 한번은 공모전에 수상하게 되어 영상제에 갔다. 그런데 영상제 대상작품을 보고 충격을 받은 것이다. 그때 대상작품은 촌철살인 같은 메시지를 담은 단편영화였는데 굉장히 충격적이었다. 그녀는 같은 또래의 아이들이 메시지를 강렬하게 담은 영화를 만들었다는 것에 놀랐고 자신도 그런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박소영은 이후 영화감독을 꿈꾸며 영상촬영과 편집을 열심히 배웠다. 방송부에서 영상을 제작하며 계속해 UCC공모전에 나갔다. 영상 촬영과 편집하는 것이 그녀의 일상이 되었다. 영상을 계속 만들면서 다른 사람들과 크고 작은 트러블이 있을 때 “나중에 영화현장에 가서 이런 것들을 감당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힘들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영화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면서 즐거워했다.

고등학교 때 가장 기억에 남았던 순간은 영상에 관심 있는 친구들끼리 소모임을 만들어 단편영화를 찍었을 때다. 시나리오 작가, 영화감독, 작가, 배우가 꿈인 친구들끼리 모여 영화를 찍고 꿈에 대해 말하는 것이 행복했다. 이때 <나비효과>라는 학교폭력에 관한 15분짜리 단편영화를 가지고 학교 UCC대회에 나가기도 했다.

그녀는 이 소모임이 반드시 영상을 제작해야 하는 방송부와 달리 자발적으로 영상 제작을 할 수 있어서, 그리고 꿈이 같은 친구들끼리 모여서 만든 모임이라 의미가 있었다고 한다. 박소영은 이렇게 고등학교 때 꾸준히 꿈을 향해 달려나갔고 졸업 후 대학교를 연극영화과로 들어가게 됐다. 그리고 그곳에서 영화의 적나라한 현실과 마주하게 된다.

PART 2. 이상과 현실?

“관객들은 카메라 속 아름다운 영상을 보고 내 비참한 현실을 과연 알까?”

박소영은 연극영화과에 들어간 후 문득 초등학교 때 자신이 연극영화과에 가고 싶었다는 것을 기억해냈다. 그것이 신기했고 또 영화과에 온 것이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영화과에 오길 잘했다고 해서 좋은 일들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현재 연극영화과에 ‘군기’가 많이 없어졌지만 그녀가 신입생일 당시 굉장히 셌다. 선배들은 흔히 말하는 ‘꼰대’ 같은 짓들을 많이 했고 모욕적인 말을 하기도 했다. 그래서 정신적인 충격도 받았고 학교에 정이 떨어지기도 했다. 또 영화과에 와서 자신이 사실은 무척 평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고등학생 때는 수많은 영상들을 작업하며 그녀 스스로 빛났다고 생각했었다. 학교에서 독보적으로 영상작업을 많이 했고 주변 아이들도 그녀가 열정이 넘친다고 부러워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학에 와보니 다들 자신만큼 영화를 좋아하고 한번쯤 영상 관련해서 무언가를 해본 친구들이 많았다. 예술적인 친구들도, 자신보다 더 재능이 뛰어난 친구도 많았다. 마냥 열심히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잘해야 한다고 느꼈다.

그녀는 영화과에 온 후 영화 현장에 나갈 일이 많아졌다. 학교뿐만 아니라 학교 밖에서도 영화 촬영장에 가서 스태프로, 감독으로 활동했다. 그곳에서 그녀는 영화 현장의 실재를 확인하게 된다. 그녀가 영화작품 활동하면서 제일 인상 깊었던 순간은 21살 여름 외부감독이랑 일을 했을 때다. 영화 작업하던 당시 2015년 여름이었는데 현장 환경이 열악했다. 날은 덥고 습한데 에어컨은 없고 사람들은 땀에 허덕였다.

현장엔 온통 땀냄새가 진동했고 난장판이었다. 이때 박소영은 영상 촬영한 것을 컴퓨터로 옮기는 데이터 백업 일을 했는데 엄청난 괴리감을 느꼈다. 카메라 속 영상과 실제 현실이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현재 닥친 현실은 끔찍한데 카메라 속 영상은 아름다워 이질감을 느꼈다.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아름다운 영상을 보고 과연 내 끔찍한 현실을 알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힘들어서 그녀 기억에 가장 남는 영화 작품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힘든 현장속에서도 좋은 사람들을 알아가는 것을 즐거워했다.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작품 준비하면서 계속 붙어있고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을 좋아했다. 그녀는 영화일을 시작한 것을 단 한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고 한다.

PART3. 모험의 시작

“감정을 건드리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

현재 박소영은 <아주 건강하고 병들은 것에 대하여>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 이 작품은 그녀의 졸업작품이자 학부에서 마지막으로 찍는 영화이기에 특별하다. 지금까지 그녀가 학교에서 사랑과 관련한 영화를 찍을 때 겉핥기 식으로 오로지 형식에 집중했다면 이번 작품에는 그녀가 직접 연애를 하고 사랑을 했을 때 느꼈던 감정에 대한 이야기를 보여주려 한다.

그녀는 ‘사랑하고 고통하는 감정’을 관객들한테 잘 전달하고 싶다고 한다. 연애할 때 대표적인 감정이 ‘고통스러운 감정’이기 때문이다. 이 작품에서 그녀가 전달하려는 것은 “모두 다 건강하고 병든 사랑을 했으면 좋겠다”이다. 모든 것을 바쳐서 하는 연애이든, 나를 지키려고 거리를 유지하며 하는 연애이든 둘다 용기 있는 태도라고 보고 응원하고 싶다는 것이다. 그녀가 연애할 때 부정했던 감정, 사랑의 모순된 모습들을 다 이 작품 안에 넣고자 한다.

그녀는 졸업 후 계속 영화인으로 일할 계획이다. 그리고 사람들의 감정을 건들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한다. 그녀가 처음에 영화를 좋아하게 된 것은 이야기의 매력을 느껴서이지만, 대학에 들어오고 영화에 대해 더 많이 공부하고 현장에서 일한 이후 자신과 타인의 감정을 건드릴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진정성’이다. 간혹 관객들의 감정을 건들기 위해서 테크닉만 잔뜩 쓰는 영화들이 있다. 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을 더 쉽게 할 수 있도록 클로즈업(close-up)을 지나치게 많이 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장면 클로즈업은 주인공의 감정을 쉽게 따라갈 수 있도록 하는 장점이 있지만 너무 많이 사용하면 관객들이 답답할 수 있다.

따라서 그녀는 감정을 건들기 위해서는 이런 테크닉보다는 진정성이 중요하다고 본다. 이는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깊은 고찰을 하는 것을 말한다.

박소영은 영화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며 소통한다. 영화의 캐릭터를 통해 다양한 사람들을 이해하고 공감하기도 한다. 그녀는 앞으로 영화 연출을 통해 자신을 잘 표현하고 솔직해지려고 한다. 세상에게 자신의 소중한 순간들을 공유하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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