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2세대 중국계 여류작가 맥신 홍 킹스턴에게 어머니란?
[아시아엔=서의미 기자] 용, 유령, 너구리 요리. 미국 이민 2세대인 중국계 여류작가 맥신 홍 킹스턴의 근간을 이루는 것들이자 그녀가 부모로부터 물려받아야 했던 문화적 산물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서구의 사고방식을 갖고 자란 아시아계 작은 소녀 홍은 세탁소를 운영하는 부모님을 도우며 미국인의 양말을 빨래하고 셔츠와 타이를 다렸다. 그 과정에서 홍은 자신의 사회적 위치를 깨달았을 지 모른다.
어른이 된 그녀는 그동안 가족들끼리만 간직해 왔던 비밀스런 이야기를 세상에 풀어놓았다. 맥신 홍 킹스턴의 <여전사>는 온전한 전기라고 보긴 어렵다. 킹스턴은 부모님-주로 어머니-이 들려줬던 믿기 어려운 이야기들 위에 그녀가 체험했던 현실과 상상을 더하며 이야기를 풀어간다.
중국인 가족은 좋은 날이면 저녁식사로 비둘기, 뱀, 달팽이 요리를 먹곤 했다. 선반 위의 항아리엔 수십년 묵은 술이 담겨 있고, 발효중인 곰 발바닥은 바닥에 굴러다닌다. 오래된 술은 간혹 아이들의 상처에 바르는 연고로 사용되기도 했다.
어머니는 언제나 순종적인 아내였다. 어머니의 삶은 여덟 명의 자녀를 중심으로 돌아갔다. 어머니에겐 기쁨을 주는 아들들과 그녀가 일생을 헌신한 남편이 있었다. 딸들도 있었지만 모두 알고 있다. 딸들이 자라면 그녀 곁을 떠난다는 사실을. 어머니는 그래서 딸들을 그리 필요로 하진 않았다.
대신 어머니는 잠자리에 들려는 딸들에게 “강해져야 한다”고 속삭이며 아버지와 형제들을 대신해 전쟁터에 나간 화목란(뮬란의 실제인물)의 이야기를 들려주곤 했다.
킹스턴은 “어머니는 자신이 한 사람의 노예이자 아내로 자랐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나 내겐 여전사 화목란의 노래를 들려주며 강인하게 자라길 바랐다”고 회상한다.
홍의 어머니는 강인한 여전사는 결코 아니었다. 어머니의 이야기 중 절반 이상은 그녀가 바랐던 꿈에 불과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상상력을 더한 킹스턴은 용과 우뚝 솟은 절벽을 이야기로 풀어내며 불멸의 ‘중국스러움’을 강조한다.
어떤 이들은 킹스턴의 ‘여전사’가 아시아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을 부추긴다고 지적한다. 킹스턴이 중국 가부장제와 샤머니즘을 묘사한 부분들을 살피면 일견 그럴 수 있다. 일부는 또한 킹스턴이 페미니즘에 반한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작가는 아내에 폭력을 가하는 남편의 이야기를 썼을지언정 성불평등이나 성차별적인 단어를 입 밖에 꺼낸 적은 없다.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그녀는 중국의 영향을 받아왔을 수밖에 없다. 여성의 발을 아름답게 만든다는 미명하에 행해졌던 ‘전족’ 악습으로 중국 옛 여성들의 발은 멍들고 뒤틀려 있었다. 그러나 홍의 어머니는 “남성이 너무나 강인한 존재인 여성을 옥죄고 가두려고 전족을 신겼다”고 말하며 딸이 강하게 자라기를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