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총무원장 탄핵·명성교회 부자세습···한국종교 왜 이러나?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가톨릭교회가 사회불안이나 종교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하여 12세기 말의 이단적 신앙에 공격을 가하면서부터 18세기 초기까지 격렬한 이른바 ‘마녀(魔女) 사냥’을 전개한 바가 있다. 이 무렵에 밝혀진 마녀란,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을 버리고 악마와 계약을 맺어 악마를 섬기고, 그 대가로 부여되는 마력을 사용하며, 공중을 날아 마녀 집회에 참석하여 악마와 교접을 하는 자로 알려져 있다.
마녀는 대개 여성이었으나 남성인 경우도 있었다. 마녀 같다는 소문이나 밀고만으로 피의자는 기소되어 지독한 고문을 가함으로써 자백을 강요하여, 피의자의 대부분을 교수(絞首)형에 처한 뒤 불에 태워 버렸다. 이때 손발을 묶어 물속에 던져 가라앉으면 무죄이고 떠오르면 유죄라는 감별법도 사용되기도 하였다.
그런데 그런 광란의 마녀사냥이 지금 한국 종교계에도 횡행하는 것 같아 종교인의 한 사람으로 무척 가슴이 아프다. 한국 불교계의 최대 종단인 조계종은 지난 62년 통합종단으로 출범한 이래 종권(宗權)을 둘러싸고 끊임없는 폭력사태로 얼룩져왔다.
피습, 집단 난입, 점거농성, 난투극 등이 70년대 이래 거의 해마다 되풀이됐고, 이런 사태로 인해 불교계는 ‘무소유’가 아닌 ‘탐욕’에 눈이 멀었다는 비판이 뒤따랐다.
당사자들도 문제가 생길 때 마다 폭력을 앞세워 해결하려 해, 사활을 건 싸움양상을 띄었다. 그런데 지금 조계종단 내에서 벌어지는 총무원장 사퇴를 둘러싼 싸움은 그야말로 점입가경을 지나 폭발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느낌이다.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은 8월 13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조계종 사부대중에게 드리는 글’을 통해 “어떤 오해와 비난이 있더라도 종단 개혁의 초석을 마련하고 2018년 12월 31일 총무원장직을 사퇴할 것”이라고 밝혔다.
설정 스님은 지금까지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전혀 근거가 없고 악의적으로 조작된 것”이라며 “진실을 명백히 밝혀 한 점 부끄러움을 남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는 또한 “종단 안정을 위해 스스로 사퇴하고자 했으나, 기득권 세력에 의해 은밀하고도 조직적으로 견제되고 조정되는 상황을 목도하면서 사퇴만이 종단을 위한 길이 아님을 깨닫게 됐다”고 퇴진 번복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설정 스님에 대한 주요 의혹은 지난해 선거과정부터 터져 나왔다. ‘서울대 학력위조 의혹’은 본인이 인정한 뒤 사과했다. 그러나 거액의 부동산 보유 의혹과 숨겨둔 부인과 자녀(隱妻子)가 있다는 의혹은 부인했다. 하지만 의혹 제기는 끊이지 않았고, 결국 설정 스님은 지난달 27일 기자회견을 통해 “조속한 시일 내에 종단의 안정과 화합을 위한 길을 진중히 모색해 8월 16일 진퇴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사퇴 유보 이유로 개혁을 내세운 설정 스님은 “사부대중의 개혁에 대한 열망과 뜻을 담아 종헌종법을 재정비해 조계종 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고 했다. 그는 “혁신위원회를 새롭게 발족해, 실질적이고 명실상부한 개혁위원회가 되도록 하겠다”며 “종단 원로 스님과 개혁 의지가 투철하고 경험 있는 분들로 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했다.
또한 설정 스님은 혼탁하고 세속적이라는 비판을 받는 총무원장 선거 제도에 대해 “직선제를 포함해 다양한 방안에 대해 의견을 수렴해 모든 사부대중이 인정할 수 있는 선거제도를 만들겠다”고 했다. 사퇴 기한을 연말로 못 박은 이유에 대해서는 “나는 종권에 연연하지 않고, 일종의 배수진을 친 것”이라며 “그동안 많은 스님과 불교 단체들이 많은 주장을 했는데, 그분들이 나름대로 생각한 바를 불교 개혁으로 엮어내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설정 스님은 즉각적인 사퇴는 거부했지만, 정상적으로 총무원장 업무를 수행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설정 스님은 지난 9일 성문 스님을 새 총무부장으로 임명하는 등 ‘인사권’을 행사했으나 성문 스님은 하루만인 10일 사퇴했다. 이어 13일에는 현고 스님을 총무부장으로 다시 임명하려 했지만 이마저도 좌절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마침내 8월 16일 중앙종회에서 탄핵이 결정되었다.
그리고 ‘명성교회’는 세계 최대의 장로교회라고 한다. 이 교회는 작년 11월 김삼환 목사의 아들 김하나 목사를 담임 목사로 임명했다. 그러나 교회 안팎의 반대로 말미암아 이 일은 교단 재판국에 회부됐고 재판국은 지난 8월 7일 김 목사 부자의 세습은 세습이 아니라는 명성교회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원래 명성교회가 속한 예수교장로회 통합측 교단 법에는 ‘은퇴하는 목회자 자녀는 해당 교회의 담임 목사가 될 수 없다’고 되어 있다. 하지만, 김삼환 목사 부자의 경우 아버지가 은퇴하고 2년 뒤에 아들이 취임했기 때문에 세습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제 세습을 원하는 가족 목사들은 김삼환 목사 부자가 한 것처럼 하면 세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금지된 세습을 이루어낸 명성교회의 김 목사 부자는 부끄러움을 모르는 것 같다. 그야말로 양심이 무너진 것 같다. 하지만 이 파렴치한 세습을 참지 못한 신학생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재판국의 판결은 일제 강점기 기독교의 신사참배 이후 가장 ‘치욕스러운’ 사건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서울 강동구에 위치한 명성교회는 등록 교인 10만명의 대표적인 대형교회다. 교회 세습이 합법화되자 비난의 목소리는 거세다. 교단 법으로 세습을 금지하고 있는데 이제는 법마저도 무용지물이 된 것이다.
한국종교가 왜 이러는가? 종교가 재물이나 권력과 색(色)에 빠지면 아주 추악하게 변하게 된다. 종교 본연의 모습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행방이 묘연하다. 권력이나 재산을 위한 세습이 사라져 종교 본연의 모습이 회복되지 않으면 신도들은 떠날 수밖에 없다.
?里?心不?,每次?都有新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