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무사, 국방장관 감청 왜?···”대통령, 사령관 독대 안해야”
[아시아엔=김국헌 전 국방부 정책기획관] 노무현 대통령 시절 기무사가 대통령과 윤관웅 국방장관 사이의 통화를 감청했다고 한다. 대통령과 국방장관 통화를 감청하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일이다. 대통령도 모든 통화가 감청되고 있다고 가정해야 한다. 가정이 아니라 전제해야 한다.
국방장관이 해군 출신이니 기무사에서 감청했다고 몰고 가는 것은 우스운 일이다. 하기야 공군 출신의 이양호 장관이 여기에 부주의하다가 린다 김 사건이 터진 일은 있다. 하나회의 적자(嫡子)이자 보안사령관을 지낸 이종구가 장관이 되어서도 감청은 이루어졌다. 장관 자신도 하지 말라고는 못하고 조심만 했을 것이다.
전두환 대통령 시절 나카소네 총리의 통화를 안기부에서 듣고 있었다. 박정희가 아들 지만을 육사에 가입교시킬 때는 경호원 하나만 대동했었다고 당시 훈육관이 증언한다. 박정희가 정승화 육사교장에 직접 전화해서 훈육관 하나만을 대기토록 했다. 방첩부대장 출신의 정승화는 이것이 무슨 뜻인지를 알았다. 누나 근혜는 이런 일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우리 국정원과 기무사가 아니더라도 우리 대통령과 국방장관은 미국이 듣고 있다. 3공 시절 미국이 청와대까지 감청했다는 것은 이를 말한다. 오늘날의 기술은 당시를 훨씬 넘어섰다. 현대 첩보기술은 첩보영화가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미국은 이 점에서 세계 최강국이다. NSA(National Security Agency)는 CIA보다도 규모가 크고 예산이 많다. 미국과 영국, 호주는 세계를 덮는 정보기구를 같이 운용한다.
그러면서도 미국은 영국 수상의 전화도 도청한다. 이것이 국제정치다. 때문에 완전한 보안을 위해서는 상대와 필담(筆談)을 하고 태워버리는 것이다. 청나라 옹정제는 제국을 샅샅이 감찰하기 위해 측근과 황제가 통하는 특별한 보고체계를 운영했다. 중간에 아무도 개입시키지 않았다. 때문에 황제의 일상은 말할 수 없는 격무였다.
국방장관을 감청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가는 별개의 문제다. 청와대에서 국방장관 주변에 대한 첩보를 원하기 때문에 기무사가 이런 일을 하는 것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이 기무사령관을 독대하지 않는 것이 먼저다. 통수권 대리자로서 국방장관의 위상은 대통령이 확실히 담보해주어야 한다. 이런 문제는 통치의 기본이다. 장관들에게 “대면보고가 필요해요”라고 묻는 박근혜가 바로 반면교사(反面敎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