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가을날’ 릴케 “주여, 때가 왔습니다…마지막 단맛이 스미게 하소서”

주여, 때가 왔습니다.

지난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당신의 그림자를 해시계 위에 얹으시고

들녘엔 바람을 풀어 놓아 주소서

 

마지막 과일들이 무르익도록 명해주소서

이틀만 더 남국의 날을 베푸시어

과일들의 완성을 재촉하시고

진한 포도주에는 마지막 단맛이 스미게 하소서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혼자인 사람은 그렇게 오래 남아

깨어서 책을 읽고 긴 편지를 쓸 것이며

낙엽이 흩날리는 날에는 가로수들 사이로 이리저리

불안스레 헤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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