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무-기무사 갈등···민간출신 장관 기용해 ‘문민화’ 앞당겨야
예비역 장군의 쓴소리
[아시아엔=김국헌 전 국방부 정책기획관] 기무사는 기본적으로 방첩기관이지만, 부대를 옆에서 지켜보다 보니 잘못 되는 부분을 남보다 먼저 알 수 있다. 이를 활용하여 기무사가 지휘조언을 할 수도 있다. 지휘관이 이를 적절히 활용하면 도움이 된다.
그런데 지휘조언이 지나치면 지휘권 침해가 된다. 이런 시야와 절제력을 가진 기무부대장은 드물다. 특히 기무부대에서 계속 근무해온 경우에는 그렇다. 지휘관은 평소에도 헌병, 법무, 감찰 등 참모부서로 부대를 통제한다. 옆에서 지켜보는 기자에 조언을 구할 수도 있다.
문건을 만들었다는 전 기무사령관 조현천 장군 주특기는 인사다. 연대장, 사단장 등 지휘관을 거쳤지만 참모직위는 주로 인사 분야에서만 근무하다가 기무사령관이 되었다. 작전과 정책에서 근무한 장교들은 인사 분야에서만 근무한 장교들의 특성과 한계를 안다. 조현천은 나름대로 지휘조언 차원에서 계엄관련 문건을 준비했을 것이다. 그러나 기무사가 이런 문제에 조언한다는 것은 정도를 지나친 것이다.
즉 조현천이 한 일은 옛날 보안사에서 하던 방식이다. 지휘조언의 범위를 이렇게 광범위하게 잡다보면 한이 없어진다. 조현천은 지나쳤다(過猶不及). 선의에서 출발했으나 오해를 살만한 일이 되고 만 것이다. 위수령과 계엄령이 내려진 것이 벌써 30년 전이다. 조현천은 요새 간부들이 이에 대해 너무도 모르기 때문에 상세히 준비해준다는 충정(衷情)이 지나쳤다.
한민구 장관의 조부는 구한말 의병이었다. 그는 육사 졸업 후 서울대 서양사학과에서 공부하고, 육군사관학교 전사교관도 지냈다. 국방부에서는 국회업무를 주관하는 정책기획관실에서 중령에서 국장까지 거쳤다. 때문에 그는 이 시대에 촛불집회를 병력으로 제압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하고, 또 가능할 것인가에 대해 누구보다도 분명한 소신을 가졌을 것이다.
김관진 장관은 서독 사관학교를 나왔다. 그는 히틀러 시절 게슈타포나 친위대의 횡포에 대해 들으며 몰트케 이래 독일군 일반참모본부 전통에 충실하고자 하는 군인들의 교훈을 들었다. 이런 교훈을 살리며 2차대전 후 독일연방군이 내적통제를 통해 군을 재건하는 것을 배웠다. 독일 사관학교 출신을 김관진 군맥으로 몰아치는 것은 참으로 천박하며, 독일군 장교 교육의 장점과 길러진 인재를 활용하지 못하게 된다.
해군 출신의 송영무 현 국방장관은 계엄령에 더욱 낯설 것이다. 기무사 문건을 처리해가는 것이 서투른 것은 이 때문이다. 군은 이런 비상사태에 철저히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가? 다만, 기무사의 영역을 엄격히 제한하고 계엄령 관련 사항은 기존 참모계통을 통해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1993년 김영삼 정부 출범 직후 김진영 육군총장과 서완수 기무사령관을 전격 경질한 ‘3.8인사 사건’을 지켜본 기자들은 이번 사태를 비교적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러면서 현재 군의 실상, 특히 장성의 성향과 수준도 아울러 알아야 한다. 두 가지를 겸한 사람은 별로 많지 않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오래 국방부에 근무하며, 군을 이해하는 안목과 지혜를 가진 민간출신을 국방장관으로 부를 때가 된 것 같다. 이것이 국방부 문민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