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산책] 전직 여기자의 일상 탈출기 ‘빨래하는 페미니즘’
[아시아엔=김혜원 인턴기자] <빨래하는 페미니즘>(스테퍼니 스탈 지음·고빛샘 옮김, 민음사, 2014)은 여성이 결혼을 하면서 겪는 갈등을 다루고 있다.
저자 스테퍼니 스탈은 미국 명문여대를 졸업하고, 컬럼비아대학교에서 언론학 석사를 받은 대표적인 지식인이다. 기자로서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던 그녀는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을 하게 되고, 임신과 출산을 겪으면서 한번도 생각해본 적 없던 곤경에 빠지게 된다.
결혼 후, 자신이 꿈꾸던 삶과 멀어지고 ‘나’를 잃어버리게 된 스테퍼니는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가기 위해 ‘페미니즘 고전’을 펼친다. 신화와 종교에서 나타나는 여성의 이미지를 추적하는 것을 시작으로 버지니아 울프, 시몬 드 보부아르 등 유명한 페미니스트들의 사상을 되짚어본다. 그 외에도 케이티 밀렛, 에리카 종 등 급진적인 페미니스트의 작품 역시 세밀하게 확인하고, 독자들에게 쉽게 풀어준다.
“나는 ‘각성’을 통해 결혼 생활의 숨 막히는 현실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오래전부터 많은 여자의 운명이 어둠 속에 짓밟혔다.”(155쪽)
“에드나는 끝내 자아를 포기하지 못하고 아내와 어머니라는 운명에도 완전히 빠져들지 못한다. 라티그놀레 부인에게 아이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까지 한다. 그에 대해 열띤 토론이 오가는 가운데 에드나가 입을 연다. ‘본질적이지 않은 것은 포기할 수 있어요. 돈과 생명은 아이들에게 내어줄 수 있어요. 하지만 나 자신을 내주지는 않을 거예요.’”(156쪽)
학생들이 문을 향해 걸어 나가는 몇 초 동안 부디 강의실에서 배운 내용을 잊지 말고 밖에서 행동으로 옮기라고 당부했다.
“정체성은 지식의 주체가 되는 경험에서 나옵니다. 이 점을 잊지 마십시오. 존재란 과정, 이야기, 대화입니다. 항상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 노력하세요.”
저자 스테퍼니 스탈은 “역사는 각 세대에게 고유한 무늬의 입맞춤과 타박상의 흔적을 남기지만 여자들이 겪는 근본적인 문제는 세대를 막론하고 동일하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빨래하는 페미니즘>이 전하는 ‘페미니즘 고전’을 통해 얻게 된 지식과 깨달음은 많은 여성들에게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다양한 행동양식과 생각거리를 던져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