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정사진 미리 찍는 2030세대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웰빙’과 함께 ‘웰다잉’ 시대를 맞는 새로운 풍속도로 영정사진을 찍는 젊은이들이 늘어간다. 한창 신나게 살아가야 할 나이에 죽음을 준비하다니? 아니다. 죽어가는 보따리 챙김은 빠를수록 좋다.
일본에서는 종교의 문제가 ‘웰빙’에서 ‘웰다잉’으로 바뀐 지 오래라고 한다. 일본 사찰은 무병장수를 비는 신자보다는 ‘9988234’의 웰다잉을 기원하는 사찰로 바뀌어 가고 있다. 일본엔 연간 고독사가 3만4000건 발생한다. 지자체의 가장 장애되는 요소가 고독사를 처리하는 일이다.
최근 우리나라에도 2030세대에 벌써 영정 사진을 찍는 젊은이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영정사진이라고 해서 별다른 것이 아니다. 젊은이들이 구직할 때 쓰는 증명사진과 크기가 다를 뿐, 차이가 있다면 카메라 앞에 선 사람의 마음가짐이다. 영정 사진 앞에서 죽음을 앞 둔 순수함을 가져 보는 것이다.
죽음도 평소에 준비가 있어야 경계(境界)를 당해서 당황하거나 일을 그르치지 아니할 수 있다. 그래야 여유 있고 완전한 처사로 큰일을 무난히 마칠 수 있다.
평소 우리는 불과 몇 십리 하루 길을 나설 때에도 며칠 전부터 준비를 서두른다. 그런데 하물며 이생과 내생을 바꿈질 하는 그 길에 어찌 죽음의 준비를 소홀히 할 수가 있을까?
생과 사의 거리가 가깝기로 말하면 호흡(呼吸)지간이다. 그러나 멀기로 말하면 그 거리를 헤아릴 수 없이 멀고도 험한 길이다.
어느 노부부의 대화에서 이 죽음의 보따리를 챙기는 방법을 알아보면 어떨까?
“영감! 내가 오래 살아 있어야 영감을 챙기지 나 죽으면 누가 당신을 챙겨 줄 거요? 누가 먼저 아파서 기동이 가망이 없을 때는 노인병원에 입원을 해야 돼요. 애들은 제 살기에 바빠서 누가 병수발을 하겠어요?” “누가 먼저 치매라도 걸리면 병원에 가야 해요. 늙어 힘없어 서로가 병수발 하기 너무 힘들어요. 산 사람이라도 살아야지요” “잘 알고 있네, 할멈!”
“할멈! 내가 먼저 세상 뜨고 나면 남는 재산 처분해서 자네 죽음 준비도 하게끔 공증까지 해뒀네” 할아버지는 자신의 사후에 할머니 죽음의 준비도 해뒀다는 이야기다.
죽음의 준비. 자식들이 살기 바빠서 병든 부모 부양을 할 수 없는 세상이란 걸 노부부는 알고 있었던 거다. 두 분 중 누구 하나 치매에 걸리면 병원에 갈 거고, 혼자 남아 있는 사람은 죽은 후에 자식들이 장례문제는 책임을 지겠지 하는 한 가닥 희망을 가져본다.
인생 삶이 준비할 게 참 많다. 자식들 ‘교육준비’ ‘결혼준비’ 장년에는 ‘노후준비’를 세우고 나면 이제 피할 수 없는 ‘죽음의 준비’다. 죽어가는 보따리는 젊어서부터 챙기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범상한 사람들은 현세에 사는 것만 큰일로 알지마는, 지각이 열린 사람은 죽는 일도 크게 알기 때문이다.
이 죽음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早晩이 없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그래서 요즘 2030세대들이 영정사진을 찍는 것이 아닐까? 어쨌든 나이가 40이 넘으면 죽음의 보따리를 챙기기 시작하여야 죽어갈 때 종종걸음을 치지 않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