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산책] ‘이기적 논어 읽기’···심리학으로 버무린 논어의 지혜
[아시아엔=김혜원 인턴기자] 현대사회에서 ‘욕망’을 빼고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을까. 더 많은 돈, 더 좋은 직장, 더 안락한 삶. 크고 작은 어떤 일도 모두 우리 마음 속 무언가로부터 시작한다. 특히 오늘날 사람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솔직한 세대를 살고 있다. 마음껏 욕망을 좇고 표현한다.
그럼 욕망을 드러내고 이를 이루는데 거리낌 없는 사회는 우리를 더 행복하게 만들어 주었나?
욕망이 실현되면 될수록, 가슴 속에선 또 다른 욕망이 피어난다. 그럼 우린 여러 욕망 가운데 어떤 것을 우선해야할지 고민에 빠진다. 자유에 대한 갈망과 권력욕은 상종(相從)할 수 없고, 진실을 알고자 하는 욕망과 안전을 추구하는 욕망이 부딪힌다.
욕망은 끝없이 살을 붙인다. 끝내 거대해진 욕망은 마음 속 깊이 자리했던 ‘도덕마저도 뒷방 늙은이 내쫓듯’ 몰아내고야 만다. 이를 증명하듯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는 뇌물로 얼룩진 정치인과 성범죄에 연루된 유명인 이름이 쉴 새 없이 오르내린다.
이런 갈등 속에 있는 사람들에게 한의사 김명근은 ‘논어’에서 답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 말한다. ‘현대 심리학의 눈으로 본 논어’라는 부제가 붙은 <이기적 논어 읽기>(개마고원, 2015)는 공자의 논어를 심리학의 관점에서 풀어준다.
‘논어’라는 말에 지레 딱딱하고 어려울 거라 짐작하는 독자도 있을 거다. 하지만 책 머리말을 본 순간, 그 걱정이 기우라는 사실을 금세 알게 될 것이다. 저자 김명근은 “논어를 통해 도덕을 닦고, 대단한 사람이 되자는 게 아니라”, “좀 마음 편하게 살고 싶다는 아주 이기적인 이유로 논어를 읽는다”고 말한다.
<이기적 논어 읽기>는 △소유 △경쟁 △비교 △독선 △다름 △자존 △옳음 △곧음 △어짊 △배움 등 총 10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군자가 되면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다는 것과, 그렇게 하면 군자가 된다는 말은 전혀 다르다.”(18쪽)
“그런데 동물과 사람은 큰 차이가 있다. 동물은 자기가 먹고 살만큼만 확보되면 더 이상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그게 인간과 다르다. 그렇다면 인간에겐 ‘적절하다’는 기준이 없는 것일까? 무조건 많으면 좋은 걸까?”(34쪽)
“곧음 마당에서 ‘부족하면 차라리 위축되는 편이 낫다. 떳떳함을 가장하면 왜곡이 나온다’는 식으로 말한 바 있다. 마찬가지다. 내가 부족해서 어짊을 행할 수 없으면 마음 아픔을 감수해야 한다. 그 아픔을 간직하면서 지내다보면 어짊을 행할 방법이 슬며시 떠오른다. 현명해지는 것이다. 그래서 ‘현명한 사람은 어짊을 이롭다고 느낀다’고 말한 것이다. 하지만 마음 아픔을 피해 핑계를 만들다 보면 자신의 공감능력을 스스로 줄이게 된다.”(297쪽)
이 책은 논어와 심리학을 엮어 풀어낸 점이 특히 인상적이다.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학문은 저자의 손을 거쳐 많은 시너지를 내며 흥미를 자극한다. 논어를 본격적으로 공부하기에 앞서 한번 일독하길 권한다. 논어에 대한 이해와 흥미가 진하게 전해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