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 2-0 완승, “월드컵 승패는 결국 ‘평상심’에서 갈렸다”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29일 축구대표팀이 귀국했다. 세계 1위 독일과 러시아월드컵 예선 마지막 경기를 멋지게 치른 선수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대부분 질 것이란 예상을 뒤엎고 최선을 다하며 무려 2대0으로 이겼다.
필자는 2002년 서울월드컵 4강에서 맞붙었던 역시 독일과의 경기 때 ‘황태자의 첫사랑’의 무대, 독일 하이델베르크에 있었다. 점심을 겸해 대형식당에서 독일사람들과 우리 한국인들이 두 편으로 갈려 열띤 응원전을 벌였다. 그런데 응원전이 과열되어 큰 싸움이 날 뻔했다. 애국심이 이런 것인가 보다. 평상심을 유지하지 못하고 흥분한 것이 싸움의 원인이었다. 당시 울분을 이번 러시아월드컵에서야 삭인 것 같다.
이번 월드컵에서 유난히 페널티킥으로 승패가 좌우된 일이 잦았다. 우리도 스웨덴과 멕시코 경기 때 당했었다.
노르웨이 스포츠심리학자 가이르 요르데 박사에 따르면 “스타급 선수의 페널티킥 성공률(60%)은 무명 선수들의 성공률(75%)보다 훨씬 낮았다”고 한다. 영국 오픈대학 존 빌스버리 박사도 “스타선수일수록 심리적 부담이 크고, 킥의 스타일이 잘 알려져 있어 페널티킥 성공률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마치 재주 있는 사람이 일 그르치기 쉬운 현상과 유사한 사례다. 평소 학교성적이 우수한 학생이 대학입시라든지 큰 시험에서 낭패하는 경우와 비슷한 것이다. 이는 ‘평상심’을 쓰는 공부가 되어 있지 않은 증거라고 본다.
일본 야구계 불멸의 타자였던 한국인 교포 장훈 선수는 생애통산 9666타수 3085안타(.319), 504홈런 1676타점 319도루의 불멸의 기록을 남겼다. ‘안타제조기’란 별명을 얻은 그는 1990년 일본프로야구 명예의 전당에 올랐다.
장훈 선수가 홈런에 대해서 언급한 적이 있다. “홈런은 치고 싶다고 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홈런을 쳐야 한다고 생각하면 몸이 굳어져서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치고 싶지 않다고 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면 몸이 늘어져서 불가능하다. 홈런을 치고 싶지도 또한 홈런을 치고 싶지도 않은 상태 즉, 중도의 심리상태에서 홈런이 나온다.”
야구선수에게 평상심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하는 대목이다. 그뿐인가? 축구선수, 아니 사람 누구나 평상심 없인 제대로 된 성취를 이루기란 쉽지 않을 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