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원의 재밌는 월드컵⑨] 1954년 ‘베른의 기적’ 독일, 한국에 무릎꿇다
한국전쟁 발발 그 순간 브라질선 월드컵 개막
[아시아엔=김현원 연세대의대 교수] 1950년?6월?25일 아침 한국전쟁이 발생하기 불과?1시간 전, 지구의 정반대편 브라질에서 월드컵 대회가 열렸다.
1949년 지난 대회 우승팀 이탈리아에선 축구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났다.?당시 이탈리아 세리에 리그를?5연패했던 세계 최강팀이라고 할 수 있는 토리노팀이 리스본에서 돌아오는 도중 비행기 사고를 당해 선수 18명이 전원 사망했다.?이탈리아는 치명적인 전력의 손실을 복구하지 못하고 스웨덴에 밀려서 조별 리그에서 탈락하게 된다.?
당시 세계 최강 이탈리아는 사고의 후유증을 극복하는데 거의?20년이 걸렸다. 1970년 멕시코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이탈리아는 서독을 이기고 결승전에 올라 준우승하면서 다시 축구 강국으로 등극한다.
이 대회 또 다른 황당한 사건은 영국팀이 미국팀에?0-1로 진 것이다.?축구 종주국인 영국의 대표팀은 자부심이 대단했고 스스로 다른 팀들과는 상대가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 FIFA는 그것을 인정해서 영국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웨일즈,?북아일랜드,?이렇게?4개 팀이 지역예선에 진출할 수 있도록 허락했다.?영국팀은 세계 최강으로 스스로를 믿고 있었고 다른 팀들도 월드컵에 처음 출전한 영국팀의 실력이 궁금했다.?막상 미국과의 첫 경기에서 미국이 한 골을 먼저 넣자 영국팀도 미국팀도 ‘의외의 사건’에 웃지 않을 수 없었다.?그러나 영국의 집중적인 공격에 미국은 육탄방어로 끝까지 버텼다. 점수는 끝까지 변하지 않았다.?미국 언론들은 당연히 미국팀이 질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미국팀이?0-1로 지더라도 선방했다는 얘기로 오보를 했다가 나중에 정정기사를 썼다.
1950년 브라질대회 결승전은 브라질과 우루과이간의 대결이었다.?세계에서 가장 큰 마라카낭경기장에 모인?20만 브라질 관중 앞에서 우루과이는?2대1로 브라질에게 역전승했다.?많은 브라질 사람들이 경기 결과에 좌절해서 자살하기도 했다.?2014년 리우에서 다시 월드컵이 열렸으나 이번에도 브라질은 독일에?1대7로 대패하는?1950년 보다 더 큰 참사를 당한다. 마라카낭의 비극이 재현된 것이다.
베른의 기적···독일 예선전서 패배 딛고 결승서 헝가리에 3-2 대역전승
2차대전을 일으켰던 전범국가 독일은 월드컵 출전이 허락되지 않다가 1954년 스위스월드컵에 드디어 출전이 허락되었다.?서독은 당시 세계적인 선수도 없었기 때문에?8강에 들기만 해도 성공이라고 생각되는 수준이었다.?서독은?1954년 대한민국,?터키,?헝가리와 함께 같은 조에 배정되었는데,?이 대회의 예선은?2경기만을 하는 이상한 방식을 택했다. 따라서 헝가리와 체코에 이미 대패한 대한민국은 서독과 경기를 하지 않았다.?서독은 당시 무적함대로 불리는 세계 최강 헝가리와의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지는 것이 오히려 더 유리하다고 판단하고?2진을 내보내서?3-8로 대패했다. 이 경기에서 전력을 다한 헝가리의 푸스카스는 큰 부상을 당했다.
예상대로?8강전과?4강전에서 서독은 상대적으로 약한 팀들과 만나 쉽게 결승전에 도착했다 반면에 헝가리는?8강전, 4강전 모두 혈투를 벌이면서 피로감이 쌓인 상태였다.?결승전에서 다시 만난 헝가리와의 재대결에서 서독은?0-2로 리드당하다?3-2로 역전승하면서 최초로 줄리메컵을 들어올렸다.
이 경기는 서독국가가 연주되는 순간만 빼고 동독에서도 라디오로 중계되었고 동독국민들도 함께 환호하였다.?패전국가로 의기소침해 있던 독일국민들에게 스위스 베른에서의 월드컵 우승은 큰 희망과 용기를 안겨 주었다.?독일국민들은 아직도 베른의 기적으로 이 결승전을 기억하며 실제로?‘베른의 기적’이라는 제목의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1954년 베른에서?8강도 기대하기 힘들었던 서독의 우승은 월드컵 사상 가장 큰 이변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