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원의 재밌는 월드컵④] 대한민국, 멕시코전 승산 충분히 있다
“사자 같이, 독수리 같이 용맹하게 싸우라”
[아시아엔=김현원 연세대의대 교수] 모든 팀이 예선전을 한번씩 했고, 2승으로 16강 진출이 확정된 팀도 여럿 나오고 있다.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팀 중 만만한 팀은 없는 것 같다. 월드컵 우승팀 중에서도 예선에서는 죽을 쑤다 간신히 예선을 통과한 후, 토너먼트에서부터 승승장구해서 우승까지 간 경우도 여러 번 있다.
1982년 스페인월드컵에서 이탈리아는 예선전에서 3무승부로 1승도 거두지 못하고 간신히 다득점까지 따지면서 2라운드에 진출했고 (74년부터 82년까지는 2라운드가 있었고, 2라운드에서 1위를 한 팀이 결승전에 진출했다), 서독은 첫 경기에서 알제리에게 졌으나 간신히 오스트리아와의 승부조작 의혹까지 받으면서 겨우 2라운드에 진출했으나 (이 경기 이후 각 예선조의 마지막 경기는 동시에 열리게 되었다) 2라운드부터 괴력을 발휘한 두 팀은 결승전까지 진출했다.
2라운드에 상대적으로 쉬운 조로 배정된 서독과 달리 이탈리아는 최강의 아르헨티나와 브라질과 같은 조로 배정되었으나, 괴력을 발휘하여 강력한 우승후보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를 꺾었다. 이탈리아의 로시는 예선전과 2라운드까지 한골도 기록하지 못했으나, 2라운드 마지막 브라질과의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하더니 준결승에서는 2골, 결승전에서 1골을 넣어 월드컵의 득점왕에 오르는 믿기 어려운 장면을 연출했다.
이탈리아는 로시의 활약으로 3:1로 독일을 물리치고 3번째 우승하는 기적을 일으켰다. 실제로 많은 강팀들이 예선전에서는 실력발휘를 못하다 16강 토너먼트에서 실력 발휘하는 경우가 많았다. 믿기 어렵지만 전통적인 강팀만의 비밀이 있는 모양이다.
이번 러시아월드컵에서 벌써 2팀이 탈락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모로코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몰라도 모로코는 그렇게 쉽게 탈락할 팀이 아니다. 모로코는 이란과의 첫 경기에서 일방적으로 리드했으나 후반 마지막 순간 모로코의 자책골에 의해서 0:1로 패배했다. 이란은 경기 후반 유효슈팅 하나도 없이 승리하는 황당한 기록을 세웠다.
모로코는 포르투갈과의 경기 초반에 호날두에 헤딩골을 허용한다. 하지만 첫 실점 후 모로코는 포르투갈을 일방적으로 몰아붙였으나 결정력 부족으로 골을 얻는데 실패했다. 그리고 후반 포르투갈의 페페는 페널티 지역에서 부인할 수 없는 핸들링 반칙을 범했다. 심판의 휘슬이 당장 없었지만 화면은 페페의 불안해하는 모습을 비추었고 VAR(비디오판독)이 언제 진행되나 하고 모두 기다렸지만 한국-스웨덴 전과 같이 경기 중단은 없었다. 모로코는 억울하게 페널티킥을 잃었다. 실제로 여태까지 모든 비디오판독이 강팀에게 유리하게만 진행되고 있다. 모로코는 그야말로 사자와 같이 용맹하게 싸웠으나 먼저 탈락하는 불운을 맞았다.
대한민국은 2번째 경기로 멕시코와의 대결을 앞두고 있다. 멕시코도 그동안 거의 빠짐없이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였으며, 항상 16강까지는 진출했으며 멕시코에서 열린 2번의 월드컵 대회에서는 8강에 들어간 것이 여태까지의 최고의 성적이다. 그동안 대한민국과 멕시코와의 역대 전적은 거의 승패가 별 차이 없이 비슷하다. 하지만 월드컵에서는 프랑스월드컵에서 한번 만나 우리가 선취골을 넣고도 1:3으로 패한 바 있다. 그리고 2016년 리우올림픽 때 멕시코는 대한민국과 비겼음에도 불구하고 결승에서 브라질을 이기고 우승까지 한 상승세의 팀이다.
멕시코의 히딩크로 불리는 오소리오 감독은 0:7로 칠레에게 지는 수모를 당하면서도 오랫동안 월드컵을 향해서 팀을 철저히 준비해왔다. 오소리오 감독은 이번 월드컵에서 결승전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번 월드컵 첫 경기에서 멕시코는 2014년 리우월드컵 우승팀이며 월드컵을 무려 4번이나 제패한 막강의 독일에게 1:0으로 이겼다.
독일과의 경기는 어쩌다 우연히 실수로 이긴 경기가 아니라 분명히 멕시코가 이길 만한 실력이 있음을 보여주었다. 수세에 몰리면서도 빠르고 정확한 역습에 독일이 순식간에 당했다. 멕시코의 역습은 독일의 공격수들이 왼쪽 공간을 비워두고 깊숙이 침투하는 경향을 오소리오 감독이 간파하고 역습을 철저하게 준비한 것이었다. 독일에게 위험한 순간은 골 장면 외에도 여러 번 있었다. 더구나 멕시코의 골키퍼 오초아는 오래전부터 세계최고 수준의 능력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번 독일과의 경기에서도 믿을 수 없는 수퍼 세이브를 보여주었다.
축구공은 둥글다···용맹하게 싸우면 지더라도 아름답다
오소리오 감독은 독일과의 경기이후 우리의 경기력이 100%가 아니었다고 말해서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였다. 멕시코는 대한민국과의 경기에는 거의 100%에 가까운 전력으로 나올 예정이다. 더구나 철저한 분석가인 오소리오 감독은 대한민국 팀에 대한 분석이 모두 끝났다고 이미 공언한 바 있다. 이번 멕시코팀은 아주 강하다. 반면에 대한민국은 2002년 월드컵에서 절정에 오른 후 계속 경기력이 추락하고 있다. 우리가 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더구나 이번 러시아월드컵에 3만명의 멕시코 팬이 와 있다. 그들의 일방적인 응원도 우리에게는 불리할 것이다.
그러나 멕시코가 비록 상승세의 강한 팀이라도 전통적으로 우리에게는 전혀 강하지 않았다. 내가 유일하게 믿는 부분이다. 남미 팀과의 경기에서 우리가 일방적으로 몰리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우리로서는 해볼 만한 경기라고 생각한다. 독일과의 경기에서 멕시코는 수비에 치중하다 역습으로 승리했다. 이번에는 반대로 우리가 수비에서 역습을 시도하게 될 것이다.
축구공은 둥글다. 10개의 슈팅 중 한 개가 들어가는 것이 축구이다. 당연히 아무도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 일방적으로 몰리면서 유효슈팅 한번 없이 이란은 모로코의 자책골에 의해서 승리했다. 축구에 판정승은 없기 때문이다.
모두가 우리가 지는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하니까 우리로서는 잃을 것도 없다. 추락이 없는 바닥에서 남은 것은 반등밖에 없다. 실력도 없이 요행으로 이기는 것보다 1954년 스위스월드컵의 우리의 선배들과 같이 사자와 같이 용맹하게 싸우면 지더라도 그것이 더 아름다운 것이다. ‘사자와 같이 용맹하게 싸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