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겸 범죄칼럼] 개·고양이·토끼, 사람의 ABO식 혈액형에 반응도
[아시아엔=김중겸 전 경찰청 수사국장, 인터폴 전 부총재] 혈액의 흔적을 검사하는 혈흔검사 과정은 육안검사–>예비시험–>본시험–>인혈시험(人血試驗)–>혈액형시험의 순으로 진행한다.
육안검사(肉眼檢査)는 혈흔이 어떻게 부착됐는가를 과학수사관=감식계원이 눈으로 관찰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혈흔의 위치, 형태, 양, 색깔 등으로 피해자와 가해자의 위치, 범행수단, 자살이냐 타살이냐의 여부를 추정한다.
예비시험(豫備試驗)은 혈흔이 진짜 혈액인가를 확인하는 작업이다. 색이나 형태가 혈흔과 같아도 간장, 된장, 페인트일 가능성도 있다. 이를 배제한다.
본시험(本試驗)은 예비시험에서 사람의 혈액이라고 양성판정 받은 혈액이 대상이다. 예비시험은 아주 적은 양의 혈흔으로 신속히 결과를 도출한다. 때로는 혈액 이외의 물질에 반응하기도 한다. 따라서 한번 더 자세하게 진짜 혈흔인가를 체크한다.
인혈시험(人血試驗)은 본시험에서 사람 피라고 판정받은 혈흔이 대상이다. 역시 인간 피라는 보증은 없다. 동물의 피가 부착된 경우도 있다. 개, 고양이, 토끼는 ABO식 혈액형에 반응하기도 한다. 인혈검사를 통하여 양성판정 받으면 사람 피로 인정된다. 사건과의 관계성이 농후해진다.
혈액형시험(血液型試驗)은 사람 피가 확실해진 다음에야 실시되는 혈흔분류로 기본형이 바로 그 유명한 ABO식이다.
혈흔감정의 예비시험에서 본시험까지 일련의 검사는 같은 혈흔을 같은 순서로 진행해야 한다. 일관성으로 신뢰성 확보해야 한다.
시간의 흐름과 더불어 혈구(血球)의 헤모글로빈이 광선의 작용으로 변한다. 메트 헤모글로빈이 된 다음 헤마틴으로 변화한다. 혈흔도 이에 따라 색이 변한다.
변색순서(變色順序)는 암적색–>적갈색–>갈색–>녹갈색–>황록색–>황색–>회색 순이다.
변색진도(變色進度)는 햇빛이 있느냐 없느냐, 강하냐 약하냐, 습도가 많으냐 적으냐에 따라 다르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혈흔의 색 변화는 시간의 경과를 추정하는 좋은 자료가 된다. 피 흘리기 시작한지 얼마나 됐는지 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