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마스터 이준구가 투병한 대상포진은 어떤 질병?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나의 사명은 태권도철학(Taekwondo Philosophy)으로 세계에 ‘동방의 등불’을 밝히는 것이다.”
세계 태권도계의 대부 이준구(李俊九) 대사범은 생전 이 말을 늘 하고 다녔다. 이준구(미국명 준 리, Jhoon Rhee) 국제지도자연합 총재가 지난 4월30일(현지시각) 오전 7시30분 버지니아주 매클린 자택에서 86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영결식은 맥클린 바이블교회에서 5월8일 열렸으며, 장지는 인근 폴스처치 내셔널 메모리얼 파크다.
미국인들에게 그랜드 마스터(Grand Master), 태권도의 대부로 불린 이준구씨는 1932년 1월 7일 충남 아산에서 태어났으며, 태권도가 1945년 광복 후 본격적으로 전파되자 흥미를 느껴 입문했다. 이준구는 15세 때 서울로 유학 와 ‘청도관’에서 태권도를 배웠다. 몸집이 작아 학교폭력에 자주 시달리던 그는 태권도를 배우면서 자신감을 키웠다.
당시 처음으로 국내에서 상영된 미국영화를 관람하고 ‘아메리칸 드림’이 싹텄고, 미국에서 태권도를 가르쳐야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영어공부를 열심히 했다. 1950년 6·25전쟁 발발 후 미군 통역병으로 근무하며 간부후보생들에게 태권도를 지도했다. 휴전 후 공군 교육에 힘쓰다 1957년 11월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미국 텍사스주립대 토목공학과에 다녔으며, 대학 캠퍼스 내에 태권도클럽을 결성하여 미국에서 최초로 태권도를 보급하기 시작했다. 1962년 워싱턴DC에 태권도장을 개장했으며, 당시 강도를 당한 연방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태권도를 배우면 강도를 당하지 않는다”고 설득해 태권도를 배우게 한 유명한 일화가 있다.
이준구 사범은 의회의사당 안에 태권도장을 설치하고, 상·하원 의원 300여명에게 태권도를 가르치기도 했다. 톰 폴리, 뉴트 강리치 하원의장 등이 제자다. 그는 미국에 60여개의 준리태권도장을 운영하면서 사회지도층 인사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쳤다. 레이건 대통령 시절 체육·교육특별위원을 거쳐 부시 대통령의 아시아·태평양 정책자문위원 등 차관보급에 해당하는 위원직을 임명받았다.
조지 부시 대통령은 이준구 사범에 대해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태권도 대부로 알려져 있는 그의 노력 중에 알려지지 않은 것은 전 세계를 다니며 세계평화를 위해 노력한 점이다”라고 말했다. 이준구는 2002년 3월에 행복한 인류공동체를 지향하며 국가지도자 교류와 양성을 목적으로 ‘국제지도자연합(국제10021클럽)’을 결성하여 세계본부를 서울에 두고 초대총재에 취임했다. 2007년 러시아의 세계평화의회로부터 ‘세계평화상’을 받았다.
그는 스포츠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금세기 최고의 무술인’으로 무함마드 알리와 함께 1999년 선정되었으며, 2000년에는 미국 정부에 의해 ‘미국 역사상 가장 성공하고 유명한 이민자 203인’에 아인슈타인, 에디슨, 키신저 등과 함께 선정돼 미국 초등학교 교과서에 수록되었다.
이준구 총재는 세계182개국에 태권도를 통한 한류(韓流) 바람을 불어넣은 우리나라 최초의 ‘한류스타’다. 태권도가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데도 그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준구 사범은 “제자를 숫자로 따지면 수백만명은 될 것”이라며 “이소룡(Bruce Lee, 1940-1973)한테는 족기(足技, 발기술)를 가르치고, 나는 그에게서 수기(手技, 손기술)를 배웠다”고 했다. 두 사람은 1960년대 후반 미국의 무술대회에서 처음 만났다. 이준구 사범은 세계 헤비급 복싱 챔피언 무하마드 알리, 격투기의 영원한 전설 이소룡의 태권도 스승으로 대중 사이에서도 명성을 얻었다.
이준구 사범은 자신의 구상으로 시작된 ‘진(眞)·미(美)·애(愛) 운동’을 추진하면서 자신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지 마다 않고 달려갔다. 이 운동의 주된 내용은 “내가 진심(眞心)으로 살아가면 내 마음은 아름답고(美心), 그러면 모든 사람이 나를 사랑하는 마음(愛心)으로 대할 것이다. 그때 나는 행복하며, 행복을 느끼는 그곳이 천국이 된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 2010년 9월 30일 미국 의회 캐넌빌딩에서 열린 자신의 80회 생일 축하파티에서 머리에 물건을 올리고 송판을 격파하는 시범을 보였다. 하지만 7-8년 전 대상포진(帶狀疱疹)이 발병한 후 건강이 악화했다.
대상포진(herpes zoster)은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varicella-zoster virus)가 소아기에 수두(水痘, chicken pox)를 일으킨 뒤 몸속에 잠복상태로 있다가 다시 활성화되면서 발생하는 질병이다. 대상포진의 특징은 무리 몸의 신경 중의 하나를 따라서 퍼진다는 점이다. 우리 몸의 신경은 척추에서 오른쪽, 왼쪽으로 한 가닥씩 나와 있기에 대상포진에 걸리면 몸의 한쪽에만 통증과 수포를 동반한 피부 병변이 나타난다.
또한 대상포진은 감각신경과 운동신경 중 주로 감각신경을 침범한다. 그러나 전체 환자의 5% 미만에서 운동신경을 침범할 수 있어 운동신경의 마비로 팔이나 다리를 들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대상포진은 면역력이 떨어지는 60세 이상의 노인, HIV 감염 환자 또는 장기이식이나 항암치료를 받아 면역기능이 떨어진 환자에서 많이 발생한다. 젊은 사람도 과로, 스트레스 등을 많이 받으면 생길 수 있다.
대상포진의 초기 증상은 감기와 비슷하여 두통과 몸살이 난 것처럼 팔과 다리가 쑤시고 나른하다. 이때는 수포(물집) 병변이 없이 가렵고 근육이 아파서 근육통이나 다른 질병으로 오인하여 피부과가 아닌 다른 진료과에서 검사를 하거나 며칠 지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수일 내에 물집이 나타나면 대상포진이라는 것을 곧 알 수 있다. 물집이 생기면 3일 이내에 고름집 모양으로 변하고, 일주일이 지나면 딱지가 생긴다.
대상포진은 생기는 부위에 따라서 합병증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즉 가장 중요한 합병증은 ‘대상포진 후 신경통’인데, 보통 발진이 사라지고 1개월 이상 통증이 지속되는 것을 말한다. 이 통증은 만성적으로 지속되어 불면증, 우울증까지 일으킬 수 있다.
눈 주위에 생기면 각막염 등이 유발될 수 있으며, 안면부 및 귀를 침범한 경우에는 안면 신경마비 증상이 올 수 있다. 방광 부위에 발생하면 소변을 못 보는 경우도 있다. 바이러스가 뇌수막염이나 뇌염, 간염이나 폐렴으로 진행하기도 한다. 중추신경계가 손상된 경우에는 안면 신경이 마비되거나 청각 소실, 중풍이나 혼수상태 등 치명적인 증상을 유발하기도 한다.
치료는 약물치료와 신경치료가 있다. 초기에 항바이러스제를 투약하고, 신경통 발생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항바이러스제는 수포 발생 3일 내지 5일 이내에 투약하여 약 1주일 정도 주사 또는 복용하면 대부분 치료된다. 그러나 치료 시작이 늦거나, 고령인 경우 또는 암 등이 있는 경우에는 약물 치료 후에도 통증이 계속되고 환자의 상태에 따라 1년 이상 지속될 수도 있다. 통증이 심한 경우에는 강력한 진통제, 신경차단 시술 등이 필요할 수도 있다.
대상포진 바이러스는 면역력이 약해지면 언제라도 재발한다. 예방법은 대상포진 예방접종이 유일한데 최소 3년에서 5년 주기적으로 접종해야 효과가 있다. 임상시험 결과 효과는 대상포진은 50%, 신경통은 60% 정도 발병률을 낮춰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