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선 작가 화폭에 담긴 ‘일그러진 얼굴들’의 의미

윤미선 작가

[아시아엔=알레산드라 보나보미 기자] 경기도 일산에서 전업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윤미선 작가. 그의 작품들은 일반적인 초상화와 궤를 달리 한다. 초상화 속 일그러진 얼굴들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을까.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 드린다.
“전업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윤미선이라고 한다. 경기도 일산에서 거주하며 작업도 하고 있다. 2017년 1월에 서울 청담동 노블레스 컬렉션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Acrylic on canvas_53.0x45.5cm_2017

작가 윤미선의 작품들에 대해 설명한다면.
“나는 다양한 인물을 표현한다. 오랜 시간 동안 원단을 이용한 포트레이트(초상) 작업을 해왔는데, 작업의 특성상 무거운 기계를 사용해야 했기 때문에 건강상의 이유로 더 이상 이 작업을 할 수 없게 됐다. 원단 작업과 함께 꾸준히 병행해왔던 페인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 것은 다행이었다. 원단을 이용할 때는 직접적인 감정 표현이 주를 이루었고, 페인팅으로 작업한 이후론 표현하고 싶은 대상을 바라볼 때 느낀 왜곡된 감정을 담아내려 하고 있다. 페인팅을 할 때는 캔버스와 하드 페이퍼 위에 아크릴 물감, 연필, 펜, 오일파스텔 등을 활용해 표현한다.”

주로 어디에서 영감을 얻나.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수시로 감정의 자극을 느낀다. 작품 속 여러 인물들은 내 자아를 비추는 대상이라고 생각한다. 동질된 감정을 느끼기에 작품 속 모델과 교감을 나누며 작업한다.”

한국 예술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표면적 인프라는 거대해 보이는데, 그 내부까지 그런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작품 구매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전보다 늘어난 것 같다.”

세계적인 온라인미술품갤러리 ‘사치아트’에 실린 인터뷰를 봤다. 사치아트와 특별한 인연이 있나?
“작품활동을 시작하면서 사치아트라는 온라인 갤러리를 우연히 알게 돼 그림들을 등록했다. 그 계기로 인터뷰도 하게 됐다.”

작가 윤미선이 정의내린 예술은 무엇인가.
“예술은 표현하고자 하는 사람의 삶과 생각이 반영된 시선이며, 자기만족의 소산이다.”

Acrylic on canvas_53.0x45.5cm_2017

영국의 비평가 올더스 헉슬리는 “예술은 삶의 고통에 대한 저항이다”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멕시코 여류화가 프리다 칼로를 비롯한 많은 아티스트들은 고통 속에서 작품을 남겼다. 당신은 이에 동의하는가? 당신의 예술적 동기는 어디에서 출발하는가?
“동의를 하고, 하지 않고는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다. 개인적으론 어린 시절부터 가족들의 압박과 폭력으로 인해 생겨난 트라우마로 본연의 나를 잃었다. 그 자리에는 학습과 강요에 의해 생성된 거짓 자아가 자리잡게 됐다. 나는 점점 소심하고 우유부단하며 나약해졌지만 ‘그림’으로 이를 극복할 수 있었다. 유아 시절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매우 좋아했다. 성장할수록 쌓여가는 내면의 아픔들을 뱉어내고 나약함에서 탈출하고 싶은 마음이 강해져 자연스레 그림에 더욱 열중하게 됐다. 대학에선 섬유미술을 전공하면서 섬유를 이용한 작업에 매료됐다. 당시엔 수없이 원단을 조각 내고 다시 이어 붙이는 고단한 과정을 통해 완성된 결과물이 나의 상처를 치유해줬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작년부터 이 작업을 못하게 됐다. 대신 이전부터 꾸준히 병행해 왔던 드로잉과 페인팅 작업을 중점적으로 시작하고 나서야 깨달았다. 심적 고통을 극복하려고 했던 원단 작업이 오히려 자기 연민에 빠지게 하는 동시에 아픔을 더욱 깊은 곳으로 가두었고, 반대로 그림을 통해 이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일종의 해방감을 맛보았다는 것을. 스스로를 자유롭게 만드는 것이 페인팅임을 깨달으면서, 사람들을 바라보고 표현하는 시선에 대해 솔직해지고 싶었다. 물론 나는 개인적인 아픔이 있었지만, 순수한 즐거움 만으로 예술활동을 하는 사람도 많다고 생각한다.”

존경하는 예술가와 그 이유에 대해 설명한다면.
“존경하는 예술가들은 너무 많다. 그 중에서도 페르낭 레제를 말하고 싶다. 그의 작품에서 느껴지는 건축적인 균형감, 나와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도형적인 느낌들이 좋다.”

현재 근황과 앞으로의 계획은?
“다양한 인물들을 나만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형태로 그려나가며, 치유하고 싶었던 감정을 ‘타인의 거죽을 빌린 자화상’으로 표현하는 작업을 지금도 이어가고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내가 바라보고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을 조금 더 세밀하게 분해하고 다시 결합해 나가는 훈련을 하고 있다. 마치 나 자신을 분석해 재구성하는 과정과도 같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 이를 통해 나를 대변하는 하나의 특정한 형상을 그려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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