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 시나씨가 말하는 ‘소사이어티게임 2’ 비하인드 스토리 ②
마니아 층의 열렬한 사랑을 받던 ‘소사이어티게임 2’가 11월 10일 금요일 막을 내렸습니다. 금요일 밤이면 습관적으로 ‘소사이어티게임 2’를 떠올리실 분들을 위해 게임의 출연자 알파고 시나씨 님과 11월 16일 목요일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만나 인터뷰를 가졌습니다. 1시간반 ‘수다쟁이’ 알파고 시나씨 님과 나눈 ‘소사이어티게임’의 뒷 이야기를 두 편에 걸쳐 독자들께 전해드립니다.
두 번째 주민 교환과 마동의 중심이 마을을 떠나면서 분위기가 안 좋아졌어요.
높동에서 유리가 건너왔을 때 ‘능력만 있다면 끝까지 같이 가자’는 생각들은 있었어요. 유리한테 “능력만 있다면 너도 파이널 후보야”라고 말하기도 했고요. 그런데 천수형 가는 날 태호와의 관계가 드러나면서 신뢰가 깨졌죠. 그리고 바로 다음날 유리도 원형마을을 떠나게 되고요.
그 날 챌린지가 ‘언 락 릴레이’었죠. 어떤 일이 있었나요?
원래 계획은 새봄, 태호, 유리가 주사위를 맡고 준호와 민석이가 얼음 깨고 제가 퍼즐을 푸는 거였는데 준호가 퍼즐에 자신 있다 그러더라고요. 맨날 휴대전화로 퍼즐 게임 한다고. 챌린지 패배 후 준호도 자존심 엄청 상했어요. 어쨌든 탈락자를 정해야 하는 순간이 왔는데 여기서 의견이 나뉘었어요. 준호는 ‘유리를 보내자’ 태호는 ‘새봄이를 보내자’로 갈린 거죠. 둘 다 각자의 이유가 있었어요. 준호는 ‘유리가 남으면 파이널은 태호의 그림대로 되지만 새봄이가 있으면 그래도 견제 할 수 있다’라고 생각했고, 반대로 태호는 ‘유리와의 관계가 들통난 것도 있고 유리라는 카드 자체가 버리기 아깝다’고 생각했죠. 저랑 민석이는 중립이었고요. 끝내 유리가 탈락하긴 했지만요.
중후반부 갈수록 원형 마을 안의 갈등들이 심화되기 시작했어요.
마동 같은 경우는 김치찌개 사건으로 몇몇 구성원들이 갈등을 겪었는데 방영 분은 일부에 지나지 않아요. 과정의 앞부분이랑 끝 부분만 나온 거죠. 그때 촉발된 갈등은 꽤 오래 지속 됐어요. 시청하신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후반부 가면서 마동에선 파이널 멤버를 둘러 싸고 불협화음이 났었어요. 준호는 두뇌 하나 신체 둘, 태호는 두뇌 둘 신체 하나를 주장하면서 멤버 구성에 대해 의견이 갈렸죠. 마찬가지로 높동 내부에서도 꽤 심각한 일이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물론 마지막 날에는 광재형의 메시지 사건을 비롯한 여러 갈등들이 대부분 봉합됐어요. 당사자들끼리 화해하면서요.
그리고 대망의 파이널 챌린지 날이 다가왔죠. 딱 잘라서 물어볼게요. 왜 파이널 진출권을 양보하셨나요?
게임 초반부에 심리적으로 너무 위축돼 있었어요. 다들 겉으로 말은 안 하지만 느낄 수 있잖아요. 제가 위험하다는 사실을. ‘소외된 것만 같다’ ‘내 목숨은 얼마 안 남았다’ 제 머리는 부정적인 생각들로 가득했죠. 2회때는 실제로 탈락 위기까지 몰렸고요. 한 4회분 까지는 ‘오늘도 살아남았구나’라는 사실 자체만으로 너무나 감사했어요. 초반부터 준호 같은 멤버들처럼 인정 받았으면 저도 욕심을 냈을지 몰라요. 중반 넘어가면서 마을의 주축 멤버가 됐지만 그래도 마음 속 위기감은 남아있었고, 그 때문인지 욕심이 사라져버리더라고요. 그래서 마지막에 자리를 양보하고 나올 수 있었던 거 같아요. 최종을 앞둔 순간 이런 말을 했어요. “백화점 가면 팔에 아무것도 없는 사람이 쇼핑을 많이 할 거 같나요 아니면 팔이 짐으로 가득한 사람이 더 많이 쇼핑할 거 같나요? 물론 아무 것도 쥐고 있지 않은 사람이 더 많이 쇼핑할 수 있겠죠. 전 이 곳에서 얻은 게 너무나 많아요. 더 이상 쥘 필요가 없을 정도로.” 진짜로 그랬어요. ‘러시아 장기’ 때는 제가 개발한 필승법이 태호를 통해 마동 전체에 공유됐죠. ‘삼각 줄다리기’ 엔트리도 짰죠. 히든 힌트가 들어있는 상자도 발견했죠. ‘기억의 홀덤’에서 좋은 전략으로 팀을 승리로 이끌었죠. 미니 게임에서 현석이도 한번 잡아냈죠. 방송에선 많이 드러나진 않았지만 마동 입장에서 현석이는 ‘두뇌 괴물’ 같은 존재였어요. 심리적으로 상당한 압박을 느끼고 있어서 현석이를 잡는 게 마동 승리의 핵심이었어요. 제가 미니게임에서 현석이한테 승리했던 것이 마동엔 큰 힘이 됐어요. 그리고 인연을 오래 간직하고 싶은 좋은 사람들도 너무나 많이 만났죠. ‘소사이어티게임 2’를 통해 많은 경험과 사람들을 얻었어요.
높동 파이널 멤버에 대해선 어떻게 예측하셨나요?
방송이 현석이 위주로 많이 나가지 않아서 그렇지 말 그대로 ‘두뇌 괴물’이었어요. 마동 사람들은 너무나 잘 알고 있었죠. 높동은 두뇌 박현석 신체 줄리엔 강은 무조건 고정일 거라 생각했어요. 엔강이형도 ‘신체 괴물’이니까요. 문제는 동민이 형이었어요. 자신이 직접 나올지 판단이 잘 안 서더라고요. 어쨌든 마동의 승리 가능성을 높이기 탈락 면제권 드랍 작전을 구상했죠. 두 괴물 중 한 명을 제거하기 위해서요. 잘 아시겠지만 이 작전은 수포로 돌아갔죠.(웃음)
결국 파이널 챌린지 승리는 높동에게 돌아갔어요.
방송이 시작되고 거의 매주 토요일만 되면 준호한테 전화가 왔어요. “너 이 xx 왜 욕심 안 부렸어. 너랑 갔어야 했는데”라고. 한 3회차부터 매주 그랬던 거 같아요. 준호는 단순한 신체 역할을 넘어 큰 틀의 전략을 짤 수 있는 사람이었어요. 지금 체육 관련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데 고전인문학에도 관심이 많더라고요. ‘소사이어티 게임2’ 촬영하는 동안에도 책 두 권을 읽은 것으로 알고 있어요. 원형마을은 일과 후에 전체 소등하잖아요. 그래서 따로 전등을 챙겨갔었는데 게임 초반에 준호가 저한테 와서 “알파고 씨, 책 읽게 전등 좀 빌려도 될까요?”라고 물어보더라고요. 그땐 초반이라 어색했으니까 서로 존대말로.(웃음)
방송이나 온라인 반응들은 확인하셨나요?
방송은 물론 다 봤죠. 심지어 2회분은 일본 출장 중에도 실시간으로 봤어요. 그리고 다음날 일어나서 인터넷을 보는데 사람들이 제가 자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잠파고’라고 그러더라고요. ‘이름 때문에 여기 나왔구나’하는 반응들도 봤고요. 보면 스트레스겠다 싶어 안보다가 히든 아이템 발견했을 때는 반응이 너무 궁금해서 잠깐 보긴 했어요. 그 이후로는 다시 안 봤어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알파고가 파이널 진출 했을 시의 승리시나리오나 메달리스트의 집중력을 주목한 알파고의 선견지명 등이 퍼지면서 재평가가 이뤄지기도 했어요.
그건 저도 봤어요. 갔으면 좋았을 텐데 지나간 일이니 어쩔 수 없죠. 대신 와이프한테는 많이 미안했어요. 상금 받았으면 당장 차 한대 샀죠. 내년 1월에 아이도 태어나는데. 그 부분에 대해선 와이프한테 할 말이 없어요.(웃음)
방송 분량은 만족하시나요?
방송 분량은 만족하는 부분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지만 제작진 입장이 이해가요. 저는 방송인도 아니고 유명인도 아니잖아요. 그렇다고 게임을 압도적으로 잘한 것도 아니고. 방송이 기대한 만큼 안 나왔지만 저는 메인 디쉬가 아니라 가니쉬잖아요. 제 역할과 제가 얻은 것에 만족해요.
그래도 방송에 나오지 않았던 부분 중에 소개하고 싶은 에피소드 있으면 알려주세요.
6회 ‘삼각줄다리기’는 꼭 얘기하고 싶어요.(웃음) 그날 방송엔 천수형이 엔트리를 짠 걸로 나오는데 사실 제가 짠 거였어요. 화장실 가는 길에 갑자기 무언가 번뜩 떠올라 천수형한테 “형 잠깐만요”하고 급하게 불렀죠. 천수형도 연습하다 말고 “뭐야 무슨 일인데”하고 오셨죠. 제가 “형 우리 엔트리를 1, 2라운드 초반에 강한 카드들로 몰아줘서 빨리 끝내버려요. 3라운드는 애초에 포기하고 초반에 승부 봐요”라고 했죠. 그래서 1, 2라운드에서 끝낼 수 있는 엔트리가 탄생했어요. 계획대로면 초반에 힘이 좋은 광재형이랑 준호가 상대를 마크하고, 나머지 인원들이 점수를 뽑아서 2라운드 안에 6점차를 벌릴 수 있었죠. 3라운드에는 신체적으로 불리한 여자 멤버들이 출전하기로 돼 있었고요. 그런데 우리가 1라운드 때 6점이 아니라 5점을 획득하고 광재형도 1점 내주면서 ‘잘못 될 수도 있겠다’ 생각 들더라고요. 다들 걱정하는데 제가 천수형한테 그랬어요. “우리 1라운드 때 엔강이형 나왔으면 더 힘들었을 거에요. 아직 게임은 초반이고 만약 엔강이형이 2라운드가 아니라 3라운드에 나온다면 신은 우린 신의 축복을 받은 거에요.” 다행히 엔강이형이 마동이 포기했던 3라운드에 나오고, 하늘이도 몇 문제 틀리면서 1점 차로 이겼어요. 한 숨 돌린 거죠.
방송하면서 특히 고마웠던 사람들이 있으신가요?
높동 마동 사람들 다 두루 친한 편이에요. 출연진들과 지금도 자주 만나고 있어요. 그래도 고마운 사람을 꼽자면 우선 마동의 리더 준호죠. 마동의 중심을 잡아줬으니까요. 준호는 방송 끝나고 여행 갔다가 컵을 사다 선물해줬어요. 태호는 친동생 같은 친구에요. ‘저 대신 태호가 나갔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파이널을 양보하기도 했고요. 태호랑 준호는 라이벌이었지만 준호는 리더 이전까지 제 룸메이트였고, 태호는 친동생처럼 좋아했어요. 새봄이도 많이 고마웠어요. 천수형의 빈 자리를 채워주면서 마동을 격려해줬죠. 새봄이는 방송 후 우리 집에 놀러 올 정도로 친해졌죠. 와이프랑 셋이 터키 문화원에서 아침 식사하면서 많은 대화 나눈 적도 있고요. 추석 때는 잊지 않고 따로 선물도 챙겨줬어요. 너무 고맙더라고요. 그리고 마동은 아니지만 높동의 우리도 진짜 좋은 친구에요. 아이돌이라 춤 잘 추고 노래 잘 부르고 예쁘기만 한 줄 알았는데 머리도 좋아요. 인성도 바르고요. 제가 전 세계 화폐 모은다는 것을 기억하고 외국 화폐도 챙겨주더라고요. 승옥이도 제 생일에 잊지 않고 케이크 선물해주더라고요. 승옥이가 마을은 옮겼더라도 언제나 마동 사람들을 잊지 않고 있었어요.
‘소사이어티게임’에서 다음 시즌 제의가 온다면 출연하실 건가요?
나가고 싶긴 한데 괜히 또 나갔다가 망신만 당할까 걱정되긴 해요. 그래도 나갈 기회가 생긴다면 나가겠죠. 시즌 3든 그랜드 파이널이든 제의 온다면 나갈 거 같아요.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태호랑 여러 콘텐츠들을 기획하고 있어요. 우선 1년 정도 같이 해보기로 의기투합했어요. 태호가 ‘지니어스게임’의 모델이 된 ‘라이어게임’이란 만화를 엄청 좋아해요. 머리 쓰는 심리게임들이요. 그래서 곧 시작될 ‘치외德권’이라는 프로그램은 말 그대로 도덕이 없는 세상에서 벌어지는 보드게임이 주 콘텐츠가 될 거에요. 태호랑 제가 1:1로 보드게임을 할 수도 있고, ‘소사이어티게임’ 출연진이 나와서 같이 게임 할 수도 있어요. 시청자들도 참가하실 수 있고요. 촬영과 편집을 거쳐 제가 활동하는 유튜브 채널 ‘하베르코레’(https://www.youtube.com/channel/UClhVaFYHzvIA007FOOnjPFg)를 통해서 나갈 예정이에요. 반응이 좋으면 프로그램도 당연히 확대될 거고요. 이미 시작된 콘텐츠들도 있어요. 하늘이랑 태호가 ‘하베르코레’ 유튜브 채널에 ‘소사이어티게임 2’ 후기들을 올리고 있으니, 많은 관심 부탁 드려요! 개인적으로는 또다른 보드게임을 하나 제작하고 있어요. 고등학교 때 룰까지 직접 만든 게임인데 하도 많이 해서 입시에 지장을 받을 정도였어요. 기숙학교를 다녔는데 학업에 지장을 받으면 퇴학시키겠다고 하셔서 바로 찢어버렸죠. 가칭도 정했어요. ‘군주 1812’. 1812년은 산업혁명이 진전되면서 세계 정상들이 처음으로 모임을 가진 해이기도 해요. 그래서 게임의 주요 키워드가 ‘산업혁명’ ‘군사력’ ‘민족주의’ 고요. 기존 게임들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스토리와 새로운 룰을 갖고 나올 거에요. 특허도 곧 나올 예정이에요. 제가 이전에 책을 낸 적도 있어서 사람들이 물어보시더라고요. 제가 기자인지 작가인지. 갈림길에 있긴 한데 일단 저술 활동도 계속할 생각이에요. 첫번째 책은 작년에 출판됐고, 두번째 책은 출판을 앞둔 상황이에요. 다섯번째 책의 기획까지 마쳤고요. 방송은 아무거나 다 나갈 순 없지만, 좋은 프로그램 있으면 출연할 생각이에요.(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