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전북 정읍에서 보내온 고추장과 백김치 가득한 항아리 : ‘엄마를 부탁해’
[아시아엔=서의미 기자] “엄마를 잃어버린 지 일주일째다.” 소설 <엄마를 부탁해>의 첫 대사다. 두 딸과 두 아들, 그리고 아빠는 그렇게 남겨졌다. 어느 분주한 오후, 엄마는 서울역에서 사라진 채 다시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사라져버린 엄마의 이름은 박소녀다. 그러나 네 자녀와 남편에게 그녀는 항상 가정을 지키고 있어야만 하는 엄마로만 기억된다. 이들은 엄마가 사라지고 나서야, 그녀의 부재에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했다. 엄마가 아닌 여성 ‘소녀’의 삶을 돌이켜보면서.
기억을 더듬어가면서, ‘소녀’의 가족은 오직 엄마 만이 책임져야 했던 짐들을 떠올렸다. 가부장적인 가정에서 이기적이지만 소중한 자녀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피땀 흘려온 엄마. 뒤늦게나마 소녀의 가족은 엄마의 무조건적인 사랑에 대해 기억하며 감사해 한다.
드라마로도 각색된 <엄마를 부탁해>는 저자 신경숙의 작품 중 영어로 번역된 최초의 작품이다. 이 소설은 한국 사회의 전형적인 가정에서나 벌어질 법한 상황과 부조리들을 그려냈음에도 불구하고, 전세계 독자들을 사로잡았다. 소설 속 내용처럼 전라북도 정읍에서 엄마가 보내온 고추장과 백김치 가득한 항아리는 언어와 문화가 다른 곳에 살고 있는 이들에게도 ‘우리들의 엄마’는 전세계 어디에서나 똑같은 모습으로 우리 곁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