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테르테 취임 후 필리핀 경찰 사건조작 등 ‘적폐청산’ 과연 얼마나?
[아시아엔=이상기 기자] 최근 필리핀 경찰이 범죄혐의를 조작해 송아무개(41)씨를 불법 감금하고 있다는 <아시아엔> 보도와 관련해 현지 교민 문종구 하니십 대표가 30일 다음과 같은 의견을 보내왔다.
<필리핀 바로알기> <더미> 등의 저자이기도 한 문종구 대표는 <아시아엔>에 필리핀의 ‘더미’ 관련 문제 등에 대해 여러 차례 기고해 왔다.
문씨는 “한국인들끼리 관련된 사건은 자못 복잡한 경우가 많다”며 “한국인들의 사업활동이 애초에 불법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문씨는 “2년 전 체포돼 이민국 구치소에 수감중인 한국인이 도움을 요청해 ‘필리핀의 로빈 훗’이라 불리는 언론인 툴포씨가 1년 가까이 도움 주며 석방을 위해 노력한 적이 있다”고 소개했다. 문씨 자신도 툴포 기자의 팀원인 알린 페라로 기자와 함께 면회를 가는 등 구명운동을 벌였으나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사람은 한국에서 사기죄로 수배중이었다”고 말했다.
문씨는 “당시 그 한국인은 자기에게 유리한 말만 하고 툴포씨가 궁금해 하는 사안들에 대해선 대답을 회피하거나 거짓말을 한다는 인상을 받았다”며 “한국으로 추방된 후 한국의 교정시설에 수감중”이라고 했다.
문씨는 “이처럼 한국인들 중에는 자기에게 유리한 말만 늘어놓고 진실을 감추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문씨는 “송씨가 법원에서 발부한 영장에 의해 체포되어 수감되었다면 불법이라고 볼 수는 없을 것 같다”며 “물론 판사가 불법으로 영장을 발급했거나 경찰이 영장을 위조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지만 두테르테 정부하에서는 아주 희박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특히 최근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두테르테를 지지하는 의원들이 다수인 하원에서 심의 중”이라며 “입법부와 사법부가 첨예하게 대치 중인 상태에서 그러한 무모한 짓을 벌일 판사나 경찰이 있을까 의심이 든다”고 했다.
두테르테 정부는 지난 정권들에서 마약이나 부패에 물들어 있던 경찰들이 1천여명에 달할 것으로 보고 지난 해 취임 이후 그들을 솎아내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문씨는 “두테르테 정부는 마약과의 전쟁을 벌이며 대통령이 경찰에게 큰 힘을 실어주고 있다”며 “두테르테는 자신의 지휘 아래 있는 경찰들이 부당한 비난을 받는다고 생각되면 크게 화를 내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번 송씨 사건은 필리핀 경찰이 과거 적폐에서 과연 얼마나 벗어나서 새로운 경찰로 거듭나는 지를 판단할 수 있는 가늠자가 될 수도 있다고 현지 교민들은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