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살 청춘의 마지막 당부···”제가 먼저 하늘나라로 가게 되면”

故 김경희 씨

[아시아엔=이상기 기자] 오늘 이른 아침 지인한테서 문자가 왔습니다. “우리 딸이 어제 하늘나라에 올랐소.” 바로 건 핸드폰 넘어 들리는 예비역 장군의 목소리가 점차 희미해졌습니다. 아마 눈에는 물기가 흘러내리고 있었을 겁니다. 2000년대 초 국방부 정책통으로 특유의 강단(剛斷)과 남다른 지식·지혜를 지닌 전직 육군소장의 또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위암으로 1년 동안 투병했어. 좋은데 갔겠지.”

저는 “형님 하나님 곁으로 갔을 거예요. 형님 힘내세요” 밖에 더할 말을 찾지 못했습니다.

10여분 뒤 김 장군한테서 문자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딸이 가족에게 남긴 것이었습니다. 여기 소개합니다.

제가 먼저 하늘나라로 가게 되면:

필요한 연락처와 모든 정보는 핸드폰에 있습니다.

연락처 즐겨찾기에 있는 세명(안00 조00 송00)에게 연락하면 거의 모든 사람에게 전달 될 거예요. 페이스북 어플에 락 걸지 않았으니 한국어&영어로 소식 전해주시고요, 왓츠앱 어플 통해 Fidel, Ade에게도 소식 전해주세요. 가족같은 친구들이에요.

드롭박스 어플에 사진도 많이 있으니 보면서 추억해주세요. 노트북에 있는 파일들은 그냥 지워주세요. 다른 사람들이 보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대전과 남산에 있는 짐들은 적당히 처리해주시고 세이브더칠드런이랑 국경없는의사회 정기후원 중이었으니 알아서 처리해주세요. 통장에 돈은 얼마 없는데 그동안 병원비 등에 비하면 턱도 없겠지만 오빠께 드립니다.

안구든 장기든 기증 가능한 모든 건 기증해주세요.

아프고 나서 이 시간이 나에게 무슨 의미일까 많이 생각했어요. 아무래도 가족들과 더 사랑하고 갈 시간으로 만들어 주신 것 같다는 생각이에요. 우리 가족 너무나 사랑하고 감사합니다.

20세기말, 새천년 전반부를 치열하게 살다 먼저 간 젊은이 김경희(1983년생)의 외증조부는 ‘훈맹정음’ 창시자로 시각장애인용 점자를 발명하신 송암 박두성(1888∼1963) 선생이십니다.

 

 

7 comments

  1. 안녕하세요. 경희를 기억하는 사람입니다. 이렇게 기사로 알게되어 너무 마음이 아픈데 혹시 납골당에 안치 되었는지 알고싶어서 메세지 남기네요. 연락부탁드립니다. 010.4179.9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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