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도시 건설과 4차산업혁명

스마트 횡단보도

[아시아엔=오동근 ㈜제브라앤 시퀀스 대표이사] 가는 곳마다 ‘4차 산업혁명’이다, ‘스마트도시’다, ‘변화’다 하면서 아우성이다. 이제 스마트도시 건설이 전국에 퍼질 것처럼 준비하고 있다. 아니, 그걸 넘어 스마트공장을 지나 이제는 버스 타고 스쳐 지나는 식당이름마저 ‘스마트 식당’이란다. 사람이 들어가면 수저가 자동으로 나오는 곳이란 말인가? 가만히 앉아서 생각해보니 참으로 웃긴다. 허울 좋고 제목만 잘 뽑아낸다. 녹 제거는 안하고 계속 페인트 덧칠만 하는 모양새가 뒤집어 안을 들여다 보면 안 망하는 게 신기하다.

스마트라면 할 말이 많다. 특히 스마트도시라면 말이다. 2014년 미래부 주관으로 스마트실증도시를 준비하면서 인천+KT와 부산+SKT가 맞붙었다. 부산에서는 맨날 수도권만 혜택 주기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부산+SKT컨소시엄이 미래부의 실증도시 플랜을 가져갔다.

미래부 예산을 지원받아 1200억원을 들여 스마트주차, 가로등, 사회적 약자 안심서비스, 에너지절약, 스마트횡단보도 등 예산에 해당하는 만큼 시범도시를 만들려 노력한 흔적은 보인다.

문제는 스마트 횡단보도다. 횡단보도는 건물이 갖는 스카이라인과 함께 도시의 얼굴 같은 존재다. 어찌 보면 앙증맞은 뉴욕을 상징하는 신호등을 왜 우리는 못하는 것일까? 하는 부러움반 기대반, 아니 기대가 더 컸을 것이다. 결국 만들어 놓은 걸 쳐다보니 기가 막혔다. 웬만 해야 속아주지. 기찻길에서나 볼 법한 차단기를 횡단보도에 갖다놔서 보행자를 통제하는 시대역행적인 희안한 횡단보도를 만들었다가 행인이 머리통을 맞아 철거해야 하는 황당한 스마트도시를 만들어 놓은 것이다. 속은 어찌 되었든 스마트도시의 얼굴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이쁜 얼굴을 스스로 화장술이 부족해서 엉망을 만들어 놓고 “나 이쁘지?” 하는 바보 같아 보인다.

우리는 횡단보도에 딸려있는 보행 잔류시간 표시기도 먼저 만들지 못했다. 노인들이 지나가면서 3초만, 5초만 더 횡단보도 보행시간이 필요하다고 해도 충분히 이를 해결할 IT능력이 있었으면서도 말이다. 의사결정자들이 아직 보행에 지장이 없는 사람들이어서 그런지 아무도 관심이 없다. 싱가포르에서는 잘 시행되고 있는데 그 이유는 간단하다. 이런 것을 개발하려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어차피 개발해봤자 사용을 못하게 하니까 쓸 데 없이 시간과 돈을 날리기 싫은 것이다. 왜 개발을 안 할까?

중소기업사장으로서 무언가 돈을 투자하여 선명한 결과를 볼 수 있다면 신호등뿐 아니라 그런 블루오션에 분명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의견을 제시할 것이다. 그러한 경쟁을 거쳐 다듬어져 나오는 게 우리가 찾는 명품일 거다.

말로만 스마트도시를 세운다 하고 부산에서처럼 사람이 지나가는 횡단보도에 주차장 차단기를 설치해 머리통이나 때리지 말고 정말 애정을 갖고 해야 한다. 다행히 지난 3월 2일 ‘스마트도시건설 활성화 및 산업진흥법활성화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물론 이 법 하나로 충분할 지 의문이다. 그래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싶다. 여야 지도부의 리더십이 떨어진 이 시기에 통과된 법률안 치고는 매우 밝고 긍정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오동근 대표는 아들의 안전을 늘 걱정하다 스마트차단기를 고안하게 됐다고 했다.

나는 아이를 키우면서 육아 부모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하나로 만들어 보았다. 아이들의 횡단보도 교통사고를 예방하고 영·유아, 치매노인들이 실종되는 것을 방지하며 심야에 안전하고 범죄 없는 귀가 길을 만들기 위해 ‘ICT융합 스마트횡단보도’를 만들었다. 어린 자녀를 둔 부모로서 평소 보고 듣고 느끼던 것들을 생각하며 남의 자녀들도 내 아이처럼 안전하게 보행할 수 있도록 아이디어를 짜내고 최선을 다해 제품을 개발했다. ‘스마트횡단보도’라는 용어도 내가 작명한 게 아니라 이웃 사람들이 그렇게 불렀다. 이에 나도 과감히 스마트횡단보도라 부르기 시작했다.

횡단보도에서 어린이들의 사망·부상 사고가 끊이지 않는 사회. “차보다 사람이 먼저~!”라고 부르짖으면서도 사람을 못 가게 차단기로 막는 사회가 바로 우리 민낯

이다. 사고가 터지면 점검과 확인, 그리고 보완만 할 뿐 새로운 것을 도입하지 못하는 책임전가 및 책임회피주의가 뭔가 시민들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려는 공무원들의 앞날을 막아서는 안 된다. 최순실게이트가 우리 사회의 부정부패을 없애는 데 큰 몫하고 김영란법이 공무원들을 움츠리게 만든 이 역설적인 모순. 이들이 합쳐져 불러온 거대한 파도는 진취적인 공무원조차 역동성은 고사하고 아무것도 못하게 하는 부작용을 빚고 있다.

보행잔류 표시기도 중국에서 제조해 우리한테 넘어왔다. 싱가포르는 카드만 대면 보행신호가 연장된다. 우리는 어렵다. 기존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편익성과 안정성을 높이려는 새로운 시도가 통과되는 것은 백년하청이다. 이 상태로 가면 1000년이 지나도 바뀌지 않을 것이다. 어렵사리 안정성 검사를 통과해도 하늘의 별따기보다 어려운 교통심의가 남아있다. 여기서 떨어지면 지난 2, 3년간 기다린 세월이 물거품이 된다. 인어공주 신세가 되는 것이다. 그런 마당에 누가 그런 무모한 도전을 하겠는가?

내가 만든 스마트횡단보도 외에는 아마도 우리나라에서 비슷한 것이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다. 나처럼 무식한 돌쇠나 버티고 허가받겠다고 교통심의를 기다릴 것이다. 나처럼 2~3년 세월을 우직하게 참으며 낭비하는 중소기업 사장은 없을 거란 이야기다. 경쟁사는 필경 해외에서 나올 것이다. 다만 여기에는 조건이 있다. 통신이 매우 발전돼 있고 상대적으로 제도가 느슨한 나라에서다. 우리는 제도가 비교적 잘(?) 정비되어 있다 그러나 그 제도가 턱 버티고 앉아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는 나라도 바로 한국이다. 쇠말뚝인 셈이다.

경찰관들도 스마트횡단보도의 전문가이며, 이 제품의 훌륭한 멘토다. 그러나 그들 경찰관도 어찌 하지 못한다. 최순실 게이트 여파다. 괜히 뭐 하러 하겠는가? 가만 있어도 다른 명예롭고 칭찬받을 일이 많은데, 평생 책임 못질 새로운 걸 하겠느냐는 말이다. 그게 지금 우리나라의 위치인 것 같아 마음 아프다. 밤은 깊어가고 갈 길은 아직도 많이 남아있는데···.

참으로 아쉽다. 규제만 덜하다면, 하더라도 제대로 필요한 곳만 한다면, 우리는 어마어마한 IT강국이 되었을 텐데 말이다.

필자 오동근은 ㈜대우 근무를 거쳐 현재는 ㈜제브라앤 시퀀스 대표이사다. 그는 어린 아이를 돌보면서 도로 보행시 안전 등을 연구하다 횡단보도시스템인 ‘제브라시퀀스’를 고안해 현재 시범운영 중이다. 스마트횡단보도를 개발하여 영유아 실종 및 교통사고를 예방하는 게 꿈이다. 스마트횡단보도는 현재 김포공항과 인천광역시 몇 군데에 시범설치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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