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당선] 이들이 당신의 하늘입니다
[아시아엔=정향희 제주 부영호텔 셰프] 저는 누구도 얘기하지 않는, 쉬쉬하거나 대수롭지 않게 여겨 대통령께서 지나칠 수 있는 문제들을 말씀드리려 합니다. 사회의 약자뿐 아니라 우리 주위에 평범해 보이는 아들 딸들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초등학생 따돌림···아이는 나라의 미래.
아이들은 자신이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습니다. 자존심 상하고 어차피 해결될 수 없는 문제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른들은 그 심각성을 알지 못합니다. 아이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1년 동안 각 반마다 ‘은따’(은근히 따돌림)를 포함해 적게는 한두 명에서 여러 명이 따돌림을 경험한다고 합니다. 심한 학급의 경우 재미를 붙이듯 몇 주 또는 몇 개월마다 한두 명씩 돌아가며 학급의 절반 이상이 겪는다고 합니다. 증거를 남기지 않는 육체폭력, 언어폭력뿐 아니라 따돌림 당하는 아이를 스마트폰 단체톡방에 초대한 후 같이 어울릴지 말지 찬반투표를 합니다. 이러한 문제가 과연 인성 탓에만 있을까요? 일터에서 지쳐 귀가한 엄마아빠가 아이 문제를 얼마큼 해결해 줄 수 있을까요? 담임선생님들이 얼마나 관심 있게 바라보고 인지하며 해결해줄 수 있을까요? 온갖 상처로 뒤덮인 아이들은 그 시기에 적절하고 확실한 치료가 없으면 사회에 나가서도 비슷한 일을 경험합니다. 학교에 상주하는 진심어린 전문가가 필요합니다.
장애인·노숙자·청소년 쉼터 안의 밥상
우리나라에는 쉼터·나눔의 집·사랑의 집 등 보호시설들이 많이 있습니다. 정부 예산을 지원받는 곳도 있고 그렇지 않은 곳도 있습니다. 이곳까지 오게 된 사연들은 구구절절 있겠지만 이 분들이 당장 필요로 하는 것은 잠자는 것과 먹는 것입니다. 사회구성원으로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교육이 필요하겠지만 이분들은 아이러니하게도 당장 먹고 자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러나 대부분 보호시설의 밥상은 일반인의 그것보다 현저히 떨어집니다. 국가의 지원이나 단체 후원이 어디로 가는지, 어떻게 쓰이는지 도통 알 수가 없습니다. 입주자들은 2~3평 규모의 좁은 방을 배정받아도 그저 감사하게 생각하지만 먹는 것을 보면 크게 상처를 받습니다. 먹는 것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인데, 그것이 여지없이 박탈되는 경우입니다. 한 부모가정·미혼모·장애인·노숙자·무연고 노인·청소년 등이 거주하는 보호시설의 ‘밥상’만큼은 이들에게 이상 상처를 주지 않았으면 합니다.
청년실업자의 수가 많은 것은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캥거루족이 아닌 경우에는 스스로 월세를 내고 생활비를 벌며 생활을 영위해 가야 합니다. 청년실업자들 얘기입니다. 현실을 말씀드리겠습니다. 6~8평 방안에 깨끗한 화장실과 음식을 해먹는 주방설비가 되어있는 원룸가는 서울도심지역 기준으로 평균 보증금 1000만원에 월 60만원 가량 됩니다. 가스비와 전기료, 수도요금, 원룸 관리비, 식비, 최소한 생활자금을 제외하면 월 100만원이 훌쩍 넘는 것은 기본입니다. 옷을 사 입지 않고 외식도 하지 않고 공부할 책도 사지 않을 경우입니다. 대학자금(생활자금 100만원, 학비 300만원)을 모두 대출받으며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병행해도 모두 감당하지 못합니다. 부모님의 도움을 받거나 본인이 주택자금을 낼 필요가 없으면 그래도 어느 정도 감당이 가능합니다. 문제는, 그 모두에 해당되지 못하는 청년들이 훨씬 많다는 데 있습니다. 학업 때문에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올라온 청년들이 특히 많습니다. 원래 저소득층 가정 출신 청년들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남녀 할 것 없이 똑똑한 청년인재들이 낮에는 학교공부를 하고 밤에는 어쩔 수 없이 유흥업소나 BAR 등에 나갑니다. 그래야 생활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본인들의 체질에 맞아서 직장을 그곳으로 선택했을까요? 상당수 인재들은 그곳에서 또 한번 자존심과 의욕을 잃은 채 살아가다 본래의 꿈을 버리고 그 일에 안주해 버립니다. 이같은 ‘음지’에서 일하는 젊디젊은 이들이 얼마나 되는지 추산조차 하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다만, 정부에서 추산한 숫자보다 훨씬 많은 이가 이런 곳에서 종사하며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감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이러한 청년들에게 현실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방안들을 마련해 주시길 간절히 당부드립니다.
불우한 현실의 청년들 가운데 빚을 내서라도 꼭 하는 게 있습니다. 성형입니다. 이것은 비단 젊은이뿐 아니라 중년세대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외적인 모습은 그 사람의 경쟁요소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리고 성형분야 마케팅은 상당히 앞서가고 있습니다. 이 분야의 전문가들이 근사한 홈페이지를 만들고 블로그나 카페, 소셜 커뮤니티를 통해 소위 가짜고객인 ‘알바’가 등장하여 마치 성형이 잘 된 것 마냥 병원홍보를 일삼고 있습니다. 이것에 현혹되어 수많은 시술이 이루어지고 있고 그에 따른 부작용도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또한 성형술은 재수술(再手術)과 ‘재재수술’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습니다. 부작용 문제는 심각하지만 법에서는 전문가의 손을 들어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선진국에서는 사람의 내적인 모습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우리나라가 언제부터 이렇게 외모지상주의가 되었을까요? 나라에서 어느 정도의 제재나 개선책을 내놓아야 할 시점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우리는 지금 너무 많이 아픕니다. 학교와 학원에 지친 청소년들, 연애·결혼·출산·인간관계·내집도 포기했다는 ‘5포세대’, 승진과 경쟁, 인간관계로 지친 직장인들, 하루하루 쪼들린 생활비와 자녀문제 등으로 위기에 몰린 가정주부, 퇴직은 다가오고 후배들은 치고 올라오는 가운데 가족을 꾸려가야 하는 중년세대, 퇴직 후 갈 곳이 없거나 마땅한 수입이 없어 방황하는 아버지들, 위험한 환경 속에서 상처받은 어린이와 여성 등등···. 특히 경쟁사회에서 자신감·자존감이 많이 떨어져 각종 공황장애와 우울증 등에 시달리고 있는 경우도 자주 봅니다. 더욱이 우울증을 앓는 어린이들을 보면 너무 맘이 아픕니다. 이들은 성인이 돼서도 재발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이들은 당당하게 치료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요즈음 연예인들이 자신이 정신치료를 받는 사실을 당당히 알리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다행스런 일이지만 사회의 시선은 여전히 따갑고, 그들의 맘은 더 아픕니다.
하나 더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심리치료전문가한테 검사와 상담을 받을 때 상담료가 너무 비쌉니다. 정신과 진료 안에서 그 부분은 대부분 보험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직장인들은 연말 때 회사에 제출하는 서류에서 진료기록이 남겨지는 것 때문에 정신과 진료를 꺼려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픈 이들이 전문가에게 당당히 치료받을 수 있도록 나라에서 권고하고 장려해주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었으면 합니다. 처음 취임하신 대통령님께 골치 아픈 말씀만 드려 제 마음도 무겁습니다. 그래도 평소 생각했던 것을 털어놓을 수 있는 대통령이 계셔 한편으로는 참 든든하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