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강의 콜롬비아 커피이야기 2] 메데진 ‘카페 데 안티오키아’서 만나는 세계최고 스페셜티 커피

경매식장의 모습
행사장의 모습 <사진=CCA>

[아시아엔=마크 강 아마티보 한국 지사장, 커피비평가협회(CCA) 라틴아메리카 커피 테이스터] 콜롬비아는 대다수 중남미의 국가처럼 스페인의 지배를 받다가 독립했다. 남미를 점령했던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로마 교황청을 따르는 전통적인 가톨릭 국가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3월의 부활절과 12월의 성탄절은 콜롬비아에서는 가장 큰 공휴일로 꼽힌다. 12월은 특히 콜롬비아가 거국적으로 휴가를 즐기면서 국가 경제활동에도 제동이 걸릴 정도다.

그러나 남들과 달리 이 시기에 오히려 바쁜 곳이 있으니, 커피 농장들이다. 그 중에서도 11월~1월 본격적으로 커피열매를 수확하는 안티오키아는 풀가동에 들어간다. 이런 가운데, 안티오키아의 농부들 사이에선 최근 새롭게 떠오르는 관심사가 있다. 이곳의 대다수 커피 농장들은 안티오키아가 최근 4년간 진행해 온 ‘카페 데 안티오키아(Cafe de Antioquia)’ 프로그램에 참가하기 위해 명절의 즐거움을 뒤로한 채 땀흘리고 있는 것이다. 모든 수확이 끝난 후인 2월 중순에 열리는 이 프로그램은 도대체 무엇이기에 지역 농부들의 관심을 받는 것일까?

안티오키아 주정부는 2013년 커피산업을 위한 새로운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Cup of Excellence’(COE)의 개념을 접목해 대회(contest)와 경매를 준비한 것이다. 이는 안티오키아에서 생산되는 최고 품질의 커피를 세계에 알리고, 안티오키아산 생두에 가치를 더하기 위해 시작된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필자는 스페셜티 커피 붐이 일어나는 이전, 세계의 트렌드에 앞서가려는 그랜드 디자인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안티오키아는 후일라(Huila)나 나리뇨(Narino)에 비해 인지도가 낮다. 또 스페셜티 커피가 생산될 수 있는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농부들의 지식이나 노하우가 부족해 어려움을 겪는 부분도 있다.

안티오키아는 지역에서 생산되는 커피의 질을 높이기 위한 ‘촉진제’가 필요한 셈이었다. 주정부는 안티오키아의 4개의 커피 조합(Andes, Occidente, Antioquia, Salgar)과 협력해 카페 데 안티오키아 (Cafe de Antioquia) 대회를 개최했다. 이후 매년 전세계의 커피 수입업체, 로스터, 트레이더들을 초청해 커핑, 옥션 그리고 농장 방문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안티오키아 커피의 모든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2016년 2월에도 변함없이 안티오키아의 주도인 메데진(Medellin)과 인근의 커피 생산지인 베네시아(Venecia)로 바이어들을 초청하여 4번째 ‘카페 데 안티오키아’가 벌어졌다. 최고의 커피를 선정하는 이 대회는 1만곳이 넘는 안티오키아 농가들의 관심을 받기에 충분했다.

2016년 행사 역시 심사위원들의 칼리브레이션(Calibration), 커핑, 그리고 Top 10안에 들어간 생두들의 2차 평가가 이루어진 후 비지니스 커핑, 농부들과의 만남이 진행됐다. 이어 메데진에서 수상식과 경매 등이 진행되며, 일주일 간의 일정이 성공적으로 끝났다. 필자도 안티오키아 정부의 초청을 받아 바이어로서 비지니스 커핑에 참여했다.

심사위원들이 SCAA 기준에 따라 생두별로 5개 컵을 평가하는 것과 달리 비지니스 커핑은 빠르게 진행된다. 우선 심사위원들이 선정한 Top 10을 첫 라운드로 맞이한 후 나머지 50개의 생두를 3번의 라운드에 걸쳐 평가한다. 총 60개의 생두를, 그것도 안티오키아를 대표한다는 생두들을 하루 만에 비지니스 커핑을 통해서 걸려내기란 여간 쉽지 않다. 심사위원들이 한 테이블에 놓인 10개의 컵을 하나씩 세심하게 평하는 것과 달리, 비지니스 커핑에서 바이어들은 샘플이 20개씩 놓인 테이블에서 각 생두들을 비교하며 경매에 부칠 생두들을 골라냈다.

물론 모든 커핑이 끝난 후에는 축제의 분위기로 바뀌었다. 안티오키아 정부 관계자들과 조합장들이 모두 참석한 바비큐 파티를 시작으로, 다음날에는 바이어들과 농부들의 만남이 주선돼 교류하고 사진찍을 수 있는 장이 마련됐다. 축제의 들뜬 분위기는 다음날 메데진에서 진행된 수상식과 옥션으로 그대로 이어졌다.

긴장된 표정으로 발표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커피재배자 가족들
긴장된 표정으로 발표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대회 참가자?가족들 <사진=CCA>

‘카페 데 안티오키아’의 대미를 화려하게 장식하는 마지막 일정은 수상식과 옥션이다. Top 10 수상식에는 10등부터 4등까지 차례대로 상장이 주어졌다. 그리고 최고의 자리를 다투는 3개의 농장주들과 가족들은 무대 위로 올랐다. 그들에게는 안티오키아 최고의 커피를 생산한 데 대한 정부의 포상이 기다리고 있었다. 모든 바이어들과 60개 농장의 가족들이 바라보는 가운데 시선은 카이세도(Caicedo)의 한 농장과 히랄도(Giraldo)의 두 농장으로 쏠렸다. 모리또스 농장의 로베이로 데 헤수스(Robeiro de Jes?s Rodr?guez), 라 모데스타 농장의 하이엘 안토니오(Jair Antonio Manco L?pez)는 히랄도 지역을 대표하는 라이벌이었다.

결국 2016년 최고 생두의 영예는 카세이도에서 처녀 출전한 후안 가브리엘이 안았다. 에스코베로 농장을 운영하는 그는 아버지에게서 농장을 물려받은 후 10년 정도 커피를 재배해 온 청년이다. 그가 우승 소감으로 “처음 출전을 결심하면서 열심히 농사 짓자고 마음먹은 것이 좋은 결과을 낸 것 같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안티오키아의 9만 여 농가들 가운데 최정상에 오르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 객석에서는 그의 당당함에 박수가 쏟아졌다. 우승을 차지한 그의 커피생두는 콜롬비아의 생두수출업체인 바넥스포르트(Banexport)가 낙찰받았다. 파운드당 15.60 달러의 고액에 판매됐다. 작년에 비하면 많이 떨어진 금액이지만 뉴욕거래가와는 비교가 안 될만큼 높은 가격이다.

1등을 차지한 농장이 있는 지역의 시장이 단상에 올라 대회 참가자들을 끌어 안고 함께 기뻐하고 있다.
1등을 차지한 농장이 있는 지역의 시장이 단상에 올라 대회 참가자들을 끌어 안고 함께 기뻐하고 있다. <사진=CCA>

대회에서 누가 수상하고 얼마에 낙찰되는가에 시선이 끌리는 것은 대회와 옥션의 성격상 어쩔 수 없다. 그러나 더욱 가치가 있는 것은 세계 각지에서 온 심사위원들과 바이어들이 안티오키아의 좋은 생두를 체험하고 그 소식을 각자의 나라로 돌아가 전파한다는 데 있다.

12월부터 잘 익은 체리만을 소중하게 가려내 수확하고 정성을 다해 숙성과 건조를 거쳐 최상의 생두를 빚어낸 60개 농장주들에게 감사함을 표하고 싶다. 농부들에게 자부심과 희망을 주는 ‘베스트 오브 안티오키아’(Best of Antioquia) 대회는 스페셜티 커피의 수요를 대비한 콜롬비아 안티오키아 주정부의 성공작이라 평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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