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전 오늘 무슨 일이 있었기에 KT 전 노사협력팀장은 이팔호 경찰청장을 잊지 못하나
[아시아엔=송원중 KT 전 노사협력팀장] 나는 이팔호 전 경찰청장을 잊을 수가 없다. 2002년 월드컵을 1년여 앞둔 2001년 3월 민주노총의 지원 아래 장기 상경 파업을 벌이던 KT계약직 노조원 1천여명은 밤낮으로 서울 시내 주요 건물에 화염병 투척, 통신케이블 절단 등을 이어갔다. 더욱이 국회본회의 중에 건물에 난입하여 2층에서 휘장을 치고 뛰어 내리는 등 월드컵을 앞두고 심각한 사태가 계속됐다.
이들은 마침내 해외통신 관문으로 국가 보안목표 시설인 목동전화국을 점거하고 불을 질러 해외통신 마비를 앞둔 긴박한 상황이 전개되었다. 당시 정보기관과 정권실세들은 KT사장에게 엄포만 쏟아낼 뿐이었다.
그해 3월29일?갑자가 하늘에 경찰헬기가 뜨더니 불타고 있는 건물 옥상에 집결하여 투신하겠다고 저항하는 노조원들에 대한 진압이 시작되었다. 이팔호 경찰청장이 공중에서 현장을 지켜보며 지휘하는 가운데 경찰특공대 190여명이 사다리를 타고 옥상에 진입해 진압을 지시한 것이다. 지상에 있던 수많은 KT관계자들은 투신을 걱정하면서 “잘못 되면 이팔호 청장이 크게 당할 일”이라고 수군댔다. 나 역시 KT의 노무책임자로서 현장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상황이 반전됐다. 화염병과 돌멩이를 맞으며 옥상에 진입한 경찰특공대는 순식간에 노조원 전원을 진압해 이송했고 화재도 완전히 진화됐다. 국가기간통신 시설이 불타기 직전 살아남을 수 있었다.
모두가 환호와 함께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작전 종료를 선언하고 돌아가는 헬기를 쳐다보면서 칭송을 아끼지 않았다. 바로 엊그제 일 같다. 이팔호 청장의 상황판단과 현장지휘 능력이 아니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를 계기로 KT는 본사 앞에서 500일 넘게 진을 치고 있던 계약직 노조 농성텐트를 철거할 수 있었다. 또 서울 시내 통신두절 투쟁이 멈추고 윌드컵이 성공적으로 치러지게 됐다.
사태가 끝나고 당시 부사장과 나는 이팔호 청장에게 감사인사를 드리러 갔는데 애써 일선 지휘관과 KT담당 직원(현재 김원태 경찰청 범죄정보과장, 총경)에게 공을 돌리시 당연히 경찰이 할 일을 했다고 오히려 위로를 했다.
나는 기회가 되면 공적으로 이런 사실들을 공개하고 싶은데 이 청장도 나도 은퇴하여 후배들을 지켜보는 처지라 쉽지 않아 아쉽던 차에 <아시아엔> 3월21일자 [발행인 칼럼] ‘선거철만 다가오면 떠오르는 얼굴, 이팔호 전 경찰청장’ 을 읽고 위의 사실을 기록으로 남기기로 했다.
“이팔호 청장님,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