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총장에게] “불공정한 세계, 강한 리더십 보여달라”
5년 임기 과제 발표한 반기문 UN 사무총장에게 보내는 메시지
올해부터 제2기?UN 경영을 시작하는 반기문 UN 사무총장이 지난 1월 하순 향후 5년의 임기 동안 역점을 둘 5가지 계획을 발표하자, 각국에서는 기대 섞인 찬사와 함께 애정 어린 충고를 보냈다.
특히 중동과 동남아시아, 동아시아 등 아시아 사람들은 그간 UN의 위상과 방향성에 대해 서구 강대국들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해온 점을 지적하면서, “2기 임기동안에는 동서구분 없이 잘 아우르라”고 반총장에게 주문했다.
계획에 나타난 근본적인 인식 차이를 지적하거나 강대국들의 힘의 논리에 밀려 말 뿐인 의제가 돼 버렸다는 쓴 소리도 있었고, 2번째 아시아 출신?UN 사무총장으로서 과감히 서구 열강의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지구촌의 다양한 목소리와 이해관계를 담아내라고도 했다. 1기 임기 동안 보여줬던 ‘낮고 차분한’ 목소리에서 벗어나 카리스마를 가진 ‘강한 지구촌 지도자’의 모습을 주문하기도 했다.
반총장이 밝힌 2기 핵심과제는 ▲지속가능한 개발 ▲분쟁 및 재난, 인권 침해 및 개발 장해 예방 ▲민주주의 및 인권 원칙 견지를 포함한 보다 안전한 세계 건설 ▲전환기 국가지원 ▲여성 및 청년들의 권한 강화 등 5가지다.
분쟁지역 난민 생존부터 책임져야···’문화 다양성’ 존중 정책 필요
UN이 분쟁 지역과 종전시기에 발생하는 엄청난 인명피해에 대한 포괄적 책임을 져야 하고,?UN 회원국들도 난민에 대한 법적 보호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점이 유독 강조됐다.
이집트와 쿠웨이트에서 발행되는 <알 아라비 매거진(Al-Arabi Magazine)>의 편집장으로 아시아기자협회(AJA) 중동지부장을 맡고 있는 아시라프 달리(Ashraf Dali)는 “부모가 죽고 학교를 떠난 아이들에게 어떻게 ‘우리가 원하는 미래(The Future We Want)’를 보장해줄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파키스탄프레스인터내셔널(Pakistan Press International)>의 나지르 아이자즈(Nasir Aijaz) 편집장은 “파키스탄은 소위 이슬람 군대로 불리는 탈레반의 테러리즘에 항상 직면해 있다”면서 “UN이 제발 이런 문제에 천착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아이자즈 편집장은 또 “분쟁지역인 파키스탄에서 자칭 정지조직을 표방하지만 살육할 표적을 찾는 테러조직이 부지기수”라면서 “한쪽으론 탈레반의 폭탄테러, 다른 쪽으론 마피아의 위협에 직면해 있다”고 덧붙였다.
분쟁은 국제사회가 문화 다양성을 존중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아시라프 편집장은 “인종차별이나 혐오 범죄, 모국어로 말할 권리, 고유의 전통 계승 등을 포함한 대부분의 국제분쟁들이 사망 사고로 연결되는 이면에는 문화적 차이가 가장 심각한 이유로 자리 잡고 있다”면서 “(반총장의 계획에서) 문화에 대한 언급이 없는 점이 매우 서글프다”고 말했다. UN이 앞장서서 크든 작든, 강하든 약하든, 문화 다양성을 존중하는 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하면 문화 차이에 따른 분쟁 소지도 훨씬 줄어들 것이라는 얘기다.
존재감에 ‘회의’···말이 아닌 행동으로, 완벽한 평화 정착시켜야
UN이 ‘입장발표’에만 그치지 말고 하나라도 제대로 ‘해결’을 하라는 뼈아픈 지적도 나왔다.
UN이 그동안 중동전쟁에 따른 난민 권리와 팔레스타인 난민 지원, 예루살렘에 대한 부당한 이스라엘의 대응에 대한 비난, 각국 주권과 영토 통합, 정치적 독립에 대한 존중에 대한 결정 등 수많은 ‘발표’를 했지만, 정작 이스라엘은 꿈쩍도 하지 않으니 UN의 존재감에 회의가 생긴다는 주장이다.
아시라프 편집장은 “특히 아랍국가들 및 팔레스타인과 오랜 적대관계를 가져온 이스라엘에 대해 UN이 발표한 수십 개의 해결책이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면서 “UN은 인간존중을 위한 평화회복 반드시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UN회원국들이 전후평화(戰後平和)에 힘써야 한다는 점도 강조됐다. 아시라프는 “수단이 2개의 나라로 쪼개질 때 국경주변의 무고한 사람들이 수천 명이나 죽었다”면서 “인도 반도와 유고슬라비아, 구 소련지역 등 분단국가에서는 계속 같은 실수가 되풀이돼 평화로운 통일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그는 “분단국가가 외려 평화롭다”면서 “문화와 윤리기준이 다르다는 이유로 나라가 분단됐다면 인류는 각각 2000번의 전쟁을 치렀어야 하는 것이고, 그것은 ‘우리가 원하는 미래’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지구는 여전히 불공정한 ‘별’···부패관료 있는 한 성과 어려워
반총장이 밝힌 좋은 계획들도 위선적이고 부패한 통치자와 조직들이 지속되는 한 결코 성과를 낼 수 없다는 주장도 눈길을 끈다.
아이자즈 편집장은 “파키스탄의 부패한 관료사회 탓에 상하수도 설비가 없고 중금속과 산업용폐기물을 아무데나 매립 처리하는 등 적당한 보건위생 정책이 없다”면서 “당연히 오랜 기간 소아마비 문제조차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 부처와 비정부기구(NGO)들이 거대한 펀드를 지원받더라도 이런 문제해결에 쓰이지 않고, NGO와 부패한 공무원들이 펀드의 막대한 부분을 독식한다”면서 “예방주사를 접종해야 할 담당자들은 몇 달째 월급도 못 받아 시위현장에 나가있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유럽의 오랜 식민지로서 아직도 유럽을 먹여 살리느라 기아와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아프리카 각국의 가슴 아픈 현실도 도마에 올랐다.
아시라프 편집장은 “카메룬 사람들은 너무 비싸서 사먹지도 못하는 과일들이 수 천km 북쪽으로 옮겨가 버려지고 있다”면서 “UN이 지구촌 식량의 공정분배를 구현할 채비를 당장 갖추라”고 촉구했다.
다양성 아우르면서 강한 리더십 기대
쑤저우(蘇州) 거주 중국인 대학생 양성명씨는 “외교전문가들은 반기문 총장의 강대국 정서에 불만을 표시한다. 국제기구를 유명무실하지 않다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주고 입증해야 한다”고 불편부당한 리더십을 촉구했다.
양씨는 “반총장이 환경 변화와 직접 관련된 수많은 개발 이슈들과 동성애자 인권 등을 언급했지만, 이 역시 강대국들의 이해관계를 고려한 정책으로 보인다”고 불신을 숨기지 않았다. 양씨는 다만 “2기 임기 때는 심지가 굳은 사람을 요직에 기용해 강한 UN의 리더십을 만들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베이징 언어대학에 재학 중인 중국인 대학생 정흔우씨도 “UN이 몇몇 세계열강들을 올바른 방향으로 견인할지는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정씨는 그러나 “신흥 국가들이 지구촌의 공공선 실현을 위한 의미 있는 활동에 기여하지 않는 사이에 서구 국가가 UN에서 자신들의 권한에 집착해왔다”면서 비(非)서방국가들의 책임도 일부 인정했다.
정씨는 “193개국 공통의 근거를 찾아야 한다”면서 “특히 UN이 직면한 인권과 각종 프로젝트에 대한 책임, 무력의 사용 등에 관해 서방과 신흥 국가들 상호간 더 나은 이해를 도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상현 기자 ? coup4u@theasian.asia
약한 곳 살피며 공정한 세계 만드는데 힘쓰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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