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전물은 무엇이든 OK”···’가짜’라 치부됐던 ‘스타워즈’ 중국서 재탄생
“중국을 반대하는 일은 있어도, 공산당은 반대하지 말라. 당신이 무엇을 그리든 문제없을 것이다”
[아시아엔=최정아 기자] 문화대혁명(문혁) 당시 ‘가짜’라고 치부됐던 공상과학(SF)영화가 중국 과학의 부흥을 알리는 ‘정치선전 만화’로 변신중이다.
홍콩 <SCMP>는 “문혁 시절 정치선전(프로파간다) 영화를 제작하던 송페이덩(이하 송)이 중국의 선진과학기술을 대중에게 알리기 위해 할리우드 대작 <스타워즈>을 모티브로 한 중국 정치선전만화(리안환화, Lianhuanhua)를 제작중이다”라고 보도했다.
송은 <SCMP>에 “내가 제작하고 있는 만화의 목표는 세계의 신진과학기술을 받아 들여, 중국의 발전된 과학기술을 대중화하는 데 있다”고 밝혔다. 그의 만화엔 과거의 유물이 되버린 소련 제트기를 대신해 <스타워즈>의 우주선이 자리 잡았으며, 인민복 대신 우주복과 양복을 입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송은 서방문물이 엄격히 금지됐던 문혁 때 하이난성에서 프로파간다 영상 연출을 맡았지만, 당시만해도 SF영화는 엉터리라고 폄하됐다. 송은 조소련 로켓과 제트기 대신, 화려한 우주선이 영화를 가득 메운 영화 <스타워즈>를 보고 작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개혁개방으로 문혁시대 막 내리고 SF 열풍
실제로 중국사회는 공상과학영화는 ‘가짜’ 혹은 ‘사기’라고 무시했고, 미국인들이 현실의 욕구불만을 해소하는 일종의 안식처라고 여겼다. 이를 뒷받침하듯 <스타워즈>가 첫 개봉한 이후 중국 관영사 <인민일보>는 “이 영화는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는 미국인들이 판타지를 통해 안식을 찾으려고 하는?모습을 그려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개혁개방 이후 중국 정부는 SF영화가 중국의 과학발전을 홍보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라고 여기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문혁 시대가 막을 내리고, 억눌러진 창작의 열기가 솟구쳤다. 중국에서 SF가 인기를 끌기 시작한 것도 이 시점이다.
개혁개방 이후 송도 ‘정치선전물 연출가’에서 ‘만화가’로 독립했다. 송은 그때를 회상하며 “개혁개방 이후 텔레비전, 스피커 등 원하는 모든 것을 사며 새로운 문물을 즐길 수 있게 됐다. 전엔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개혁개방의 물결도 영원하진 못했다. 할리우드 영화가 중국 젊은이들 사이 큰 인기를 얻으면서 중국 당국은 외국문화의 범람을 우려한다는 내용을 담은 슬로건을 내걸기 시작했다. 2011년 중국 방송통신부에서 판타지, 시간여행, 음모론 등을 다룬 영화를 제한한다는 내용의 정책을 내놓은 것이다. 또 최근엔 시진핑 중국 주석이 예술가들의 노골적인 성적 표현을 금지하는 법안을 만들었다.
그럼에도 ‘선전’이라는 뚜렷한 목표를 지닌 콘텐츠의 경우, 당국의 규제를 빗겨나간다. 송의 작품들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에 대해 송은 “내 작품은 ‘하드코어’다. 내용도 그림도 모두 자극적이며, 팜므파탈의 매력을 가진 주인공이 등장한다”고 말한다. 동남아 국가들과 지역분쟁을 겪고 있는 남중국해의 아름다움을 그린 최근작에선 헐벗은 여성들이 등장하기까지 한다. 물론 이 작품은 ‘남중국해는 중국땅’임을 주장하는 선전 만화이기에 세상의 빛을 볼 수 있었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