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김병원 신임 농협중앙회장이 풀어야 할 5가지 과제

[아시아엔=이상기 기자] 전국의 235만 농민을 대표하는 제23대 농협중앙회장에 김병원 후보가 뽑혔다. 김병원 신임?회장의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앞으로 4년간 농협의 르네상스를 이뤄주시길 바란다.

새 회장의 앞날은 그리 순탄치 많은 않을 것이란 걱정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농협 사업구조개편 마무리 △일선조합 지원 강화 △ 비리 근절을 위한 조직 투명성 강화 등 산적한 과제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병원 신임 회장의 뚝심과 농업인들의 지혜가 모아지면 못 풀 일도 없다고 본다. 이같은 당면과제에 앞서 김병원 신임 회장이 극복하고 해결해야 할 일들은 보다 본질적인 문제가 아닌가 한다.

지난 11월 ‘발행인 칼럼’에 쓴 글을 일부 인용한다. “농협의 현재상황은 신용과 경제의 분리 이후 중앙회는 은행업무에 치중해 본연의 고유업무인 농산물 유통 등은 위축되고 있다.

수익구조가 취약하다 보니 사업활성화에 적자가 심화되어 오히려 예전보다 농민들에게 고통을 주는 구조다. 농산물 판매에 수수료를 받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오히려 판매가격은 그대로인데 수수료만 받아가는 구조다. 농민을 위하는 농협이 되레 농민을 힘들게 하고 농민 사이의 갈등만 부추기는 형국이다.

도시에 있던 신토불이 점포도 유명무실한 상태다. 농협의 탄생에는 농민이 근본인데 지금 사업분리라는 명분으로 농민은 존재하지 않고 그저 수익에만 매달려서 정체성을 잃어가고 있다.”

농민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농민들 이익에 충실해야 하는 농협중앙회의 설립 목적이 실종된 지 오래라는 얘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농협중앙회장은 농민들의 ‘상머슴’이다. 농자 천하지대본(農者 天下之大本)을 금지옥엽(金枝玉葉)으로 여기는 농민이나 농촌인은 아무도 없다. 세상이 바뀐 탓이다.

지난 연말 건국대 생명자원식품공학과?교수와 가락동의 경매상인, 방송사 간부 등 5~6명과 점심을 함께 하며 들은 이 말을 새 농협 중앙회장이 꼭 새겨주었으면 한다.

“요즘 농민들, 자기네가 먹을 것과 시장에 팔 거를 따로 생산해요.”

농민을 비난하려고 나온 말이 아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농촌 현실, 농심을 잃어가고 무한경쟁에 내몰리는 농촌과 농민의 딱한 현주소가 안타까워서 나온 말이다.

농협중앙회장 자리, 정말 자랑스런 자리다. 국민들 먹거리를 책임지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지, 좋은 먹거리를 생산 유통시키는 것은 국가의 품격과 선진성을 재는 바로미터가 되고 있다. 그 일을 맡는 최고 총수는 하늘이 내린 자리라고 본다.

중앙회장 선거를 사흘 앞둔 지난 주말 <조선일보> 주말판에 실린 기사를 새 회장은 읽었으리라 생각한다. 일부 과장되거나 억울한 대목도 있을지 모르겠다.

기사는 “농민인 듯 농민 아닌…연봉 7억 농업중앙회장 선거 또 진흙탕”이란 큰 제목 아래 다음과 같은 부제들을 달고 있다. ‘일그러진 농민대통령 선거’ ‘3파전…흑색선전 난무’ ‘청와대 개입설에 위장출마 의혹까지’ ‘역대 선거마다 진흙탕 싸움’ ‘민선회장 4명중 3명이 철창행’.

오늘 당선한 김병원 회장은 4년 뒤 이런 기사가 사라지도록 신발끈을 동여매 주기 바란다. 1970년대 건설부 장관에 임명된 어떤 이는 취임하던 날 007가방 하나 들고 들어갔다 나올 때 역시 그 가방 하나 들고 나왔다고 한다. 으뜸으로 성공한 장관 중 한명으로 꼽히는 신형식씨 얘기다.

김병원 농협중앙회장 역시 그러리라 믿고 기원한다. 불과 30~40년전까지만 해도 농촌에선 새벽 일찍 일어나 논 물꼬 보는 걸로 시작해 하루 종일 논밭에서 땀 흘리며 농작물 재배에 정성을 드리다 밤 늦은 시간 하늘 올려다보며 “내일도 오늘만 같길 비옵니다” 하던 농민들이 제법 많았다. 앞으로 4년, 이같은 농심을 간직하며 성공한 농협중앙회장으로 남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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