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면세점 시티플러스 안혜진 대표 “마윈·오프라 윈프리 찾는 면세점 꼭 만들 것”

<사진=시티플러스 제공>

시티플러스, 한국 토산품·합리적 가격으로 대기업과 승부

[아시아엔=이상기 기자] 중소기업 면세점이 2015년 정부 허가를 받아 10월말부터 세계 톱클래스 수준의 인천공항에서 본격적인 영업에 들어간 곳이 있다. 인천공항 웨스트 DF10 구역에 자리잡은 시티면세점이 바로 그곳이다.
중국, 일본, 아세안국가, 중동 등 아시아는 물론 미국, 유럽과 멀리 아프리카까지 연결되는 항공기가 출발하는 인천공항은 세계 공항의 허브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여기에 중소기업으로는 한국 최초로 면세점을 오픈한 시티플러스의 꿈은 다음 문장으로 압축돼 있다.

“출발은 늦었지만, 한국의 특성을 가장 잘 살린 고품격의 합리적인 가격의 제품으로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싶다. 한번 방문한 손님이 다시 찾고 싶은 곳, 내 집 같은 편하고 오래 머물고 싶은 곳, 바로 시티면세점!”

이 회사 200명의 직원을 이끌고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는 시티플러스 안혜진(52) 공동대표는 이력이 다소 특이하다. 수학교사 출신으로 유력한 중국 금약그룹 한국지사장을 맡다가 2015년 초 이 회사에 합류했다. 안 공동대표는 “가게 분위기는 ‘펀(fun)’하고 상품은 ‘유니크(unique)’하며 직원들은 진심어린 미소로 국내외 손님을 가족처럼 모시는 게 시티면세점의 꿈이자 목표”라고 했다.

안 대표는 “중국 알리바마의 마윈, 미국의 오프라 윈프리, 프랑스의 샤넬 수석디자이너 칼 라거펠트 등이 우리 시티면세점을 찾도록 하는 게 꿈이며 실현가능한 미래”라고 했다.

중소기업 최초로 시티플러스가 세계적인 인천공항 면세점에 입점한 걸 축하한다.
“축하받을 일이긴 하지만, 험난한 길을 어떻게 헤쳐나갈까 고민이 많다. 280평 매장에 연간 180억원, 하루 5천만원에 해당하는 임대료 직원 200명 급여 등 하루 최소한 2억원의 매출을 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하지만 거대한 전차에 올라탄 골리앗들 사이를 자갈을 쥐고 가로지르는 다윗의 심정으로 반드시 돌파해 나갈 것이다.”

인천공항은 2015년 처음으로 중소기업에게 면세점 입점 자격을 주었는데, 후발주자로서 어떤 전략을 세우고 있나?
“롯데·신라·신세계 등 대기업이 8개 구역, 시티플러스·SM·엔타스·삼익악기 등 중소기업이 4개 구역 운영자로 선정됐다. 우리 시티면세점은 대기업 면세점처럼 향수·화장품·주류·담배 등 전 품목을 판매한다. 100m 달리기에서 50m쯤 앞서달리는 대기업과 경쟁에서 이기려면 다른 전략을 쓸 수밖에 없다. 대기업은 대량구매에 따른 저가구매력(buying power)와 이를 발판으로 60~70%의 바겐세일까지 하고 있어, 중소기업인 시티면세점은 같은 방식으로 하면 백전백패할 수 밖에 없다. 특히 우리 시티면세점이 있는 서편 엔틀러(30~41번 게이트)에는 공항 이용객의 10% 정도만 다닌다. 따라서 국내 중소기업 제품 중심의 ‘아임쇼핑’ 매장에는 아이디어와 기술력 갖춘 중소기업의 합리적인 가격의 고품질 신상품 코너를 냈다. 여기서 국내 명인, 명장의 토산품으로 승부를 걸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제품들인지 소개해달라.

“강릉 유과, 서산 한과, 춘천 옥비누 등 외국인이 좋아하는 우리 고유제품과 정관장에 가려 빛을 못 보는 홍삼 흑삼 제품들이 그것이다. 특히 중국 젊은 부부 여행객을 겨냥한 고급 매트리스와 아기용품 등도 눈여겨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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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전략이 성공하면 수익면에서도 불리하지 않을 것 같다.
“절대 그렇지 않다. 솔직히 힘들다. 면세점은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들고, 유명 브랜드는 중소기업 면세점 입점을 꺼린다. 대기업 화장품의 경우 해외 톱 브랜드 제품이 없으면 자사 화장품 브랜드 가치가 떨어진다고 물건을 주지 않는다. 대기업은 싸게 구매가 가능해 마진율이 50~65%에 달해 할인쿠폰을 마구 뿌리고 멤버십 회원들에게 추가로 할인해 준다. 우리가 그랬다가는 뱁새가 황새 따라가는 격으로 망하고 만다. 시티면세점은 소비자에게 정직한 가격으로 제품을 팔고, 정부에 대해서는 면세유통구조의 개선을 동시에 요구하고 있다.”

정부가 움직여 줄 것으로 보는가?
“그동안 대기업이 독점하던 공항면세점을 중소기업에 개방한 것은 크게 박수받을 일이다. 기획재정부나 관세청 등 관련 당국도 처음 시행하는 중소기업 인천공항 면세점이 잘 운영될 수 있도록 여러 방법을 찾고 있다고 들었다. 면세점 특허권 기간도 기존 5년에서 8년으로 상향조정하는 것도 제안하고자 한다.”

이웃 일본이나 중국의 면세점 상황은 어떤가?

“일본은 시골 관광지까지 소형면세점이 잘 돼있다. 중국관광객이 한국을 떠나 일본으로 몰려가는 이유 중의 하나다. 중국 역시 하이난과 금문도 지역에 초대형 면세점이 들어서고 있다고 들었다. 우리도 이들 경쟁국의 실태를 파악해 대비해야 한다고 본다.”

현행 면세점 제도의 문제는 뭐라고 보나?
“과도한 프로모션비용과 높은 임차료는 결국 입점업체와 소비자가 짊어지게 된다. 1년 중 반년 가까이 바겐세일을 하고, 1년 내내 사은 행사를 하면서 과잉경쟁을 하면 중소업체는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것과 같다. 특히 공기업인 인천공항공사의 과다한 임대료는 속히 현실적이고 합리적으로 조정돼야 한다.”

면세점은 유통업이면서 서비스업 아닌가? 안 대표가 생각하는 면세점 직원들의 직업관과 회사의 직원 처우는 어떤지 궁금하다.

“진정성 있게 손님을 가족처럼 여기는 게 가장 중요하다. ‘키 크고 잘 생긴 외모’보다 진심어린 미소로 손님을 따뜻이 응대하는 직원이 훨씬 낫다. 200여 직원 대우는 대기업 수준으로 맞출 계획이다. 수익이 얼마가 나오든 첫해 수익의 30%는 무조건 직원에게 투자하고, 단계적으로 직원들과 이익을 공유해나갈 계획이다.”

안 대표는 고교에서 수학을 가르쳤다고 들었다. 교사가 사업에 뛰어드는 경우는 매우 드문데….
“맞다. 30대엔 수학교사와 유명 입시학원 강사와 원장을 지냈다. 2003년 친환경 벤처기업에 합류하면서 사업가로 변신했으며. 이후 중견 건설업체 임원과 중국계 해외투자법인 한국 대표 등을 지냈다. 전 직장인 중국계 외국 회사가 한국에서 ‘투자 사기’를 당했을 때 소송을 통해 문제를 해결했는데, 이때 인연을 맺은 분이 모기업인 (주)탑솔라의 대표 오형석 회장이다. 오 대표와 내가 시티플러스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중소기업 첫 인천공항 면세점 대표로서 남다른 각오가 있을 것 같다. 애로사항도 함께 얘기해 달라.
“10월31일 개점 얼마 뒤 외국 출장길에 나선 중소기업 대표들이 시티면세점에 들러 ‘껌이라도 팔아주려고 왔다’고 하시더라. 눈물이 났다. 그리고 다짐했다. 어떤 난관이 있더라도 반드시 성공하겠다고. 개점 초기엔 면세사업 관련 부처나 대기업 면세점 관계자들이 ‘대기업 틈에서 중소면세점이 해낼 수 있을까’ 우려를 많이 했는데 지금은 우리를 보는 눈이 많이 달라졌다. 중소기업으로서 한계는 중소기업청은 물론 국민 모두가 격려하고 응원하며 도와주면 그리 멀지않은 시기에 그 한계를 뛰어넘어 크게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 자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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