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년기 여성에 관심을”···압둘 카디르 칸, 파키스탄 금기어 ‘性’을 말하다
[아시아엔=김아람 기자] ‘파키스탄 핵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압둘 카디르 칸(79). 그는 지난 1998년 파키스탄 최초로 핵실험을 성공시키며 국민영웅으로 떠오른 인물로, 파키스탄 핵 연구소를 설립했다. 그러나 핵 핵심기술을 리비아, 일본, 북한 등에 판 혐의로 가택연금을 당하기도 했다.
지난 2009년 가택연금은 해지됐으나 여전히 미국의 감시를 받고 있는 그는 2012년 ‘파키스탄보호운동(TTP)’를 창당해 정계에 진출하며 영향력을 과시했다.
그런 그가 최근 색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슬람 국가인 파키스탄에서 금기시되는 성(性) 관련 단어들을 공개적으로 언급하기 시작한 것이다.
몇 해 전 칸은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둘째 딸을 출산한 뒤 피임을 위해 정관수술을 받았다”고 밝혀 당시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이 발언은 가족계획단체 캠페인에 이용되기도 했다.
파키스탄의?공적인 자리에선 신성모독, 무신론 이야기뿐 아니라 성 관련 단어를 언급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최근들어서 칸은 ‘갱년기’를 언급하며 여성 문제에 관심?가져줄 것을 촉구했다. 그는 지난 16일 현지언론에 “갱년기는 여성에게 매우 중요한 시기이나, 파키스탄에서 이에 대한 관심이 저조하다”는 내용의 기고문을 쓰기도 했다. 물론?‘갱년기’ 역시 파키스탄에서 금기시되는 단어 가운데 하나다.
파키스탄 남부 카라치의 여성 단체도 “파키스탄 여성은 평균 46세 때 갱년기에 접어들며, 이는 전세계 평균 50세보다 4년 더 빠르다”고 말했다. 이?단체는 “갱년기가 일찍 시작되면 각종 만성질환에 시달릴 확률이 더 높다”고 전하며 이에 대해 사회가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터부시됐던 단어를 언급하는 ‘파격’을 선보인 칸은 그의 유명세를 이용해 파키스탄 사회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보수적인 파키스탄 사회가 그 동안 쉬쉬해왔던 단어들을 공개적으로 꺼내기엔 시기상조인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칸은 “모든 변화에는 시간이 필요한 법”이라며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입밖에 낼 수 없었던 ‘유방암’이라는 단어가 지금은 공공연히 쓰여지는 걸 보면 희망은 있다”고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