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덕춘의 홍삼이야기] “집에서도 손쉽게 만들 수 있어”

수삼은?씻지 않고 종이에 싸서?보관해야

고려인삼 가운데 일반 재배포장에서 4~6년을 키워 판매하는 것을 생삼 즉 수삼(水蔘), 수삼을 잘 세척하여 말린 건삼을 백삼(白蔘)이라고 한다. 백삼은 주로 껍질을 벗긴 후 건조하며 때로는 ‘피부백삼’이라고 하여 껍질을 벗기지 않은 채 잘 세척하여 건조하기도 한다. 백삼은 원형 그대로 일직선으로 말린 것을 직삼, 아래 부위의 지근을 구부려 건조한 것을 곡삼, 그리고 중간정도로 구부린 것을 반곡삼이라고 부른다.

일반적으로 수삼은 장기간 보관이 매우 어려워 바로 사용해야 하는데 냉장시설이 잘 되어 있는 곳에선 4~6개월 보관이 가능하다. 수삼의 보관은 1℃에서 하는 것이 가장 좋다. 과학적인 방법은 아니지만 신문지 등에 포장하여 보관하는 것이 오래 가고 상하지 않는다. 또한 수삼은 물로 세척하지 않고 그대로 보관한 경우 더 오래 보관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인삼을 재배포장에서 수확하여 밀폐된 비닐용기 등에 보관하면 다른 약재(더덕, 도라지 등)에 비해 열발생량이 훨씬 많아(호흡율이 증가) 바로 습기가 차게 된다. 이는 인삼이 갖고 있는 보기약(補氣藥, 기를 보해주는 약으로 빠른 에너지공급원으로 쓰인다)으로서의 기능과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보관하기 어려운 수삼에 비해 백삼은 건조한 상태이므로 장기간 보관이 가능하다. 하지만 보관 2년 후에는 상당량의 사포닌이 파괴되는 것으로 보고되어 있어 가능한 빨리 복용하는 것이 좋다.

이제 홍삼에 대해 알아보자. 홍삼은 고려인삼의 뿌리를 특수 열처리하여 홍삼사포닌(Rg3, Rh2 등)을 다량 함유토록 만든 것이다. 즉 수삼이나 백삼 등과 서로 다른 인삼종으로 아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다만 가공방법에 따라 그 이름이 홍삼으로 달리 불리게 된 것이다.?

홍삼은 다른 가공물에 비해 보관이 장기간 가능하며?사포닌의 변화도 매우 적다고 보고돼 있다. 하지만 홍삼 역시 장기보관 때 속이 텅 비거나 하얗게 변해버리는‘내공내백(內空內白)’이 있으므로 역시 빨리 복용하는 것이 좋다.

홍삼은 과거에는 전매법에 저촉을 받아 내국인에게는 판매되지 않았으며 일반가정에서는 함부로 홍삼을 제조하여 복용할 수 없었다. 그러나 전매법 폐지 이후 누구나 쉽게 홍삼을 만들어 먹을 수 있게 됐다. 그러면 가정에서 쉽게 홍삼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기로 한다.

수삼을 압력밥솥에서 2~3시간 찌면 홍삼

홍삼은 증숙(蒸熟)하여 건조시킬 때 전분의 호화(糊化)현상으로 붉은 색으로 변하기 때문에 홍삼이라고 불린다. 홍삼은 단순히 색깔 변화만 아니라 인삼 속에 들어 있는 성분 변화에 의해 효능이 더욱 좋아진다.

우선 4~6년 된 수삼을 잘 세척하여 압력밥솥에서 증숙을 한다. 밥솥의 밑에는 물을 붓고 그 위에 구멍이 뚫린 판(알미늄판 등)을 놓고, 천을 깐 후에 인삼을 놓는다. 물론 많은 양이 필요할 경우에는 인삼을 놓고 그 위에 다시 천을 깔고 인삼을 놓는 방법을 이용하기도 한다.

인삼에 중요한 성분 중에 노화와 관련된 항산화물질인 페놀성화합물(녹차의 카테킨 같은 물질, 인삼에서는 말톨, 카페이산 등)은 철 성분과 잘 어울리므로 직접적으로 이런 성분이 철기류와 닿으면 홍삼의 항산화작용을 억제시킬 수 있다. 따라서 가능한 한 철 성분의 용기와 인삼이 직접 닿는 것을 피하는 것이 좋다. 조상들은 수삼에서 껍질을 벗길 때 절대 철제 칼을 사용하지 않고 대나무 등을 사용하였다. 대나무를 사용할 때는 원통대나무를 둘로 갈라 나누고 대나무의 안쪽을 이용하면 껍질을 쉽게 벗길 수 있다. 요즘은 유리용기, 도자기류와 특히 스테인레스 용기로 이를 쉽게 해결할 수 있다.

인삼의 증숙 시간은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2~3시간 정도 걸린다. 보통 홍삼제조시 사용되는 온도는 약 98℃ 정도이므로 밥솥을 완전히 밀폐하면 온도와 압력이 올라가기 때문에 약간의 수중기가 밖으로 빠져나갈 수 있을 정도로 하는게 좋다. 너무 많이 빠져나가면 물이 모두 증발되어 3시간씩 증숙하기 어려우니 밥솥의 성능을 잘 보고 판단하면 될 것이다.

증숙이 끝나면 바로 건조에 들어가는데 건조온도는 일반적으로 60℃ 정도가 좋으며 이때 색깔이 변하면서 홍삼이 된다. 건조할 때는 바람이 잘 통하게 해야 하며(열풍건조), 혹은 陽乾(햇빛에 직접말림)을 하면 된다. 그러지 않을 때에는 썩는 경우가 매우 흔해 주의해야 한다.

최근에는 온도(100℃ 이상)에 의하여 파괴된 사포닌이 완전히 없어지는 것이 아니고 새로운 사포닌으로 변환되며 이런 성분 중에는 오히려 항암 등에 효과가 있다는 보고도 있다. 하지만 그동안 홍삼에 대한 연구들은 98℃에서 증숙한 재료로 이뤄졌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기존 방법에 의하여 제조된 홍삼과 새로운 사포닌 변환기술에 의하여 제조된 홍삼을 적절히 혼합하여 맞춤형으로 사용한다면 더욱 효과가 극대화된 홍삼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새로운 홍삼과학의 시작이다.

최근 태극삼 제조방식도 인기

가공방법 중에는 태극삼이라는 것이 있다. 이것은 수삼과 홍삼의 원리를 이용하여 제조하는 방법으로 수삼의 보관이 어려우므로 속은 수삼 상태이고, 장기간 보관을 위하여 겉표면만 열처리를 통해 홍삼과 같이 건조하는 방법이다. 즉 원료수삼을 잘 세척하고 밥솥 안에서 75~90℃의 뜨거운 물에 20~25분 침지시킨 후 햇빛에 말리거나 60℃ 이하의 간접 열에 의해서 건조시키는 방법이다.

최근에는 홍삼과 같이 98℃ 정도의 높은 온도가 아닌 60~70℃로 장시간 처리한 후 말리는 방법을 사용하여 사포닌의 변환을 줄이며 수삼 고유의 향을 어느 정도 유지시키는 방법도 사용되고 있다. 수삼은 열처리에 의해서 생성된 홍삼사포닌과는 달리 수삼만이 지니고 있는 고유의 향과 인삼사포닌이 있는데 이런 방법들로 순수한 수삼과 홍삼의 맛을 동시에 즐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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